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일기, 여덟 번째 상담 episode 2.
흥분을 가라앉힌 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
─엄마가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예전에 제가 결혼하고 얼마 안돼 갑자기 부모님이 가족 채팅방에다가 이혼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날밤 아빠가 나간 다음에 차라리 그때 진짜 이혼을 했어야지 도대체 왜 안 한 거냐고 엄마한테 따져 물었죠... 분명히 내가 다 먹여 살릴 수 있으니 과감하게 이혼하라고 했더니, 왜 그때 이혼하지 않고 아직도 이렇게 후회하며 사냐고 한참을 푸념했네요... 여하튼 와락 화를 내며 자리를 뜬 아빠에게 실망한 저는 결국 이런 결론에 이르렀어요.
'이제 더 이상 욕심부리지 말고
아직도 엄마, 아빠에게 미움, 연민, 슬픔 등
여러 감정들을 느끼고 있는 나에게 집중해야겠다.'
<화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런 확신을 갖게 된 것도 크고요. 책에서는 자꾸 "나 자신과 화해를 해야 되고 분노라는 감정에 휩싸여서 작은 불씨가 불길이 되지 않게 나를 용서해야 된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솔직히 잘 아직 모르겠어요.
─용기를 내어 부모님과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엄청난 삶의 과제였고 결과가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 했으면 됐다 싶어요. '어렸을 때 학대에 가까운 일들을 많이 겪었을 거니까 내가 많이 어렵고 혼란스러웠겠구나... 그래 나는 그렇구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애를 많이 썼겠구나...'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이렇게 말하며 제 자신을 다독였어요. '다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그리고 내 원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이 지금 새로 만든 '나의 가정'에서도 과거가 반복될 거라는 불길한 믿음을 가질 필요는 전혀 필요 없다.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으니까!'라고 다짐했고요. '적어도 나는 우리 딸에게 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지 않으니까, 내가 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에 집중을 하고 앞으로 더 잘 살아갈 방법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되겠다.' 그렇게 정리를 했어요.
마치 낙엽이 차곡차곡 쌓이듯 선생님의 표정에 무거운 내 사연이 더해갔다.
─다음날 동생에게 전화해 이번일을 얘기해 줬어요. 그런데 동생도 저랑 비슷한 얘기를 하더군요.
"사실 나도 가족이 뭔지 잘 모르겠어..."
그 얘길 듣는 순간 미안했어요. '그래 너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구나. 네가 받았던 상처도 꽤 컸겠지...' 저는 동생이 저보다 어렸으니까 기억 못 할 일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로 과거를 얘기해 보니 동생도 거의 대부분 기억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제가 엄마 피 멍든 거 사진을 찍었다고 말씀드렸던 그 일들도 동생이 모르는 줄 알았는데 알고 있었고요. '너도 굉장히 많이 힘들었니?' 하고 위로해 줬어요. 일단은 너를 힘들게 하려고 이 얘기를 공유한 건 아닌데, 상황이 이렇게 벌어졌고 아빠랑은 딱히 더 이상 정을 붙이고 살고 싶지는 않고 그저 자식 된 도리만 다 하면서 사는 게 서로에게 좋을 거 같으니 참고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무엇보다 엄마한테 모질게 굴지 말고 네가 가까이 사니까 좀 잘 챙겨주라고...
─쌓여있던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동안 동생도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을 건데 그냥 견디면서 살았나 봐요...
─그랬나 봐요. 최근에 부모님 생신이어서 제가 용돈 드리면서 편지 한 통을 썼고 그걸 보고 부모님께서 각자 저한테 문자를 보내셨어요. 아빠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힌 들 어떠하리 나도 어렸을 때는 젊을 때는 완벽하게 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남한테도 완벽을 바라게 되더라. 나를 좀 내려놓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그러면 타인에게도 관대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문자를 몇 번을 읽어보니 이제는 옛이야기를 얘기를 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이 열렸구나 싶어 다가갔던 건데...
─네...
─참... 찾아가 대화를 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이 생각이 아주 큰 착각이었단 걸 다시 한번 깨달은 거죠. '역시 사람은 바뀌지 않는구나. 그래도 최소한 나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내 딸을 통해 증명하며 살고 있으니까 적어도 아빠보다는 내가 잘 살고 있네. 저렇게 용기를 내서 얘기를 하려고 하는 자식새끼의 마음을 돌아볼 여유는, 나이를 먹는다고 또 모진 세월을 다 견뎌낸다고 당연히 생기는 건 아니구나.' 싶었어요.
