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크다. 내가 지킬 것은 작다.

by 지담

사소한 것에 지나치게 목숨거는 사람.

나는 이런 사람이 멋지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림 하나 그리려 수천번 선을 긋는 여자.

아직 드러낼 자신도 없으면서

기역니은디귿을 수천번 바꾸는 여자.


프리미엄 썸네일(작은) (34).png


사실 우리네 인생은 사소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나도 그렇다.


시골에 파묻혀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는 여자에게

인류를 위한 '사소하지 않은 일'이 주어질 리는 없다.

국내 부동산경기를 나랑 의논할 것인가,

철학이 무너진 나라에 대해 내 의견을 물을 것인가,

어떤 혁명가가 우리를 화성으로 보내는 문제에 내 의사가 필요할 것인가.


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거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집안에 들어온 벌레를 살려서 내보내고

불필요한 등은 찾아다니며 끄고,

막 틔운 움을 건드리지 않으려 비껴 걷는다.


이미 차도 팔았고

마트 대신 장터 할머니들에게서 야채를 산다.

한번 믿은 사람은 속이 문드러져도 믿고

아는 것은 삶으로 경험해야 비로소 나는 안다고 인정한다.


나는 정치나 경제 얘기에 나를 방치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세상걱정은 쉽지만

하루를 지키는 건 어렵다.

거대한 담론보다

나는,

내 두 다리와 내가 쓴 1분으로

나를 더 믿는다.


스크린샷 2026-02-21 093603.png


큰 세상, 내가 지키는 것은 아주 작다.

매일 새벽에 책을 읽은지 8년,

매일 새벽 5시 발행이 41개월.

이를 10년으로 채우는데에 나는 목숨을 걸 정도로 집착한다.


불편하고 또 불편해도 내가 지킬 건 이런 것밖에 없다.

없어서 중요하다.

이런 걸 지키지 않으면 내가 지킬 게 뭐란 말인가.


사소한 것을 쓸데없는 일로 치부하는 것은

쓸모없는 일에 치이는 삶으로 이어진다.

나의 쓸모를 남이 정하는 순간, 나는 사라질 지 모른다.


읽은 것을 하루에 녹여내고 녹여낸 흔적이 글이 되게 하려면

사소한 1분 1초도 아깝다.

시간이 아까운 건 내가 아까운 것이고

내가 아까운 건 내 삶이 아까운 것이다.


삶의 총량은 매일 줄어든다.

그만큼 내 목숨도 줄어들고

내 목숨을 필요로 하는 일도 줄어든다.

그러니 시간을 꼭꼭 짜내고

그럴수록 사소한 것은 더 귀해진다.


그래도 나의 집착이 가끔 우스울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 하나를 나만의 것으로 보지 않는다.

지키려는 이 사소한 행동이,

세상이 목적하는 곳으로 내달릴 때

단단히 붙들고 있어야 할 작은 하나의 점이라면,

나의 사소한 집착은 신성해진다.


나는 그저 신성한 순간을 따르는 중이다.

그래서 멈출 수 없다.


https://cafe.naver.com/joowonw/12681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437169

[지담연재]

월 5:00a.m. [사유의 기록]

화 5:00a.m. [엄마의 유산]

수 5:00a.m. [필사 - 사유의 손끝에 철학을 품다]

목 5:00a.m. [영혼의 노래]

금 5:00a.m. [나는 시골이 좋습니다.]

토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일 5:00a.m. [사유의 기록]




월, 일 연재
이전 01화언제까지 매일 쓸거냐고 묻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