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부스러기를 흩뿌려
되돌아가기 쉽도록
주섬주섬
가루가 된 삶을 맛보다 보면
머릿속에서 길을 잃곤 해
이곳은 어디일까
주위를 둘러 보면
달콤한 초콜릿과 사탕으로 이뤄진 집이 보여
마당 딸린 전원주택이야
서둘러 문을 열어 봐
집안은 엉망진창이야
어질러진 소파와 식탁들
부스러기는 일부일 뿐이구나
아련한 기억은 사실 마녀였어
매번 찾아왔던 이 집을 이제는 불살라야 돼
헨젤과 그레텔은 망치로 집을 잘게 부숴
그러곤 오븐에 죄다 넣어 굽지
우리의 집이 활활 타고 있어
룰루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려
억지로
,
억지로
,
억지로
또 그렇게 부스러기를 흘리고 가네
삶의 조각을 두면서 앞으로 걸어갑니다. 다시 돌아가기 쉽도록 말이죠. 가루된 삶은 각설탕처럼 달콤합니다. 혀로 음미하며 천천히 되돌아갑니다. 도착한 곳은 제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제가 살았던 곳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었습니다. 진정으로 대단했던 순간으로 피신해봅니다. 사람들에게 인정 받았던 순간입니다. 도착한 곳은 제가 생각했던 곳과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었습니다. 삶은 과자 부스러기가 아니라 단 맛과 쓴 맛이 공존하는 오묘한 맛의 과자 한 봉지였습니다. 갇히지 않고자 불태웁니다. 활활. 번져가는 불이 현재로 오지는 않을 겁니다. 현재로 돌아옵니다.
흥얼거리는 콧노래. 억지로 노래를 부릅니다. 추억이 됐든, 고통이 됐든 돌아가고 싶습니다. 삶의 경사면은 미래 뿐만 아니라 과거로도 기울어져 있는 까닭입니다. 현재라는 산의 정상에서 과거로든 미래로든 사람은 굴러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마찰입니다. 내적 갈등에 부딪히고, 사포질하는 현실에 삶은 갈립니다. 부스러기를 놓지 말자던 인간의 다짐은 결국 부서지고, 그마저도 삶의 부스러기가 됩니다. 그 부스러기를 곱씹는 오늘입니다.
당신은 어디로 굴러가시나요. 구르는 일이 즐겁나요 혹은 힘든가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굴러가는 길에 단단히 박힌 조각돌 없기를. 부드러운 황토색 흙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