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론(利己論) - Ch2. 나를 해체해보니 1
[이기론]의 CH1. 나는 나를 해체하기로 했다. 가 지난 주로 끝이 나고 이번주부터 CH2. 나를 해체해보니가 시작됩니다. 따라서, 지난 글들에 이어 읽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 지담드림
인간의 신체, 정신, 영혼. 이들연합의 활동결과가 지금의 나다. 나는 나를 해체한 후 들여다보는 한참의 시간을 가지며 나를 모두 분리, 구분짓고 다시 정립하기로 했다. 본 장에서는 해체, 분리된 나를 들여다 보며 알게 된 것들을 조목조목 적어보기로 한다.
그 첫번째!
나를 해체하고 한참을 들여다보니!
내 육체는 끊이지 않고 전쟁중인 것이다!
그것도 2군데서나!!!
먼저 이쪽내전은
아마도 짐작컨대 지금껏 휴전이란 도통 없었던 듯하고
더 침울한 것은 앞으로도 전쟁이 계속될 것이란 느낌이다!
바로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모든 것을 감각으로 인지한다. 보고 듣고 만지면서 대상, 대물, 대인에게 자극받고 반응한다. 더러운 것을 보면 피하고 언짢게 들리면 듣지 않으려 반응한다. 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반드시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에는 감정에서 이성을 거치는 터널이 존재한다.
더러운 것을 보면 감정이 더러워지니 이성은 명령한다. 피하라고. 언짢은 소리가 들리면 감정이 요동치니 이성은 명령한다. 귀를 막으라고. 이렇게 감각(자극)은 감정에서 이성으로 향하는 터널을 거쳐 행동(반응)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감정과 이성은 서로 이기려고, 어떤 때엔 서로 싸우지 않고 숨으려고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인 것은
나의 의식이 이 전쟁의 승자를 미리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전쟁에 나가는 아버지에게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 이번에도 꼭 이기고 돌아오세요.'
그러자 아버지가.
'아들아, 전쟁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겼음을 증명하기 위해 가는 것이란다.'
어떤 현상에서 두려운 감정이 일 경우,
이성이 이기면 전진으로, 감정이 이기면 후퇴로 행동을 유도한다.
어떤 누군가에게 시기와 질투가 일 경우,
이성이 이기면 냉정하게 상대를 존중하게, 감정이 이기면 아무리 숨기려 해도 못난 눈빛이 상대에게 투사된다.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도를 넘을 경우,
이성이 이기면 자신을 반추하게, 감정이 이기면 정신을 쏙 빼버리는 향락의 장소로 신체를 데려간다.
의식이 이미 닿아있는 위치에서 전쟁의 승패는 정해진다. 두려워도 나아가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면 무조건 감정이 진다. 시기와 질투는 비겁한 비굴함이라는 의식이 단단하면 감정은 맥도 못추게 된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조차 의식이 자신에게 여유와 쉼으로 단련되게 만든 정신은 신체를 여기저기 끌고 다니지 않는다. 의식이 나의 전쟁을 중재하는 주체인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의식’은 과거로부터 켜켜히 쌓인 인식덩어리로서의 무의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에 저당잡히지 않는 ‘깨어있는 각성된 이성으로 다져진 의식’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한편, 저쪽내전은 정신 안에서 치열하게 전투중이다.
바로
나의 정신안에는 나의 자아가 원하는 바의 쟁취를 위해 싸우려는 전사가 있다. 감정과 이성의 전쟁처럼 싸울 대상이 명확한 것도 아니고 어떤 대상하고 언제 싸울지도 모르지만 이 전사는 늘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전투태세를 갖춘 채 스스로 싸울 상대를 찾아나서는 용맹한 전사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나만의 사상체계’를 갖기 위함이다.
책을 읽고 저자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책으로 내게 와준 저자의 정신에서 배운 것을 내 삶에 적용하여 나만의 사고를 체계화하고
그것이 나의 삶을 담은 하나의 ‘사상'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내가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 목소리가 더 단단해지길,
그렇게 내 목소리에 세상이 조금이나마 이롭길 간절하게 원한다.
이를 위해 나의 위대한 전사는 전투를 벌인다. 자발적으로 벌인다. 안 싸워도 되는데 계속 싸운다. 끊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싸운다. 예상할 수 없는 적을 향해 무차별 공격도 마다 않으며 싸운다. 이러한 엄청난 내전은 나도 모르는 깊은 무의식의 명령에 의해 치러지는 것도 같다. 불현듯 눈앞에 펼쳐진 문장에서 나의 위대한 전사는 내 기억소대를 마구 헤집어서라도 오류를 찾아내는가 하면, 느닷없는 먼 곳의 소식이라도 잽싸게 낚아챈 후 내 사고에 파괴, 조정, 투입시켜 체계의 조직도를 바꾼다.
