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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Aug 24. 2022

'오롯한 나로 성장하기'에 대한 통찰

나는 단지 뒤로 물러선, '선정된 한 개인'이다.

'나'라는 사람, 참 가엽다.

나는 늘 공허함에 허탈하다.

나는 늘 만족을 몰라 허기진다.

나는 늘 안심하지 못해 채근한다. 

하지만,

이유를 모른다.


공허함은 무언가가 비어 있다는 것일텐데 빈 공간이 어디인지, 무엇이 빠져나갔는지 난 알지 못하고

불만족은 무언가가 거슬린다는 것인데 무엇이 날 건드리는지 감이 안오고

안심을 못하는 것은 걱정이 많은 탓이라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나는 계속 나를 몰게된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이면이 들여다보여 입과 귀를 닫을 때가 잦고

무언가를 알고 싶은데 내 머리로는 도저히 연결되지 않는 그 놈의 접점을 찾다가 정신의 방황에 빠져 침까지 흘려대고

이래야 한다는 나만의 철칙에 과다한 양심을 투척해 위염을 달고 사는...


나라는 사람... 

참 가엽다.




단지 뒤로 물러섰을 뿐이라고!

하지만, 천만에!!!

나는 또 간과하고 말았다.

'니체'가 가르쳐 준 엄청난 이 진리를!!!

 

나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하는 게 맞다!

분명 공간과 시간을 허비하듯 보이는 것도 맞다!

하지만,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이 자리는 열정과 활력이 속박에서 벗어난 자리라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은 마르지 않는 샘에서 끊임없는 힘이 솟아나는 그런 영역이라고! 

딴 생각말고 적당한 시기에 그 영역에서 제대로 떨어져 나오기나 하라고!


지금 나의 가슴은 더 조용하고 더 길고 더 참을성 있고 더 끈질기게 호흡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절대 자신을 가여워하지 말라고!!


지금 나는 도약하는 데 충분한 공간을 얻기 위해 

단.지.뒤.로.물.러.섰.을.뿐.이라고!


https://youtu.be/KYlA0WBvs84


내가 쏟아부은 시간과 에너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보상이라고 툴툴거리며 짜증내는 나이지만 

가끔은 깊은 무력함과 무능함에 몸서리치는 나이지만

종종 나를 덮치려는 후회에 붙잡히지 않으려 줄행랑을 치는 나이지만

'사람들은 웃는군' 치치거리며 웃으며 걷는 사람들을 따라 억지웃음을 짓는 어색한 나이지만


참 잘난 나는 

나에게 더 악다구니를 퍼부으며 저리로 가는 나를 이리로 다시 붙들어 오고

내 눈앞에 내가 그간 일궈온 결과들을 들이밀어 두 눈에서 불꽃을 뿜게 하고

내 정신에 쌓이려 하는 이물질을 빼내려고 보고 싶은 드라마로 시선을 옮겨 꼬여가는 정신을 내팽개치고

에머슨을 찾아 아무데나 펴보는 용기도 가져보는.


그렇게 나는 나의 정신을, 정서를, 마음을 확장시키고 다듬어나간다.




'오롯한 나'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늘상 날 괴롭히는 존재는 '내가 내가 아닌', 그런 느낌때문이다.

'내가 나로' 살고 싶은데

'내가 내가 아닌' 삶으로 자꾸만 가는 듯한, 이 보이지 않는 이물감의 정체는 나를 자꾸만 내 안으로 가둔다.


사람들은 이럴 때 세상밖으로 자신을 내보여 자신이 누구인지 더 알려 한다는데 나는 아니다. 외부에서, 누군가로부터 나를 알게되는 것 대신 나는 더 나를 깊숙히 알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파고든다. 책속에서 발견한 선물같은 글자들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나를 위해 어디선가 몰려든 천사들의 조합이다. 나를 위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이며 나를 위해 쓰여진 한편의 동화이며 나를 위해 편집된 기가막힌 다큐멘터리로 내게 보여지고 들려지고 읽혀지는, 말그대로 '천사들의 합창'이다.