원망을 토해냈다고 할까요?
─자연스럽게 그러면 나도 정말 지금부터 부단히 노력을 해서 내 마음을 챙기고 잘 가꿔 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그래야 내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도 예쁜 싹이 잘 피어나 우리 딸이 꽃 향기를 맡으러 나한테 오겠지? 뭐 그런 생각들로... 그래서 심플해진 것 같아요.
─심플해진 마음에 어떤 감정이 고이는 것 같아요? 심플해졌다고 말을 하시는데 지금 가슴속에는 조금 다른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안타까움이 맞는 것 같아요.
─뭐에 대하여?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그래. 예전엔 그랬었지...' 하면서 툴툴 털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그렇게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네.
─안타깝다는 말처럼 선생님이 부모님과 화해하고 부모님과 화해해서 지금 내 가정을 세우고 가정을 복구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근데 이제 얘기해 보고 포기하면서 현실적으로 마음의 정리를 하시고 좀 심플해졌다... 이런 얘기를 하신 것 같아요. 근데 그렇게 딱 심플해지는 가슴을 앉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 상황에서 표현하셨던 '말'이 저한테 굉장히 생생하게 들리거든요.
"나는 집이 없네..."
─뭔가 집을 복구하고 싶은데. 그렇죠? 현실적으로는 어렵더라도 선생님 마음 안에 이렇게 집이 튼튼하게 있으면 선생님이 어딜 가도 내 집 같고 어딜 가도 마음 편하고 두 발 뻗을 텐데. 엄마 집 가도 내 집 같지 않고 지금 딸이 있는 내 집에 가도 내 집 같지 않고 그런 마음이 선생님 안에 있나 봐요.
─그런가 봐요. 그리고 불 꺼진 집을 바라보는데 불현듯 제일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 님의 <행복>이라는 시가 떠올랐어요.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선생님 마음 안에 선생님을 바라봐주는 원조인 두 시선이 헛헛하게 느껴지시네요. 그죠?
─부모님 말씀하시는 거예요?
─현실의 부모는 모르겠고, 선생님 마음속에, 그 마음 안에 선생님을 바라봐주는 또 부모님 상이라고 할까요? 그분들의 시선이 집 같지 않은 거죠. 편안하고 따뜻하고 위로가 되고 이런 느낌이 별로 없으시다는 얘기.
─네. 그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하나 정리는 됐어요. 현실에서 그런 부모를 이렇게 갖고 싶었는데 그건 쉬운 게 아니구나를 깨닫고 정리를 했고, 문제는 이제 정말 내가 초점을 둬야 되는 거는 '내 마음속에 있는 부모와 나의 관계구나.'
─현실의 부모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마음속 부모는 내가 작업하기 나름이니까요. 그죠?
─그렇죠. 그냥 엄마, 아빠 두 분 모두 나름대로 부모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셨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마음이 굉장히 안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말로 해보시겠어요? 솔직하게. 항상 솔직하게.
마음이 안 좋은 것 같아서요... 그 마음을 말로 해보시겠어요?
─......
─음... 엄마도 불쌍하고 아빠도 불쌍하다. 하지만 왜 그랬을까 이해할 수 없다. 참 원망스럽네. 이제 나도 부모가 되어보니 얼마든지 좋게 또 둥글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참 왜 그랬을까 그런 원망도 있네요.
─원망이 되면 원망의 크기만큼 이야기를 하시면 돼요. 자꾸 이렇게 밀쳐 버리려고 그러면 안에서 썩어요.
─원망은 근데 다 한 것 같아서...
─아니 또 나오면 또 하세요. 100번 하셔도 돼요. 어디에도 내 집이 없는 것 같은 분의 마음은 어떨까?
─근데 그건 그때 감정이고, 지금은 또 다 잘 추슬러서... 속상한 내 마음은 여기까지! 엄마, 아빠는 두 분의 남은 여생을 살아가면 되고 나는 이제 내 인생을 잘...
─글쎄 그건 현실의 문제고... 그거 말고 선생님 속에...
