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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 (2013)

하마구치 류스케 초기작 특별전 리뷰 - (4)

by 테리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 (2013) - 하마구치 류스케 초기작 특별전: Like Nothing Happened 리뷰 (4)

CGV 아트하우스에서 진행되는 '하마구치 류스케 초기작 특별전: Like Nothing Happened'는 데뷔작 <아무렇지 않은 얼굴>부터 국내에 정식 개봉되지 않았던 초기작 5편을 상영합니다. 본래 8월 6일부터 19일까지로 예정되었던 상영 기간이 연장되어, 적어도 며칠 더 극장에서 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획전의 타이틀 'Like Nothing Happened'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의 영문 타이틀입니다. 하마구치 감독의 영화 속 등장인물은 모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곤 합니다. 아사코가 과거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와 교제했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모르는 체했던 료헤이, 오토의 불륜을 눈치챘음에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했던 가후쿠, 자신이 과거에 카즈키와 교제했다는 사실을 친구 츠구미에게 밝히지 않고 자신의 상상 속에 숨겼던 메이코, 엔딩 직전까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분노와 공격성을 감췄던 타쿠미까지. 우리가 하마구치의 최근작에서 보아왔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가장하며 진실을 은폐합니다.


이러한 공통점은 감독의 초기작부터 반복되어 온 연출 스타일입니다. 아카데미 수상, 베니스 국제 영화제 수상 등 하마구치 류스케의 이름을 수식하는 화려한 수상 경력이 생기기 전부터, 그의 작품 세계는 착실하게 축조되어 왔습니다. 저 또한 이번 특별전 덕분에 하마구치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지탱하는 정신적 뿌리와 같은 다섯 편의 초기작을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은 이번 기회에 관람하길 바라고, 영화를 본 분들에게는 저의 부족한 글이 영화 속 특별한 순간을 기억에 오래 남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초기작 특별전 상영작 목록

1. <아무렇지 않은 얼굴> (2003) | 43분

2.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 (2009) | 58분

3. <친밀함> (2012) | 4시간 25분

4.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 (2013) | 54분

5. <천국은 아직 멀어> (2016) | 38분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 (不気味なものの肌に触れる, 2013 | 54분)
치히로는 이복형 토고와 그의 연인 사토미와 함께 산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토고와 사토미가 잘 돌봐주지만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치히로는 친구 나오야와 함께 현대무용을 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한편, 나오야가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마을에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 가깝지만 닿을 듯 말 듯 느릿한 몸의 대화. "스스로 움직이지 마. 상대에게 움직임을 맡겨."


하마구치 류스케가 구로사와 기요시의 제자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는 비록 <큐어>만큼 강렬하지는 않지만,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스승의 영향을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다. 장편 프로젝트였던 <Floods>의 구상 단계 정도에 불과했던 이 영화는 미완의 개별 작품이 되어 관객에게 도착했다. 미완성 중편으로서 서사의 맥락이 불분명하고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특성은, 되려 인물 간의 불협화음이 불러오는 섬뜩함을 증폭시킨다. 두 소년과 한 소녀의 모호한 관계 속에서 인력과 척력의 작용-반작용은 더할 나위 없이 불가해하며, 서로 닿지 않음에도 폭력적이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의 볼링장이 다시 한 번 등장하는가 하면, 강의 범람(Floods)은 몇 년 후 <아사코>에서 지진과 함께 재현된다. 그리고, 감독의 최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작품의 정신적 계승작으로 여겨진다. 물의 범람은 ‘물의 흐름’으로 조정되었으나, 언제 터질지 모를 잠재된 폭력이 불현듯 홍수처럼 분출한다는 점에서 같은 결말을 공유한다. 스릴러 장르 특유의 공포는 살짝 부족하지만, 하마구치 감독의 몹시 낯선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섬뜩함을 피부로 느끼는 기기묘묘한 경험이 될 것이다.


