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나비여라
나의 10대는 아무 것도 몰랐고
20대는 명랑쾌활했으며
30대는 현실을 살았고
40대는 남으로 살다 나를 잃었다.
나의 50대는 창대한 이상품고 미약한 시작을 알렸고
60대는 그 이상이 현실이 된 것에 감사할 것이며
70대는 더 큰 가치 향해 다시 도모할 것이며
나의 80대는 삶의 숙제, 여전한 패기로 마무리지으며
90대에 인생의 구멍 메우고 남길 것과 버릴 것 가름하여
100세. 신들의 잔치로 떠날 준비를 마쳤겠지.
그 이후,
덤으로 주어진 생이 있다면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소진시키며
나비처럼 팔랑대던 한 세상 놀이에 감사하리라.
홀가분하게,
진하게,
그리 떠나리라.
100세 인생.
'오늘'은
백년묵은 나비가 되어가는 하루.
알에서 깨어난 뒤,
애벌레로의 40년간 나는 안전했고 편안했다.
그저
천적을 피해 나뭇잎밑을 기면 그만이었고
지천에 널린 나뭇잎 몇장 갉아먹어도 그 하루로 족했었다.
굳이 빨리 길 필요도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었던,
나는 40년간 애벌레였다.
하지만,
나는 알아버렸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나비가 된다는 현실을.
나는 날아야만 한다는 운명을.
나만 몰랐을 뿐,
나는 처음부터 나비였다.
하지만,
아슬아슬 대롱대롱...
애벌레인 내가 나비가 되려면
10년은 죽은 듯이 지내야 했다.
번데기여야만 했던 10년은
나비가 되기 위해 내 본성이 깨어나는 필생의 시간이었다.
딱딱한 껍질 속.
움직일 수 없는, 움직여지지 않는, 움직여서는 안 되는,
못난 번데기로서의 나.
그러나,
내 안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화학변화.
그렇게 나 스스로를 가둔 채
그 좁은 공간,
그 한정된 시간,
그 웅크린 자세로
나는
화학변화의 고통과 신비를
오롯이 혼자 견뎌야만 했었다.
안전은 불안전으로,
편함은 불편함으로,
익숙은 낯섦으로....
나는 완전히 새로운 몸으로
세상 밖으로 비상하기 위해
나를 벗어버려야만 했다.
나를 해체시켜야만 했다.
나를 몰락시켜야만 했다.
나를 탈바꿈시켜야만 했다.
탈피와 해체와 몰락은
나도 몰랐던 나의 날개를,
나도 몰랐던 형형한 빛과 색을,
나도 몰랐던 기지 않고 나는 법을,
나도 몰랐던 저 넓은 세상으로.
차차
날개가 자라고
더듬이가 세워지고
형형색색 빛과 색이 번져가며
본래의 나로
나는 탄생되고 있었다.
나비처럼 말고,
진짜 나비되게..
나불나불 날아다니게...
나는
자유로운 나비였다.
그림> 이화정(필명:캐리소 https://brunch.co.kr/@69ghkwjd)알고 있을까?
애벌레는 자신이 어디든 날 수 있는 나비가 된다는 것을...
올챙이는 자신이 물 밖 어디든 뛰어다닐 개구리가 된다는 것을...
매미유충은 땅속 7년의 어둠 끝에 나무에 앉아 소리치게 된다는 것을...
나불거려라.
집적거려라.
팔랑거려라.
이제 내게서 날개가 돋을 것을 알아버렸으니
나는 나비여라.
계속 나비여라.
계속 나비여라...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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