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안녕 친구야.
우리는 항상 불행에게 시달리고 있다. 불행이란 우리에게 삶을 좀먹는 존재라고 여겨지며 회피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지. 그래서 사람들은 병적으로 행복한 삶에 집착하게 되어있는데, 그런 너를 위해 또다시 이 편지를 써본다. 이 글을 읽고 아주 조금이라도 행복에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사람들은 흔히 이치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말들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 혹은 자기도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하여 우습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네가 이 글을 어떻게 받아들여도 좋지만 부디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어 미쳐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면 그런대로, 생각한 것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구나.
인생이란 불행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겉으로는 밝고 근심 걱정 없이 보이는 화기애애한 사람들도 모두 가슴 한편에는 썩어버린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니까. 우리는 세상의 온갖 불행에게 시달리게 되어있고, 그 불행 속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가게 되어있단다. 나는 알고 있어, 우리가 때로는 그 무게에 짓눌려 더 이상 살아갈 희망조차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는 걸.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우리를 공격하고 있지. 애석하게도 나는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처한 모든 경우의 수를 일일이 나열하며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는 없어. 그렇게 된다면 이 세상의 무한한 사건들을 나열해야 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우리가 가져야 하는 근본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서는 항상 이야기해 줄 수 있으니, 부디 이것이 너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짊어진 짐을 가지고 이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갖게 된 이 짐은 스스로 덜어낼 수 없고 남에게 위임해줄 수도 없지. 가난, 역경, 고뇌, 뜻하지 않은 시련처럼 운명의 장난이라 여겨지는 모든 고난들이 우리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게 현실이기 미련이니까. 누군가는 이런 삶이 싫어 삶을 외면하기도 하지. 그들은 인생을 외면하고 자신이 안전하다 여기는 곳에 자신만의 구역을 만들어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생활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오로지 쾌락이라 여겨지는 무언가를 쫓아 자신을 던지기도 해. 그러나 이건 자기가 안전하다 생각하는 것이고 자기가 좋다고 여겨지는 것이지, 이 세상은 단 한 번도 그것이 안전하고 좋다고 인정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즉,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외면하는 사람은 인생의 본분을 다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왜 그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하는지 의문이 솟아날 수밖에 없어. 내가 살겠다고 선택한 것도 아니고 그냥 태어났을 뿐인데 왜 삶을 지탱해야 하느냐고 말이야. 네 말이 맞다. 우리는 절대로 태어나겠다고 원한 기억이 없다. 고로 우리는 구태여 삶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타당해.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삶의 책임을 자진해서, 기꺼이 그 짐을 짊어진다면 우리는 충분히 삶을 살아갈 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야. 다른 사람에게 기생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괜한 피해를 입히지 않고 오롯이 나 홀로 이 세상을 상대로 우뚝 설 수 있게 된다는 뜻이지. 그럼 대체 왜 그 짐을 자진해서 짊어져야 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단다. 그것 왜에 대체 무슨 방법이 있니? 내가 나의 인생을 제대로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명확한데. 전자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고 후자는 내 인생이되, 다른 사람의 인생처럼 살아나가는 것이니까. 죽지 못해 살아간다면, 내 인생을 타인의 인생처럼 마지못해 살아가는 것 아닐까?, 그렇게 1분 1초를 낭비하며 어차피 살아가는 삶을 내 행복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건 비참한 삶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인생이란 낮과 밤처럼 분명한 무언가로 살아야 한다. 밝은 낮과 어두운 밤이 극명한 것처럼 우리의 삶도 나의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 남의 인생인 것처럼 살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해. 내 인생을 살아간다면 불행은 나의 것이 되지만, 행복 또한 오롯이 나의 것이 된다. 남의 인생인 것처럼 내 인상을 산다면 불행을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는 대신에 그만큼의 기대한 행복 또한 누릴 수가 없기 마련이지. 우리가 타인의 인생에 훈계질을 잘할 수 있는 건 내가 그 인생을 책임지지 않기 때문인데, 내 인생에 대한 책임이 없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무언가를 해내거나 감사할 줄 알고 만족할 줄 알아 행복할 수 있을까. 결국 인생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든다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반이 자연스럽게 마련되지 않을까. 행복이란 확고부동하여 남에게 양도할 수도, 빼앗길 수도 없는 것이니까. 다른 사람이 행복하다고 여길 때와 내가 행복하다고 여길 때가 다르기에 행복을 함부로 타인에게 줄 수 없어야 하지. 다른 사람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 악한 행동을 한다고 해도 우리는 결코 그것에 휘둘리거나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타인에게 행복을 빼앗겨서는 결코 안 돼. 내 행복은 오롯이 내가 짊어질 짐에 대한 대가니까.
이렇게 행복을 빼앗기지 않을 마음가짐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봐. 글을 읽으며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느껴졌으리라 생각한다. 한 편에 많은 생각을 담을 수는 없어서 그래. 하지만 계속 글을 이어 설명해주어 아주 조금이라도 삶에 보탬이 된다면 그건 기쁜 일이라 생각이 된다. 다음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