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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집을 읽어 보았습니다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를 읽고

by 준 원 규 수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발견한 박준 시인의 <마중도 배웅도 없이>

베스트셀러 작가의 신작을 바로 대출하다니!

운이 좋았다.

하지만 브런치에는 운이 나빴던 게 이번에 읽고 감상을 쓸 책은 못 읽었다.

사실, 다음 책으로 읽으려고 하는 '중세의 가을'은 400페이지의 인문도서이고

이 시집은 80쪽 정도의 내용이니 이 책 때문에 저 책을 못 읽었다는 것은

내 게으름에 대한 변명일 뿐임을 나도 알고 있다.


어쨌거나, 이번 글은 브런치북의 기획의도와는 살짝 다른 번외 편이 되겠다.


박 준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는 여전히 서정적이며,

여전히 드라마의 한 장면 같고,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구절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동네 서점에 가서 민생지원금으로 시집을 살까 했는데

망하고 없다, 우리 동네 서점 ㅠㅠ


읽다 보면 어떤 시는 소재에서 떠오른 하나의 이미지나 문장, 단어에 천착해 깊이 있게 들어가 들여다보고 단순하게 표현한 것 같고

또 어떤 시는 떠오르는 많은 단어들과 문장들을 모두 쏟아내 적은 후

정성스레, 한 겹 한 겹 포개어 가며 압축하거나

어떤 시들은 뭉텅뭉텅 한 토막을 뚝 떼어 쓴 것 같아서

여러 방면으로 생각거리가 많았던 책이었다.


-전략 - 그러니 눈을 가까이 대고 목숨이니 사랑이니 재물이니 양명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따라 읽을 필요는 없어. 이제 모두 금이 가고야 만 것들이야.
- 시 '손금' 중에서 -
-전략- 삶은 너의 너머에 있지 않았고 노래가 되지 못한 것만이 내 몸에 남아 있습니다
-시 '공터'중에서-
네가 두고 간 말을 아직 가지고 있어 어디에 쓰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버릴 수 있었을까 - 후략-
-시 '다시 공터' 중에서 -

맨 마지막 장에는 '산문'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긴 시가 한편 수록되어 있는데 매 연마다 여수, 대구 같은 지명으로 시작해 짧은 산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곳들을 여행하며 있었던 일들을 시로 쓴 것인지, 그 장소들을 매개로 한 이미지나 상상들인 건지 생각하고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과 생각의 깊이, 관찰의 힘 등에 대해서도...

시인은 그냥 태어나는 거라는 말이 있다.

이 시집을 읽다 보니,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시를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박준 시인의 시집 덕에 더위로 멍한 머리가 살짝 맑아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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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시인박준#마중도배웅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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