영화는 오프닝에서 치히로와 나오야의 현대무용 장면을 통해 '비접촉의 대전제'를 발의한다. 두 소년은 선생님으로부터 접촉하지 않고 접촉을 표현하라는 주문을 받고 맹렬히 연습 중이다. 이어지는 장면은 치히로와 이복형 토고의 추격 장면이다. 두 인물의 추격전은 오프닝의 현대무용과 같다. 치히로는 자신을 만지려는 토고로부터 도망치는데, 토고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치히로를 자동차로 앞지른다. 토고는 차에서 내린 후 '경찰과 도둑' 롤플레잉이라도 하듯 치히로에게 장난스럽게 손가락 총을 쏘는 시늉을 한다. 다음은 치히로가 토고를 추월할 차례다. 인적이 드문 풀숲으로 한없이 도망치던 치히로는 이내 뒤돌아보며 토고가 그랬듯 손으로 총을 쏜다. 토고는 할리우드 액션을 하며 쓰러지다 나뭇가지에 뺨을 베어 다치게 된다. 결국 토고가 만지려던 치히로의 뺨은 어느 무엇과도 닿지 않았고, 애먼 토고의 뺨만 상처를 입은 것이다. 영화는 예언하고 있다. 치히로를 만지려는 자, 상처 입을지니.


치히로-나오야의 관계는 치히로-토고의 관계와 다층적으로 중첩되어 있다. 두 남성의 관계에는 각각 아즈사, 사토미라는 여성 인물이 개입하고 있는데, 연인 관계에 있는 남성과 여성을 치히로가 바라보는 3인 구조인 점도 동일하다. 눈에 띄게 다른 것은 성애적 사랑의 존속 여부다. 토고와 사토미가 나누는 완숙한 어른의 사랑은 몇 번의 흔들림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나오야와 아즈사의 미성숙한 사랑은 여성이 남성에게 갑작스레 이별을 고하며 파탄에 이른다. 아즈사는 볼링장에서 나오야와의 물리적 접촉을 격렬하게 뿌리치고, 이별의 이유마저 생략한 채 치히로에게 안긴다. 아즈사는 이후 일관적으로 치히로에게 구애하지만, 치히로는 그런 아즈사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며 거부할 뿐이다. "나오야가 불쌍해"라는 그의 대사는 <아사코>에서 바쿠와 함께 떠난 아사코에게 마야가 전화를 걸어 "료헤이가 그러고 있는 걸 보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던 것과 겹쳐 보인다. 마야가 자신과 동고동락해 온 친구 아사코보다 친구의 연인 료헤이를 더 걱정하는 것은, 본인이 아사코의 자리(료헤이의 옆)을 차지하지 못해 그의 대역배우인 쿠시하시와 결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오야를 향한 치히로의 성애는 희미하게나마 암시되고 있다.


작중 현재 시점에서 치히로가 나오야에게 욕망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묘사되지 않은 과거를 연상케 한다. 치히로는 과거 이복형 토고에 성애를 느꼈을 것이며, 실현되지 못한 욕망은 나오야와의 관계에서 반복되며 다시 한번 그를 짓누르고 있다. 치히로가 접촉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유추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폴립테루스다. 아이러니하게도, 토고는 접촉을 허락하지 않는 치히로와 접촉하기 위해 폴립테루스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피가 섞인 형제라면 너도 나처럼 폴립테루스 같은 혹이 머리 뒤에 있을 것이라는. 치히로에게 이 이야기는 꽤 흥미로운 가설이었던 듯하다. 그는 지금도 자신을 폴립테루스로 여기며 자기 존재를 물고기에 비유하고, 폴립테루스가 나올 때까지 뽑기를 연거푸 반복하는 등 다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치히로는 폴립테루스라는 정체성이 토고에 의해 씌워진 후 외부 세계와 단절되고 만다. 세상 사람들은 폴립테루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오야가 100번도 넘게 숨을 쉬는 동안 치히로는 고작 9번 호흡한다. 폴립테루스는 다기어목 폴립테루스과에 속하는 고대어의 일종인데, 다른 어종과 달리 원시적 형태의 폐를 가지고 있어 공기호흡을 한다. 치히로는 '혈육'으로서의 동족(同族)과 성애적 관계를 진전시킬 수 없었으므로, 또 다른 폴립테루스를 찾아 헤맸을 것이다. 치히로는 나오야의 등을 만지고 척추가 이상하다며, 마치 진화가 덜 된 것 같다고 말한다. 폴립테루스는 공룡시대부터 살아남은 고대어다. 따라서 해당 대사는 나오야가 자신의 동족이길 바라는 치히로의 욕망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치히로가 타인을 만지는 단 두 번의 장면 중 하나기도 하다. 그러나 나오야는 소름 돋는다는 듯 접촉을 거절한다.


