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2일만에 조회수 4만을 넘겼다. 매일 새벽 5시 발행한지 25개월, 언제부턴가 조회수 1000~5000정도는 익숙해졌고 어딘가 노출됐을 때 1만은 훌쩍 넘은 적은 있지만 4만을 넘긴 건 처음이다. 뭐, 조회수가 글의 질적 수준과 무관하다고 해도 여하튼, 숫자가 주는 나름의 의미와 쾌감은 있다. 게다가 나처럼 25개월만에 처음 만난 숫자라면... 난생 처음 내 것이 된 숫자 앞에서 난 담담해질 용기, 숫자에 어울리는 글을 써내야 할 용기가 필요했다.
시골에 와 2달여 지나 처음 맞는 첫눈, 얼마나 이쁠까를 기다렸는데 그 첫눈으로 인해 35시간 마을 50가구가 정전되면서 내게 '삶'의 기본. 본질을 제대로 경험케 했다. 시골에 온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소로우처럼 오직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만을 마주하면서 삶이 가르쳐주는 것들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다고 깨닫고 싶어서, 그렇게 나 역시 진정한 삶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아서다.
사람은 사태로 배우고 깨닫는다. 난생 처음 겪은 폭설,정전.이로 인한 기본 생활이 제약되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 앞에서조차 난 침착하게 기록하고 글을 쓰는 용기가 필요했다.
정치나 종교, 인종, 문화 등에 대해 나는 어떤 주장이나 비판의 글을 쓰는 것을 조금 꺼려했었다. 이는 나의 가치관이나 지식이 날카롭지 않아 괜한 설레발로 끝내고 싶지 않아서이지만 이번 사태는 달랐다. 글을 쓰는 이로서 내게 '냉정'한 시선이 필요했고 그야말로 글로라도 '역할'을 하고 싶다는 용기가 필요했다.
2019년 '리얼라이즈'이후 나는 책을 출간하지 않았다. 브런치에서 연재되던 '엄마의 유산'은 몇몇 출판사에서 제안이 오긴 했지만 나만 느끼는 뭔가 아주 중요한 무언가때문에 난 지독하게 새벽독서에 몰입하는 중이었고 '글다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나의 자격을 엄격하게 검열중이었기에 출간할 마음이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하지만 흐름이라는 것이 나의 의지를 꺾으며 내달리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들에게 쓴 편지가 공개되고 이어 무려 2년여 30통으로 쓰여진 나의 편지를 만난 독자들이 이 책을 출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냥... 물이 흐르듯이... 그렇게... [엄마의 유산]은 세상에 나오게 되었기에 '출판사제안 -> 글쓰고 -> 출간'의 공식과는 무관하게 '진심담은 내 편지가 자연스럽게 출간까지 이어진' 말 그대로 난생처음 겪는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우리에게, 나에게... 그저 당연하게만 여겼던 자유, 민주, 대한민국... 이런 단어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가치있게, 그리고 깊이 심겨진 날이다. 이에 대한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나는 '어른다운 어른'. 그리고 글을 쓰는 이로서 '글'이 가치를 품으려면 어찌 해야 할지 깊이 숙고하고 실천해낼 용기가 필요하다.
일곱째, 12.16
구독자 4,000명.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용히...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재미에 그냥 글을 써왔는데
5개월째 구독자 1,000명 / 10여개월을 넘기며 2,000명 / 17개월째 3,000명, 그리고 26개월을 시작하며 4,000분의 구독자와 함께 시작한다.
2024.12.16. 오전 8시경
그저 매일 썼을 뿐이다.
잘 쓰고 싶었지만 부족한 능력을 메우는 유일한 길은 반복밖에 없었으니 매일 새벽5시 발행을 지켜왔을 뿐이다. 예약발행이 얼마전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예약발행을 하지 않는다. 이미 2년여를 예약없이 발행해 왔으니까. 어떤 노하우도 요령도 방법도 모르지만 그저 일정속도로 꾸준히 증가하는, 내 글과 인연이 된 독자들에게 감사하는 맘으로 더 잘 쓰려 애썼고 지금도 그렇다.
구구절절 문장이 늘어지는 내 글이 보여 문장을 끊어 써보는 훈련을 했고
글이 너무 길다는 느낌에 짧은 글을 써보려 했고
서술식의 글만 쓰는 탓에 [지담단상]이라는 연재북을 만들어 함축된 글을 써보려 했고
성공, 경영, 책과 글에 관련된 글만 써오다가 다른 느낌의 글을 써보고 싶어
엄마로서의 글[엄마의 유산], 그리고 시골로 이사와서는 일상에 인문학을 녹여내는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모든 글이 시도였다.
시도는 도전으로,
도전은 시행착오로,
시행착오는 새로운 감각으로,
감각이 연결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주제, 즉 창조물이 날 이끌었다.
오늘도... 난... 시도한다.
글에 나를 담는 시도.
나의 내면을 헤집는 시도.
나를 다시 재정렬시키는 시도.
이 과정을 다양한 주제에 담아 진실되게 표현하는 시도.
내 글은 나의 이성의 역사다.
내 글은 나의 정신의 실재적 표현이다.
내 글은 나의 구체화된 일상의 이면에 담긴 본성의 언어다.
내 글에는 나만의 서사가 있다.
남들 하는 얘기 맞장구치거나
남들 얘기에 한두마디 거드는 떠버리가 되지 않을 용기....
나는, 내 글은 지금껏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또 다른 질료로서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