─속에요?
─그러면 하시고 싶은 얘기 하세요. 떠오르는 걸 따라가서...
─음... 그날 이후로... 근데 부모님이 나한테 그렇게 했다 한들 결국 내가 나 스스로를 미워하고 있는 건가? 그런 혼란이 좀 있는 것 같긴 해요. 한편으로는 지금 뭔가 특별한 이슈가 없이 평온한 상태니까 내가 이게 가능한 거고 또 뭔가 괴로운 일이 생기면 나 자신을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그런 패턴들이 또 나오게 될까?
─그건 무슨 얘기예요? 아... 남에게 매물 차게 밀어붙이는 게 또 나올까 봐?
─네. 남에게 매몰차게 밀어붙이는 그런 패턴이 결국에는 나를 그렇게 몰아세웠기 때문에 나오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최근에 읽은 여러 책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얻었고요. 근데 선생님이 방금 말씀하신 건 마음속의 부모님이잖아요?
─아니, 그냥 다 잊어버리세요.
─별로 이제는... 마음속에 부모님은 계속 나타나겠지만... 그들이 더 이상 나한테 영향을 미치지 않거든요 이제... 아픔은 계속 기억날 때도 있고 떠오를 때도 있고 하겠지만 그냥 그거를 그런 생각이 들었구나 하고 그냥 현실에 집중하고 제가 더 긍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종결할까요?
─종결을 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제 여기서 남편과의 관계를 좀 해봐야 더 개선을 해 볼 여지가 남아 있지 않겠냐 하는 이슈가 남아 있을 것 같은데 그거는 잘 모르겠네요. 최근에 이렇게 상담을 하면서 '자꾸 정답을 그만 찾아야 되는데 자꾸 정답을 찾으려고 하고 있네.' 이런 제 모습이 있단 걸 발견한 것. 그러니까 소기의 성과라고 할까요? 정답이 없는 길 위를 걸어가는 과정은 얼마나 답답할까?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맨날 그렇게 일기에도 쓰고 머리로 잘 인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가슴으로는 전혀 그렇게 못하고 있으니까. 도대체 뭘 내려놔야 되는 거지...
─그걸 모르는 채로 찾아가는 게 상담인데요. 모르는 채로. 계속 떠오르는 걸 하면서 기본 전제는 이거예요. 나는 나지만, 나를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근데 그 부분에 대해서 자꾸만 본인이 아는 걸로 이미 다 틀을 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게 나고, 여기는 이제 더 이상 생각할 필요 없고, 여기는 끝이고, 여기는 정리하고 난 이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렇게!' 이런 식으로 틀을 다 짜 갖고 오시니까... 그러면 뭘 하지? 이런 생각이 저도 드는 거예요. 하하.
선생님이 내가 정말 상담을 종결을 할 만큼 좋아져서 나에게 종결에 대해 운을 띄운 게 아니란 걸 눈치챈 시점이었다.
─사실 인간의 마음은 이야기하면 할수록 굉장히 끝이 없고 그러나 그 끝이 없는 길을 가는 게 굉장히 의미가 있고 풍요롭거든요. 점점 더 자기한테 가는 길이죠. 아니 왜, 김수환 추기경 님도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데 평생을 가도 아직 다 못 갔다." 그러시잖아요... 머리로 많은 걸 하시는 분이고 여기를 굉장히 잘 쓰시고, 의식적인 면에서 많은 본인이 성과를 많이 봤다고 여기고 계신데, 사실 우리가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실 의향이 있어야만 출발이 되는데...
─후...
─대게 우리가 고통스러워야 이 길을 시작하거든요. 뭔가 이렇게 뜨끔해야 이제 여기 시작 가기 시작하는데 이게 다가 아니구나 내 생각으로 다 안 되는구나 이런 걸 느껴야 이제 마음으로 가기 시작하거든요. 근데 뭐 이혼하면 되고 부모님 포기하면 되고 뭐 이렇게 딱딱 정하시니까...
─그럼 제가 그 고통을 회피하려고 그런 사고방식을 하는 걸까요? 고통을 회피하려고?
