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시 30분이 지나면서 서서히.. 세상이 밝아지면 밤새 어둠속에서 세상이 얼마나 어둠을 조롱하며 부지런히 움직였는지 매일 아침 놀랍다.
나약한 나는 해가 지면 하루를 잘 보낸 만족감에 그저 늘어지고 또 늘어지고 놀고 또 놀고 게으르고 또 게으른데... 휴식도 사치라 여기는 세상은 딱 그 시간에 해야만 할, 딱 그 일을 여전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가 사라진 딱 그 시간.
땅이 더 차가워지기 시작한 딱 그 때.
어둠은 공기중의 모든 수증기를 호출한다.
출동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루종일 공기층을 부유하며 충분히 자신을 포화시킨 수증기들은 서로 엉겨붙어 가공할 힘으로 서로를 증폭시키고 곧 대적할 이슬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확신한다. 차가운 기운으로 꽉 찬 어둠이 이들의 홈그라운드인지라 사실 제 아무리 긴 계절 새벽을 점령했던 이슬이라 할지라도 이들을 이길 재간이 없다. 일치감치 항복을 선언한 이슬이 자기자리를 고스란히 내어주고 떠난 땅은 이제 서리차지다.
매일 아침 서리로 뒤덮인 세상.
요즘은 매일 아침 불투명한 땅을 마주하며
세상이 어둠을,
서리가 이슬을 조롱하듯
나는 표면으로부터 희롱당한다.
본질은 '물'인데...
물은 수증기가. 수증기는 얼음이, 얼음은 서리가... 여기는 이렇다.
물은 내를, 내는 강을, 강은 바다를... 저기는 저렇다.
나도 여기서는 이렇게, 저기서는 저렇게...
나도 그렇다...
모양이 바꼈다고,
여건이 달라졌다고,
환경이 날 압박한다고,
나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저 물이 이슬로 존재하더니 이제 서리로 존재해야할 때인 것이다.
그저 여기는 서리로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저기는 강으로 내달리는 무리를 따라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