일상의 어떤 지점, 그러니까 노동, 학문, 언론 등의 현장에서 적들을 만나면 나의 위대한 전사는 더 가열차게 전투를 치른다. 내 온 몸을 전쟁터로 만들어 급기야 나의 자아가 걷는 길 위에 더 단단한 사상으로 구축시키고서야 아주 잠시 멈춘다. 사실 이 위대한 전사는 쉬지 않는다. 이렇게 나의 자아가 원하는 행동으로 내 정신과 신체가 변화되는 것을 확인할 때, 아주 잠시 멈출 뿐 결코 휴전이 없다.
그러데 희한하고 다행이다. 아무리 가열찬 소동이 온정신을 진동시키더라도 위대한 전사의 칼은 외부를 겨냥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의 온전한 자아의 정체를 훼손시킬 내면의 허술함을 건설하고자, 내면의 둔탁함을 깨고자, 내면의 무리수를 정리코자, 내면의 혼잡함을 체계화시키고자 외부의 적들을 내 안으로 유인, 내면의 나를 쳐부순다.
깨지고 무너지고 쓰러져 설사 사고체계에서 벗어나거나 사상으로 구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의 정직성과 집념과 집요, 진실과 진정성은 훼손되지 않으니 사실 파괴가 난무하나 재건설이 확실한, 패가 없는 전쟁인 것이다. 외부의 적을 내 안으로 끌고와 기어이 기존의 나를 파괴하고 새로운 나를 만들고서야 멈추니 결국 자아의 승리로 끝이 나는 전쟁.
빛이 있는 곳엔 어둠이 없고 어둠이 있는 곳엔 빛이 없듯이 전쟁이 있는 곳엔 평화가 없다. 내 속에도 평화가 없다. 위대한 전사들은 오로지 싸우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이들에게 전쟁이 없다는 것은 결국 자아의 죽음을 의미한다. 산다는 것은 진화한다는 것이며 진화는 변화를 유도하고 변화는 창조를, 창조는 기존질서의 파괴를, 파괴는 결국 전쟁중이라는 증명이다.
이쪽과 저쪽, 양쪽의 내전을 멈춰서는 안되는 이유, 평화를 제발 멀리해야 하는 이유는
혹여 감정과 이성의 승패가 잘못 결정되어 다리를 절게 할지도, 걸음을 되돌릴지도, 혀를 잘못 놀릴지도 몰라서다. 잠깐의 평화에 취해 있는 동안 나의 사고체계가 인식에 갇혀 굳어질지도, 타인의 주장에 현혹될지도, 굳어버린 사상에 곰팡이라도 필까봐서이다.
나를 해체해보니 이리 내 속이 시끄러운 전쟁중이었음을 나는 알아버렸다.
결코 패하지 않는 승리하는 전쟁만이 내 속에서 일어나야 한다.
이성과 감정의 전쟁에서 의식이 승자결정에 오류를 일으킨다면,
외부에서 투입된 지식에도 나의 사상을 재정립하려 시도하지 않는 정신이라면,
게다가 적당히 싸우고 말아버릴 의지라면
아!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나라는 사람의 인생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남의 인생의 거죽이나 핥으며 내 인생 돌려달라 투덜대는 꼴을 면하지 못할 테니까.
부러진 정신의 날개가 부스러기 던져주는 어떤 발끝에서 질척대며 울어 댈테니까.
제 아무리 목소리높여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 외쳐봤자 서사없는 내 인생에 귀기울일 이 하나 없을테니까.
이리하여
내 안에서 일어나는 전쟁이 동네 양아치들의 난장판인 것인지,
위대한 제국을 건설하는 전사들의 전투인 것인지,
내 인생의 끄트머리에서 증명될테다.
내 안에는 위대한 자아의 선한 건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충복이 있다.
내 안에는 내전에서 항상 승리만을 위해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위대한 전사가 있다.
내 안에는 평화에 등을 돌릴 지각있는 사랑과 전쟁에도 지치지 않는 믿음가득한 희망이 있다.
나는
짧은 평화를 원하고,
치열한 전투를 원하며,
휴전없는 내전에도 지치지 않는 용맹한 전사를 믿기로 했다.
나의 삶이 소중한만큼
나의 꿈이 간절한만큼
나의 미래가 창대한만큼
나의 모든 사랑이 위대한만큼
나의 전쟁은 더욱 가열차리라.
[지담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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