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거진 [익숙한 명제의 재해석]은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관념에 대해 지담이 '이건 아닐걸?' 의문과 반박을 하는 것입니다. 그저 저의 사고수준이 여기까지인지라 너그러이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혹시나 염려되어 미리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제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푸쉬킨의 고귀한 시와는 별개입니다. 그저 이러한 관념을 가진 것에 대한 글자그대로의 명제를 재해석한 것임을 이해바랍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나를 속인다고?
삶은 나를 속이지 못한다.
삶은 누구를 속이는, 그런 악덕을 저지르는 존재가 아니다.
그저 시간의 길에서 창조주의 명대로 움직일 뿐.
그저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갈 뿐.
삶을 움직이는 주체인 나 자신의 걸음에 따라 그저 흘러갈 뿐.
내가
내 경험으로
내 관성대로
내 관념으로만 살다보니
이해못했고 캐치못했고 예견못한 것이지
날 속이려 덤벼드는 삶은 없다.
그 어떤 것도 나를 속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만 볼 줄 알고
들리는 대로 들을 줄밖에 모르는
나의 멍청한 눈과 귀와 이성때문에
그저 '속아 넘어간 듯한 느낌'일 뿐.
무엇이 나를 속여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기만한 대가를 받는 것.
이럴거라 예상한 것은 이럴 것이라는 기만
저럴거라 추측한 것은 저럴 것이라는 기만
어찌 감히 내가 생각한대로 세상이, 삶이, 사람이 딱딱 맞춰진다 여기는가?
가장 알기 어려운 것이 나이며
가장 찾기 힘든 것도 나인데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는 착각에 빠져
내가 생각한대로 되지 않으면
그러면
그것이 나를 속인 것이란 말인가?
천만에
나의 무지가, 기만이,
어쩌면 어설픈 나의 지식과 경험이
내가 속았다는 착각 또는 오류를 만들었을지도.
도대체 세상이 나를 속일 정도로 내가 대단한 사람인가?
세상이 날 속여 뭘 얻어낼 것이 있다고?
혹시 내가 세상을 속인 것은 아닌가?
그 무엇도 나를 속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모두가 각각의 길을 갈 뿐.
가다가 어긋난 것은 그저 그렇게 지나쳐야 할 이유때문이지
속이거나 속거나 하는 관계가 아닌 것이다.
인간사, 세상사,
모든 인연은
악연과 호연의 무한순환, 숙명의 회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