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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Mar 15. 2023

[재해석]불안을 떨쳐버려라?

매거진 [익숙한 명제의 재해석]은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관념에 대해 지담이 '이건 아닐걸?' 의문과 

   반박을 하는 것입니다. 그저 저의 사고수준이 여기까지인지라 너그러이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

너무 많다.

다들 불안 속에 사는 듯하다.


경제가, 정치가, 사회가, 교육이, 

그리고 개인의 생존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일까?

그렇겠지. 

우리는 이 속에서 사니까.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불안을 떨쳐버려라!'라고.

심지어.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표현까지 한다.

아.. 제발...


나는 이에 반박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안은 떨쳐버릴 수 없는 감정이다.


짧고 간단하게 말하려 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 않은 이 없고 

'불안'이라는 감정은 이미 학문적(학문적이라는 말 싫어하지만)으로 인간의 본성적인 감정이라고 개념화되어 있으니까.


가만 생각해보자.

우리는

여기 서 있기가 '불안'하니까 저기로 자리를 옮긴다.

이렇게 살기가 '불안'하니까 저렇게 살려고 애쓴다.

이 모습으로 견디기 '불안'하니까 저 모습으로 나를 변화시킨다.

여기까지는 '불안'하니까 저기까지 가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삶의 결과가 '불안'하니까 다른 결과를 위해 오늘도 애쓴다.


즉! 그러니까! 결국!

'불안'은 나를 움직이는 동력의 불씨다.

불안하니까 열정을 가지려, 의지를 불태우려, 뭐든 해내려 도전하는 것이다.

'불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이유가 없다.

아니,

아무 것도 안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니까 또 '불안'에 잠식당한다.


우리 인간에게 '불안'이라는 감정이 없다면

'욕구'도 특정한, 특출난 누군가만 느끼는 소수의 감정일 것이고 

욕구가 없다면 지금처럼 과학의 발전이나 창조가 이뤄지지도 않았을 터.


'불안'은 그래서

부정정서가 아닌, 긍정을 불러오는 긍정정서의 시작인 것이다.


혹여 불안을 두려움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니 뭐라도 하려 할 때 진입하는 감정이 두려움이다.

하려니 두려운 것이다.

시작은 항상 두려운 법이다.

두려움은 그래서, 일시적인 감정이며 해결되면 사라지는 감정이다.

불안이라는 고정된 벤치에 앉은 놈이 두려움이다. 

앉아있다가 가버리는 놈이다.

두려움이 가버리면?

다시 불안만 남는다. 휑한 바람 속에.

이걸로 될까? 하면서 혼자 찬바람맞고 있으면

다시 두려움이 와서 앉는다.

이렇게 반복되는 것이니 내가 느끼는 이 찜찜한 감정의 정체는 불안이 아니라 일시적 두려움인 것이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한다는 표현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더 크고 강한 놈이 작고 약한 놈을 잠식시킬 수 있다.

영혼이 더 큰가, 불안이 더 큰가?

영혼이 더 강한가, 불안이 더 강한가?

그래서, 

불안이 영혼을 잠식시킨다는 것은 인과부터가 모순이다.


이런 감정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는 살짝 느껴봐서 다 안다.

감정만 안다. 

단, 해석이 잘못되면 이해가 엉키고 이해가 엉키면 현실이 꼬인다.

따라서,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는 느낌이 온다면 해석부터 하자.

불안이 영혼보다 약한 존재인데 영혼이 약해진 것이구나. 라고.


즉, 

불안에 초점맞추지 말고 영혼에 초점맞춰야 한다.

불안은 없앨 수 없는 것이니 없애려하지 말고(불가능에 쏟는 노력)

영혼을 맑게 성장시키는 쪽(내 의지에 의해 가능한 쪽)으로 에너지를 쏟길 바란다.

영혼이 맑게 깨어있으면 불안을 이겨낼 수 있다.

영혼만이 불안을 달래며 데려갈 수 있다.

절대 불안은 영혼을 잠식시킬 수 없다. 영혼이 불안보다 강하다면.



영원히 불안할 것이니 불안은 떨쳐버릴 수는 없다.

떨쳐버리는 순간 욕구도 함께 떨어져 나간다.


불안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잘 데리고 사는 방법을 깨우쳐야 한다.


'불안'에 대해 개념화된 관념을 바꿔보면 어떨까?

'아, 불안하구나. 지금 내가 뭔가를 시도해야 할 타이밍이구나! 참으로 감사하다!'라고.


불안은 관리해야 할 감정이지 떨쳐서 버려야 할 감정이 아니다.

불안은 나를 나아가게 하는 감정이지 잠식시켜버려야 할 암세포가 아니다.

불안은 이성으로 통제가능한 감정이지 이성을 이겨먹는 사악한 악마가 아니다.


불안을 떨쳐버릴 힘과 의지가 있다면 그 힘을 다른 곳으로 옮기자.

왜 불안한지 모르더라도 무언가 '안하던 짓'을 하면서 안고 가는 것이다.

불안은 '없앨 수 없으니 다른 무언가를 시도하라.'는 메세지니까.

그렇게.. 불안은 평생 나를 걷게하는 동력이니까.

결국, 내가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가장 감사해야 할 감정은,

이게 아닌데... 싶어 머무르지 못하게 만든 나의 불안감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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