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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an 01. 2025

시골의 겨울엔 철학이 있다.

지난 12.29. 무안공항의 제주항공기 참사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내가 시골로 갑자기 오게 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흐름'을 가만히... 따라가보면...

나는 내 삶을 보다 진지하게, 보다 본질적인 나로서, 나라는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하며 내가 나를 잘 데리고 살아가기 위해서다. 


지금 나는 그러한 길로 가고 있는가? 

그렇다. 

성큼성큼 내딛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그 반대방향을 향하거나 어긋난 노선에서 헤매고 있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시골에서 내게 보여지는 모든 것은 내 안에서 부풀어 올라 내 정신 속에서 그 힘들이 꽉 찬 것을 느낄 때 나는 나의 이상(理想)이 나의 발끝과 맞닿는 짜릿함을 느낀다. 현실에 비현실이, 비현실에 현실이 이렇게 동시에, 연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경험하는 짜릿함은 그저 아무런 치장없이 보여지는 모든 날 것 그대로의 자연으로부터 얻어진다. 


어떤 상태가, 사물이, 현상이 자기를 반영하려 날 향해 돌진할 때, 

나는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 내 안에서 내 식대로 변형시켜 나만의 사고가 넘어야 할 하나의 언덕을 넘은 기분이다. 


시골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은 내게 돌진한다. 

날 향해 자신을 반영시키려는 투철한 의지라도 지녔는지 

모든 것이 나의 감각으로 달려들어 곧바로 정신으로 침투하고는 손끝으로 자신을 뽑아내달라 아우성이다.



어떤 것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꽂고

어떤 것은 땅에서 하늘로 치솟고



어떤 것은 땅으로 내려와 쌓이고

어떤 것은 땅에서 솟아나 사라지고



어떤 것은 무언가를 비추어 밝히고

어떤 것은 무언가를 덮어 숨기고


하늘의 태양은 저 나무 아래 강을 내리 비추지만 강은 눈과 얼음에 덮여 자기를 숨겨버렸다.


어떤 때엔 이 불쌍한 농부들의 터전에 눈을 뿌려 초토화시키더니

어떤 때엔 이 넉넉한 농부들의 잔치를 위해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고


어떤 때엔 신이 악마로 변신해 이를 악물게 만들더니

어떤 때엔 신이 천사로 변신해 온 가슴을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우고


한 성현은 우리가 이 세상에 머문다는 것은 분명 하나의 거대한 사건이라 했지만 삶이라는 게 소소하고 보잘 것 없는 시간시간들이 모여 그리 이뤄지는 것이 아니던가... 우리는 멀리서가 아니라 바로 내 발밑에서, 눈앞에서, 손끝에서 날 향해 있는 소소한 것들이 나의 의식을 깨워 나의 고요한 바다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키고 나의 발길을 이리 저리로 옮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저 스쳐지나가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미미한 것들이 나와 만나 내 안에서 하나의 형상이 되고 그 형상이 하나의 씨앗이 되어 나의 사상에서 싹을 틔울 때 나의 존재가 거대한 하나의 사건으로 영글어가는 것이다.


연일 영하 10도 아래의 추위가 날 떨게 하더니 어제는 갑자기 영상 6도가 되어 마당에 가득했던 눈이 서너시간만에 반절이상 녹아 없어졌다. 우리집은 골짜기의 맨끝집이라 저어기 아랫집의 눈이 벌써 다 녹아없어진 것을 마냥 부러워할 뿐 그저 추위를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한다. 


이쯤하면 시골추위의 매운 맛을 조금은 알아차렸다고 판단한 자연은 느닷없이 한낮 기온을 영상 6도로 올리며 천연덕스럽고도 자연스럽게 태양의 반짝이는 금빛들을 우리 마당으로 쫙....짜내어 주었다. 


쌓인 눈이 녹지 않고 꽝꽝 얼어있더니 갑자기 스르륵.....


푸른 빛이라곤 하나없이 아직 물기가 그대로 남은 축축한 땅의 나신(裸身)을 민망없이 마주하다니...

갑자기 넉넉히 베푸는 태양 덕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서서히 이어지는 눈과 흙의 교대의식을 유일한 관객으로 즐길 수 있다니...

갑자기 자신의 본분이 생각난 가이아(주1)와 데미테르(주2)가 단 몇 시간만에 하얀 장막을 거두며 눈의 냉기를 땅의 온기로 바꿔내는 신들의 잔치에 내가 초대되다니...


현실은 비현실을 속깊이 숨기고

비현실은 현실의 외피를 입고 있다.



시골에는 철학이 있다.

난 아직 철학을 모른다.

이런 무지한 내게 자연은 자신이 품고 있는 모든 비밀을 고스란히 내게 들이밀며 다 가져가라 한다.


자연의 무한한 배려 덕에 피상적이고 단순한 나의 사상이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위대한 철학과 마주하는 어떤 순간에는 나의 서사가 때론 철학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아무 것도 아닌 나의 이야기에 혹여 입혀졌을지 모를 철학을 알아내려 한참을 끙끙대며 찾아헤매기도 한다.

사상에는 철학이 없을 수 있지만 철학은 수많은 사상으로부터 배양되는 것이니

나에게 돌진해 내 정신에서 사상화된 이상이 철학으로 피어날 하나의 줄기로 자라나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된다. 


하나하나가 크건 작건, 도시이건 개인이건 자기도 모르게 내부에 하나의 사상-자신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끄집어내어 인정하고 정하는 것이 이 개개 생활의 등대, 종교, 신을 되찾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생활의 신은 거기에 새겨진 이상이다(주3).


난 이 곳에서의 생활이 참으로 좋다.

고요...하고

평온...하고

나로 인해 내가 분주하고

분주하지만 모든 시간 속에 여유가 넘친다.

불꽃은 오로지 연소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듯이

내 안의 분주함에서 나의 여유는 오히려 존속되는 것이다.


이렇게... 한해가 저물고...

나는 2025년을 또 나만의 분주함으로 조각난 나를 이리저리 연결지으며 달리겠지...


그래, 힘차게... 새로운 태양을 맞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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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2> 가이아가 만물의 근원으로서의 어머니 대지라면, 데메테르는 곡물을 자라게 하는 땅의 생산력을 상징하는 대지의 여신(네이버 지식백과)

주3> 아미엘일기, 아미엘, 범우사


[지담연재]

월 5:00a.m. [감정의 반전]

 5:00a.m. [엄마의 유산]

 5:00a.m. [나는 시골로 갑니다.]

목 5:00a.m.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금 5:00a.m. [엄마의 유산]

토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일 5:00a.m. [나는 시골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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