토고는 치히로를 만지기 위해 폴립테루스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는 정작 잊어버렸다. 이 과거를 다시금 상기하도록 유도하는 인물은 그의 연인 사토미다. 그녀는 형제의 추격전을 지켜보며 "당신네 형제들은 전부터 쭉 그런 느낌이다"라고 말한다. 형제의 역사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뜻인데, 이는 치히로 입장에서 차라리 감시에 가까울 것이다. 치히로는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토고-사토미의 집에서 얹혀살게 되었다. 사토미는 친절한 말투로 치히로에게 앞으로도 이 집에서 살아도 된다고 말하지만, 치히로는 "호텔비가 더 나올걸"이라며 삐딱한 태도로 거절한다. 결국 치히로는 끝까지 사토미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치히로가 토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타인과의 접촉을 그토록 혐오하는 두 번째 이유는, 토고-사토미와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성애적 사랑에 기반한 육체관계에 간접적으로 노출되었음에 있지 않을까 한다. 자신은 하지 못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는 어른들. 치히로는 어른의 간접흡연에 시나브로 중독되어 버린 청소년이다.


따라서 치히로가 토고에게 접촉을 허락하면 발생하는 문제를 추정할 수 있다. 맞닿게 되면 그에게 자신의 욕망이 들키게 된다. 치히로에게 접촉은 본질적으로 자신이 폴립테루스라는 자기 정체성을 환기하는 행위다. 이는 이복형 토고와 이어져 있다는 유대감의 재확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덜떨어진 욕망이 겉으로 드러남과 동시에 '나(와 형)만' 폴립테루스임을 깨닫게 하는 비극적인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토고는 어디까지나 반만 피를 나눈 이복형이기에, 치히로는 필연적으로 외톨이다. 폴립테루스는 아프리카 어종이다. 토고가 폴립테루스를 알게 된 것은 직장 상사인 모토와 강가에서 작업을 하면서인데, 일본 강가에 아프리카 어종이 있다는 건 누군가 반려동물로 키우던 폴립테루스를 유기했음을 뜻한다. 토고는 유기되어 갈 곳을 잃은 외로운 이복동생을 폴립테루스에 빗대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었다. 배다른 형제는 폴립테루스 이야기 덕분에 접촉할 수 있었지만, 이복동생에게는 강박적인 트라우마가 생기고 말았다. 그렇게 폴립테루스는 치히로에게 있어 타인과 닿지 말아야 할 절대적 이유, 애증의 정체성이 되었다.


"그러니까 이미지로서 닿는 느낌이랄까. 스스로 움직인다기보다 상대에 의해 움직여지는 거지."


몸이 닿지 않되 접촉을 표현하라니, 나오야는 치히로에게 솔직히 선생님의 디렉팅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접촉-비접촉의 순환 미스터리에 한결 여유로운 태도를 지닌 치히로는 대뜸 "너는 물고기지만, 나는 물이야"라고 말한다. "너 때문에 헤엄칠 수 있다는 거야?"라는 나오야의 질문에 "그런 건 아니고. 그래, 너는 물이고 나는 물고기야. 어쩌면 결국 너도나도 물일지도 모르고"라며 알 수 없는 비유를 반복한다. 해당 씬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는 "닿으면 안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야"로 보인다. 물과 물고기는 닿는 것인가? 물과 물고기는 분명 서로 닿아 있지만, A가 B를 만지고 B가 A를 만지는 일방적인 관계로 서술할 수 없다. 그리고, 치히로와 나오야는 어쩌면 둘 다 물고기일지도 모른다. 물고기는 앞서 있는 동료 물고기가 물을 가르며 만든 추진력을 이용하여 작은 힘만 들이고도 이동할 수 있다. 카페에서의 대화를 보면 몇 발 앞서 있는 치히로가 나오야에게 길을 터주는 모양새인데, 영화가 오프닝부터 엎치락뒤치락하는 관계의 역전-재역전 구조를 전제로 깔아 두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치히로로부터 접촉-비접촉의 순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나오야는, "오케이" 싸인과 함께 춤을 멈추고 경찰에게 거짓으로 자수한다. 이번에는 나오야가 앞서갈 차례다.