─그런 면도 크죠. 우리가 그런 본능이 있거든요. 고통을 피하려는 안 보이려는 안 보고 안 아프려고 그러고 그러긴 하죠. 근데 모르겠어요. 저는 남편이 어떤 분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선생님만을 볼 때는 선생님이 좀 변화하면 남편하고 좀 좋아질 여지는 좀 많이 있어 보이긴 해요 사실.
─선생님께서 저번에 차라리 처음 결혼한 지금 상황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괜찮은 시도일 수도 있다. 자신의 진짜 감정과 문제에 대해 스스로 돌아봐 해소하거나 해결이 되지 않으면 다른 누구를 만나도 똑같다.
─그럼요. 행여나 지금 이혼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사람과도 힘들 가능성이 분명히 있죠.
─이게 배우자뿐만 아니라 누구와도 어떤 인간관계라도...
─네. 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수 있고요.
─그렇군요. 사실 아버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렇게 사니까 굉장히 외롭겠구나,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행동을 끝까지 죽을 때까지 하겠구나.
─아버지가 이렇게 버럭 하시는 것도 사실은 고통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진짜 고통을 피하시는 거죠.
─그렇죠. 근데 얘기 듣다 말고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화를 내는 것들이...
─못 참는 거죠. 아플까 봐 팔팔 뛰시는 거잖아...
─그렇죠.
─그것도 이제 아버지 나름의 처리 방법이신 거죠. 그렇죠 확 하고 이제 딸은 이제 이렇게 탁탁탁 칸 채워서 탁탁 이렇게 정리하는 걸로 이렇게 하고 나머지는 버럭 하고는 여기 탁 철벽을 쳐놓고 피하시고...
─왜 그렇게 때렸냐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는데 스스로 얘기하더라고요 아버지가... 강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대요. 거기에 대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갑자기 막 화를 내시니까 말은 못 했는데... 강한 사람으로 키우려면 뿌리가 튼튼하게 물을 잘 줘야 되지 않습니까? 근데 연약한 새싹을 막 회초리로 모질게 굴면 새싹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튼튼하게 잘 자라요? 물을 주고 햇볕을 짜주고 바람을 잘 불어갖고 뿌리가 잘 뻗게끔 도와줘야 강하게 자라지... 어쨌든 그날 앞으로 아빠에게는 정말 자식 된 도리만 다 한다고 엄마한테 말씀드리고 집을 나오면서 "갈게요"라고 엄마 아버지한테 인사하고 나왔어요. 근데 갑자기 아빠가 멈춰 세우더니 "야, 저기 미국으로 입양 보낸 애들도 결국 다 잘 커. 잘 살아." 그러더라고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나오긴 했는데 나중에 돌아오면서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더라고요.
아빠... 그렇게 이민 갔던 사람들이 잘 살다가 나중에 뭐 하는지 아세요?
부모가 자기를 왜 입양 보냈는지 알고 싶어 해요.
나는 지금 오늘 온 게 그냥 그런 대화를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내가 엄마, 아빠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고 처음부터 말했었잖아요.
그저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뿐이죠...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이었을까요?
큰 잘못이었을까요?
─심지어 엄마가 그 전날에 제가 오는 걸 아니까 아빠한테 얘기하면서 그냥 얘기 들어주라고 그리고 엄마랑 얘기하다가 엄마가 또 이제 오랜만에 꺼낸 말이야 너네 아빠는 미친놈이라니까 그런 얘기를 떠내는데 속이 통쾌하더라고요. 근데 그런 '미친놈' 하고 이혼하지 않고 계속 사는 엄마가 너무 미련해 보이고 막 밉고 참 진짜 답답하다. 근데 뭐 어쩔 수 없지 엄마는 엄마 저게 엄마의 선택이니까 그럼 엄마의 선택에 대해서 뭐 나는 응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살려고 대신 아빠보다 더 오래 사시라고 제발 그러고 이제 마무리를 했는데...
─아버지가 장녀 위로를 '본인 스타일'로 하셨네요.
─그렇죠. 그래서 그냥 뭐 괜찮을 거다 괜찮아 근데 뭐 전혀 공감되지도 않고 그냥 처음에 화가 났었는데 그래 뭐 원래 저런 사람인데... 아빠나 엄마 모두 원래 저런 사람이다라는 걸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근데 내가 이제 와서 좀 우리 딸하고의 관계, 새롭게 꾸린 내 가정에서의 관계에 대한 피난처로 내 원가족에서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