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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ul 11. 2024

우리는 모두 강인한 엄마입니다.

'부모정신'이 '시대정신'

22년전 오늘 딸아이를 낳았다. 그러니까 오늘이 딸아이 생일이다. 50킬로그램대의 내 몸무게는 임신 3개월이 될 때부터 엄청나게 불어나더니 결론적으로 만삭이 되었을 땐 무려 90킬로그램대에 진입해버렸다. 임신중독까지는 아니었지만 마치 미**타이어와 같이 불어난 몸에 240인 발도 퉁퉁 부어서 270짜리 슬리퍼를 사서 신어야 할 정도로 나는 거구가 되었고 뒤뚱거렸고 무진장 먹어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시절 내가 어떻게 버텼는지 대단했다.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발바닥이 아팠고 기대지 않고는 앉을 수가 없었고 숨이 차올라서 오래 누워있지도 못하는, 말 그대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편하지 않은 몸뚱이가 당시 내 몸이었다.


그래도 그런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태교라는 걸 하겠다고 뜨개질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이가 돌이 되면 아빠랑 세트로 입히겠다고 맞춰서 뜨고 모자, 망토, 작아진 내 옷을 잘라서 뜨개실로 어깨끈을 이어 만든 원피스에 가디건까지. 아무튼 뜨개책을 낼 정도로 뜨개질했던 기억. 


20대를 온통 바쳤던 방송일의 불규칙성때문에 나의 위염은 늘 고질병이었는데 임신하자마자 염치없는 위장은 늘 구토와 헛구역질을 해대게 했지만 약을 먹을 수 없으니 위에 좋다는 양배추를 매일 먹어댔는데... 아마도 그 때 믹서기에 갈아먹은 양배추가 평생 먹은 양배추보다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땐 몰랐었다. 양배추가 젖말리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나는 아이를 낳고 유축기로 아무리 젖을 짜도 늘 모자라는, 젖이 너무 빨리 말라버린 원인이 양배추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모지랭이 초보엄마였다. 


그러다가 24시간이 넘는 진통끝에 탈장까지 되면서 결국 자연분만으로 낳은 아이가 벌써 22살. 남자들 군대랑 축구얘기만큼 재미없는 얘기가 여자들 임신과 분만얘기라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10달 내내 힘들고 아플 줄 알았더라면 시작을 못했을 일이었다. 그런데 어쩌리. 날 찾아온 아이때문에 고통을 없애는 방법은 건강하게 얼른 순산하는 길밖에 없는 것을.



그런데. 


'엄마'라는 이름이 내겐 결코 가볍게 주어지지 않았다. 

너무나 쉽게 잃어버릴 위기였던 그 이름, '엄마' 


이 이야기는 지난 22년 7월 삶을 힘들어하는 새벽독서 멤버들에게 쓴 글로 대신하려 한다. 

우리는 강한 사람이다. 

강한 여성이고 강인한 엄마다. 

우리모두는 자신의 삶 곳곳에서 증명해낼 증거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일단 병원에서 포기한 아이를 살려낸.... 

나는 그런 엄마이고 그 내용을 간단하게지만 잠깐 카페글로 대신하려 한다.

(카페글은 새벽독서멤버에게만 공개되어 있어 부득이하게 캡쳐하여 올립니다)



아이는 벌써 대학 4학년이다. 백일이 지날 때까지 2.5킬로그램밖에 안되는 아이를 0.1킬로그램이라도 키워내는 것만이 유일한 내 숙제였고 하루종일 아이가 먹고 싸는 것에만 집중해야 했던 그런 질긴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내 몸은 너덜거렸지만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밖에 없는(병원에서 포기한 아이여서 엄마인 나냐 신이냐. 이 갈림길에서 아이는 위태로웠다.) 그렇게 초등학교때까지 작고 삐쩍 말랐던 아이가 지금은 너무 건강한데다 매주 연주다니며 여기저기 여행다니며 학교 수업은 단 한번도 빼먹지 않을 정도로 자기 역할을 잘 해내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며칠째 친구, 선후배들과 생일파티다. 인기많은 딸은 여기저기 잘도 불려다닌다. 생일당일인 오늘도 친한 언니가 미역국사준대서 나는 미역국도 안 끓이게 됐다. 


좋아해야 하나.. 섭섭해해야 하나....이제 붉은수수팥떡도 안하고 잡채도 안하고 아무 것도 안해도 되는 이상한 생일날이 됐다. 매년 생일마다 선물하는 그것만 사주는 걸로 퉁치잖다. 시원섭섭하다. ㅎㅎ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이 있다면 

두 아이를 낳은 것이며

내 목숨보다 귀한 두 아이의 꿈을 위해 보편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늘 7월이 되면 아프다. 

몸이 쑤시는 것도 있지만 그냥 가슴이 아프다.

아이를 자랑삼지 말고 아이가 자랑스러워하는 부모가 되라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 엄마의 치마폭이라는 누군가의 조언대로

그렇게 살아온 것 같긴 한데... 


지금 나는, 앞으로의 나는 더 단단히 이 뜻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렇게 아팠던 아이만 살려주면 뭐든 하겠다던 나와의 약속은, 

아니 신과의 약속을 나는 얼마나 지켜내고 있을까...


그렇게 아이의 신체적 생명을 기적처럼 살려냈고

그렇게 아이의 정신적 생명인 꿈도 기적처럼 일구게 키워냈고

이제는 아이의 가슴 속에 기적같은 기억을 남길 숙제만이 내게 남아있다.

이는 좀 더 나은, 괜찮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거부할 수 없는 숙제다.


* 부모라면 누구나 함께 공부하고 자신의 굳은 인식을 깨고 새로운 지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https://guhnyulwon.liveklass.com/classes

[지담북살롱]

책, 글, 코칭으로 함께 하는 놀이터,

https://cafe.naver.com/joowo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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