영화는 아즈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범인을 특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황상 치히로가 범인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치히로는 왜 아즈사를 죽여야 했는가? 이 질문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엔딩에서 '타쿠미가 왜 타카하시를 죽였는가'하는 질문과 동등하다. 두 영화 모두 표면적인 범행 동기를 찾기보다 영화 내에서의 당위성을 계산해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치히로는 아즈사에게 내내 적의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아즈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서일까, 치히로의 춤을 몰래 지켜보던 아즈사는 그에게 접근한다. 곧 물리적으로 접촉하며 그를 끌어안고 간접적 행위로써의 키스를 한다. 키스는 이내 폴립테루스의 증표를 남기는 행위로 변모한다. 토고의 상사 모토의 손등이 폴립테루스에게 물렸듯, 아즈사는 손등을 자해하는 방식으로 폴립테루스가 되어 치히로와 합일을 이루고자 한다. 아즈사의 입술이 닿는 곳은 자신의 손등이다. 그러나 손등의 반대편인 손바닥은 분명히 치히로의 입술에 닿아 있다. 손가락도 그의 뺨에 닿아 있다. 접촉하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춤추며 숨이 가쁘게 달려온 치히로에게, 이러한 강제적인 접촉은 추행을 넘어 폭행과 겁탈로 다가왔을 것이다. 치히로에게 아즈사는 자신을 접촉으로 겁탈한 가해자이자 나오야를 비참하게 만든 인물이며, 나오야는 자신과 비접촉을 통해 접촉에 상응하는 유대감을 쌓은 인물이다. 치히로가 놓인 총체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아즈사를 죽이지 않고서는 분노가 풀리지 않았으리라. 감히 네까짓 게 폴립테루스라고? 나오야조차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네가 그걸 이해한다고?


치히로가 아즈사를 죽이는 과정은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고, 아즈사의 손등 물어뜯기를 치히로가 그대로 되갚아주는 장면만 공개된다. 치히로-토고의 추격전을 상기해 보자. 형제 간의 장난스러운 몸싸움으로 표현되었지만, 토고는 치히로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그를 만지려 했다가 상처를 입게 되었다. 상처의 깊이가 분노의 크기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토고는 뺨이 살짝 베이는 정도로 끝났지만, 아즈사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토고가 치히로를 만지는 것은 혈육의 애정, 동족의 유대감을 기반으로 한 행위다. 일방적인 욕망의 표출에 지나지 않는 아즈사의 접촉은 치히로에게 극도로 불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치히로를 만지려는 자는 상처 입게 된다는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치히로-토고의 데칼코마니 놀이는 치히로-아즈사의 관계에서 반복되었다. 즉, 아즈사의 손등에 증표가 남았듯이 치히로의 손등에도 증표가 생겼고, 치히로와 아즈사가 같은 위치에 놓이는 도식이 성립한다. 이때, 아즈사는 죽었기 때문에 아즈사의 자리를 치히로가 차지하게 된다. 아즈사는 나오야의 연인이었다. 나오야가 마지막 무용 연습을 마치고 치히로 대신 자수하는 것은, 닿을 듯 닿지 않던 치히로-나오야 관계의 합일이 마침내 성취되었음을 뜻한다. 나오야는 이해하지 못했던 치히로의 조언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선생님의 코칭 또한 이해했을 것이다. 영화는 'to be continued' 문구를 띄우며 장편 <Floods>에 대한 기대를 모으지만, 약속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열정>,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에 이어 해당 작품에서 여자 형사 역으로 하마구치 감독과 세 번째 협업을 한 카와이 아오바는, <우연과 상상>으로 그의 영화에 네 번이나 출연하게 됩니다. 토고 역의 시부카와 키요히코 역시 <솔라리스>, <열정>에 이은 세 번째 출연이었고, 마찬가지로 <우연과 상상>에 출연하며 네 번 출연 기록을 세웁니다. 두 사람 모두 연기가 정말 뛰어난 배우라 생각하는데, 좀 더 메이저한 하마구치의 장편 영화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장편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2년의 세월이 흐른 터라 배우들이 너무 나이가 들어 버렸고, 프로젝트 자체가 엎어진 이후로 그냥 이렇게 방치된 채 흐지부지된 것이죠. 게다가 정신적 계승작인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영화에서 하고 싶던 말을 어느 정도 해버린 것 같으니.


놀랍게도, 소메타니 쇼타와 이시다 호시가 카페에서 무서운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100% 애드리브라고 합니다. 두 배우 모두 이제는 어엿한 중견 배우가 되었네요. 여담입니다만, <기생수: 더 그레이>에 이즈미 신이치 역으로 소메타니 쇼타 대신 스다 마사키가 새롭게 캐스팅되었다는 점은 참 아쉽습니다. 굳이 배우를 바꿔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있네요.


이 영화에 대한 제 별점은 세 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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