세상이 보내준 이 성스러운 조합덕분에 나는 이 깊이 빠져버리는 시간들을 즐긴다. 아니, 이 시간과 공간은 나의 놀이터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면 놀수록 나는 본연의 나와 가끔, 어떤 땐 자주 조우하고 때로는 두 손을 맞잡고 웃다가 때로는 서로 따귀를 때리며 정신못차리도록 서로를 할퀴어댄다.


천재의 성장은 일종 전체적 성질의 것이다.
선정된 한 개인을 우선 존 위에, 다음엔 아담 위에, 다음엔 리처드 위에,
이렇게 차례로 각자를 상승시켜,
그 하나하나에게 자기의 열등함을 보여서 괴롭히는 것이 아니고,
성장의 고통이 있을 때마다 그 사람은
자기가 일하는 곳에서 확대하고,
맥박이 있을 때마다 인간의 각 계급,
각 집단을 넘어서 나아가는 것이다. 
신적인 거룩한 충동이 있을 때마다 마음은
이 가시적 유한의 엷은 껍질을 찢고서
영원의 세계로 나아가, 그 곳의 대기를 마셨다 뱉었다 하는 것이다.
심령은 항상 이 세계에서 말해지고 있는 진리와 영교하고,
제노나 아리안에 대해서는 집안 사람들에 대해서보다
더 친밀한 공감대를 갖게 되는 것이다. 
- 에머슨 수상록



아프다, 지독하게.

그래도 

기쁘다, 신기하게.


내가 나를 찾아가는 이 시간들은 이런 오묘한 감정들을 순서대로 내게 보내며 

어떤 날은 여기에, 어떤 날은 저기에 나를 배치시키고

그 때마다 나를 확대시키기 위해 마치 내가 벌레가 된듯한 치졸한 열등함과 모멸감을 느끼게 하면서 

가시적으로 보이는 유한한 것들에서 나를 탈피시킨다.

본연의 나와 만났는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본연의 나를 모르니 만나도 못 알아보는 게 당연하다.




나는 '선정된 개인'.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나를 지독하게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천재의 성장'이라... 

그는 '천재란 심령이 인간의 지력으로 숨쉬게 되는 이'라 말한다. 

내가 아닌, 자연 그 자체로서의 내가 내 이성을 숨쉬게 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하늘이 이 땅에 내려준 그 자체로서의 나를 찾아가는, 이리 아픈데도 긴 여정에 기꺼이 감사하며 '나'라는 인간이 세상의 조화를 위해 제대로 쓰이도록 '진리에 복종'하는 그런 사람으로 내가 선정되어서 이리도 호되게 훈련받는 걸까?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내 깊은 고뇌와 내 길을 걸으며 밟히는 가슴저린 통증들은 내가 복종하는 그 진리를 고개들어 만나보라고 에머슨을, 몽테뉴를, 세네카를, 디오게네스를 친구로 내게 보내줬다. 

이 시점에서 또 주책맞게 눈물이 난다. 이런 수도꼭지.


감히 믿고 싶다. 

감히 떼를 써서라도 얻고 싶다.

감히 납치해서라도 내 옆에 두고 싶다.

진리와 영교하는 이들을.


에머슨은 '선정된 한 개인'이라고 했다. 

'모두'라고 하지 않았다.

과연 나는 '선정된 한 개인'일까?

아직 예비후보일까?

아니면

응시조차 하지 못한 탈락자일까?


나는 나를 휘감고 있는 이 깊은 공허함의 댓가로 대기를 마셨다 뱉었다 할 수 있는 천재로 '선정된 개인'이라 믿으련다. 이 길은 '너무나 무력해보이지만 결코 내가 가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더 조용하면서 끈질기게 호흡하는 것을 배우며 잠시 뒤로 물러서 있을 뿐이라는 것'을 무뚝뚝하고 느리게 결코 동요하지 않고 내게 알려주고 있음을 믿고 나는 오늘도 지금 내 손 꼭잡은 시간의 바로 앞에서, 이 자리에 서 있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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