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난 그저 그런 찍먹 기자였다.

Let's be hugged to 안기자

by 안이오

[Epilogue. 난 그저 그런 찍먹 기자였다.]


군인, 기자, 교사, 작가.


이 글을 쓰는 2025년, 한국 나이 스물 여덟의 내가 거쳐왔다고 주장하는 직업이다.


그 중, 사실 명함을 내밀고 정식으로 거쳐왔다고 이야기할만한 것은 단 한 개도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ROTC로 군인, 지역신문 기자, 이제 2년차 교사, POD를 통해 내 지인 몇 사람만 아는 책 두 권을 출판한 작가.


누가 뭐라든. 나는 저 직업을 거쳐왔고, 저 직업일 때 나의 삶을 헌신적으로 바치고 생활하며, 진심으로 그 직업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시간을 보냈다고 자부한다. 그럼 됐다.


위 네 직업 중에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고, 미련이 많이 남는 직업이 기자다.


군인은 비록 ROTC 단기 자원이었으나, 장기 지원을 할 수 있는 가능성 속에서 공무원증을 받고 살아왔고, 또, 용사로 복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나의 선택과 노력으로 2년 4개월 이상의 시간을 군인으로서 살아왔기에 나의 자랑스러운 첫 직업이라고 당당히 밝힐만 하다.


교사도,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여 바로 6개월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를 만족스럽게 해냈고, 임용시험을 볼 수 있는 첫 기회에 감사하게도 시험에 합격하여 근무하고 있기에 나의 자랑스러운 직업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작가는 애매하다. 그럼에도, 이제 막 글을 쓰면서 출판물이라는 작은 성취도 이뤄낸 출발점에 있다고 생각해볼 때, 앞으로 꾸준히 글을 쓴다면 축적된 결과물로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할만한 직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가능성이 있는 현재진행형 직업이다.


하지만, 기자는 그렇지 않다.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투입해서 공신력 있는 시험을 통과한 것도 아닌데다가, 방송사나 중앙지처럼 명함을 내밀만한 소위 ‘네임드 언론사’도 아니었다. 또, 기자로서 예상했던 기간을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돌연 퇴사를 했고, 남들이 기억할만한 기사를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그래서 나는 자격지심이 있었던 기자였다.


“나는 기자였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 충분한 실력, 충분한 인지도를 가지지 못했던 나의 기자 생활을 돌이켜볼 때, 나는 그저 찍먹 기자였다. 기자는 그냥 찍먹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시대가 지날수록 기자와 언론에 대한 인식은 나빠짐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자로서의 사명감이나 기자로서의 마음가짐이 주는 고귀한 직업의식이 있다고 믿고 산다. 나처럼 잠시 거쳐 가고 나서 기자라고 이야기해도 될만한 가벼운 직업이 아니다.


그래서 아쉬움, 미련이 깊게 남는다. 좀 더 잘할걸. 좀 더 노력할걸. 좀 더 진심으로 열정을 다하고, 좀 더 기자에 내면화되어 집중하고 도전해볼걸. 이런 생각이 퇴사한 지 1년이 지나 다른 직종에 있음에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미련이다.


나는 그저 그런, 찍먹 기자였다.


그래도, 나는 그 시기의 내가 참 대견하다. 타지에서 스스로 길을 개척했고, 나름의 인정을 받았고, 무엇보다 내 스스로는 그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내가 속한 회사에 대한 소속감, 배우고자하는 열정이 충만했던 시기였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수많은 훌륭한 기자님들과 같이 기자생활을 했다고 말할 수 없는 그저 그런 기자였으나, 나는 때론 ‘안 기자님’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시절의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나의 직업 기자.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고생했고 잘 하고 있다고 꽉 한번 안아주고 싶다.


이로써 [Let’s be hugged to be 안기자]를 마칩니다.


※ 다음 연재 예고 : [칠성부터 인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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