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잘못이 없는데도 위축될까?

by 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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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센 사람이 두어분 계시는데

그 사람 앞에 서면 괜히 위축이 돼요.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저 혼자 왜 괜시리 작아질까요?"


이 말에 나도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한 것이 없어도 어떤 사람 앞에서는 괜히 머뭇거리게 된다. 외적으로 풍기는 느낌만으로도 불안을 일으키는 사람. 괜히 비판을 받을까 민감해지고 나도 모르게 눈에 힘을 주게 하는 그런 사람. 너그럽게 대화하기보다 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먼저 올라오게 만드는 사람.


우리 두 사람이 특별히 정서적으로 약해서일까.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낯설지는 않다.

그래서 더 쉽게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심리학자 보웬은 '불안이란 관계 속에서 자기를 잃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다.

'센 사람 앞에서 위축'되는 정서도 불안이 보낸 하나의 줄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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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 넘은 평범한 중년의 우리.

그리고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대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대화였기에

나는 오히려 우리의 대화를 더 오래 붙잡고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왤까.

우리는 왜 '잘못이 없는데도 위축'되는 걸까.


식민지시대와 전쟁을 겪으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싸워왔던 독기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후손이라서일까. 그래서 지지 않으려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나의 약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사실확인도 하기 전에 '사전 분위기'만으로도 주먹을 쥐게 되는 걸까.


나의 관계를 들여다 본다.

나는 너무 착한 사람 앞에서는 거절을 못한다.

독한 말로 밀어 붙이는 사람 앞에서는 모든 말을 흘려들을 준비를 한다.

자신의 한탄만 늘어놓는 사람 앞에서는 내 감정까지 어두워질까봐 깊은 대화를 피한다.


센 사람이란

강한 인상과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만이 아니다.

지금껏 굳어진 자신의 방식으로 상대를 밀어붙여

결국 상대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다.


우기면 들어줬던 경험이 많은 사람은 우기기로,

울어서 해결됐다면 우는 것으로,

착하고 여린 마음으로 대화가 통했다면 그렇게.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착하게, 독한 단어로, 한탄하며 대화를 할까.

그 방식밖에 모르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 방식이었을 때 자신이 잃을까 두려운 무언가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일까.


드러나는 모습은 다르지만 우리는 대개

자기가 잃을까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감춘 채

가장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대화를 한다.


이렇게 생각에 이르니,

불안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상대였다.

나의 위축은 그 불안을 알아차리기 전 흔들렸던 반응이었다.

상대가 세서가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의 방식에 휘말렸기 때문이었다.


이해는 가능하다.

하지만, 휘말릴 필요는 없다.


상대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착한 모습이라면,

자존심이라면,

나아가 지금의 지위라면


받아줄 수 있다.


다만,

받아주되

휘말리지 않는 선택.


지금껏 나는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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