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마케팅의 비밀을 열다], 한스-게오르그 호이젤
고객에게 이성보다 감정으로 호소해야 한다.
섣부른 영업사원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하나 있다. 제품을 팔려면 제품을 잘 알아야 하니 회사 교육에서 배운 제품의 상세한 장점만 고객에게 알려주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고객은 제품의 장점만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 그날의 날씨와 컨디션, 무드 등 그날의 감정에 따라 제품을 구매한다.
비 오는 날, 상사에게 시달려 하루종일 고생한 날, 승진시험에서 떨어지고 아내에게는 바가지 긁힌 아저씨에게 무슨 술을 권하는 게 맞나? 밸런타인 27년 산이 낫나 막걸리가 낫나? 물론 취향의 차이는 있겠으나 막걸리가 맞지 않을까? 노련한 영업사원이라면 고객의 성향, 가치관, 그날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제품을 권할 것이다.
마케팅도 이제는 고객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거 제품의 우수성만을 강조하던 마케팅은 이미 한물간 마케팅이다. 제품이 구매를 호소하는 고객들은 누구인지, 또 고객들이 원하는 디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고객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브랜드이미지는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마케팅을 진행한다. 이런 마케팅 중 최근 뇌과학과의 접목을 통해 고객의 이성보다 감정을 중시하는 마케팅 방법이 있는데, 이를 감정강화마케팅이라 한다.
감정강화마케팅의 대가인 한스-게오르그 호이젤박사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감정요소가 다양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우리가 제품을 구매하면서 제품을 구매한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구매자의 70~80%는 자신이 제품을 구매한 이유를 정확하게 모른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구매했을 뿐이다.
이처럼 이성보다 감정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고객의 모습이라면 감정강화마케팅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인가? 감정강화마케팅은 고객이 이성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기보다는 다양한 감정적 요인들이 겹쳐져 무의식으로 제품을 구매하게 되니, 고객들의 감정요인들을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그에 맞는 제품의 디자인과 브랜딩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뇌과학적으로 사람의 행동은 크게 세 가지의 감정요인에 의해 촉발된다고 한다. 그 세 가지는 자극, 균형, 지배의 감정이다. 첫째 자극의 감정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도전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유형이다. 둘째 균형의 감정은 안정감을 중시하고 변화보다 질서를 추구하는 감정유형이다. 셋째 지배의 감정은 성취를 중시하고 권력을 행사하고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감정유형이다.
이 세 가지 감정 유형은 사람마다 딱 한 가지씩만 중시되지는 않는다. 세 가지 감정유형의 혼합으로 자극-균형의 관점, 균형-지배의 관점, 지배-자극의 관점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자극-균형의 감정유형의 사람들은 문학적이고 사교적이며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균형-지배의 감정유형의 사람들은 청결하고 끈기가 있으며 엘리트주의적 사고를 중시한다. 마지막으로 지배-자극의 감정유형의 사람들은 모험성과 용기를 중시하면서도 사치와 무절제한 소비를 긍정한다.
그럼 이런 감정요소들에 따른 고객분류를 통해 감정강화마케팅은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가? 답은 고객감정요소에 맞는 적절한 가치와 개념을 마케팅에서 잘 접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프린트를 예로 들어보자. 내가 프린트를 팔아야 하는 주된 고객층이 자극 유형의 고객이라면 프린트가 한정판임을 강조해 제품의 희소성(scarcity)을 마케팅의 주된 포인트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주된 고객층이 지배 유형의 고객이라면 효율적이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를 추구하는 고객의 감정에 착안하여 얼마나 할인(discount)되고 있는지를 중요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균형 유형의 고객이라면 내가 제품을 샀을 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잘못된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지 걱정하는 사회적 감정(social proof)을 미리 헤아려 리뷰나 평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감정강화 마케팅의 전체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극 중시형
지배 중시형
균형 중시형
희소성
경제성
사회적 안정성
한정판 행사
할인행사
리뷰등록행사
이제는 마케팅도 감정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우선시되는 현대예술의 조류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면 이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 뇌과학적인 실체로서의 감정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사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마케팅은 제품을 잘 팔리게 하지 않는다. 무의식으로 제품을 집어 들게 만드는 마케팅이 진정으로 제품을 잘 팔리게 한다. 무의식적인 행동이란 무엇인가? 나도 모르게 감정이 앞서 생각하기도 전에 행동부터 하게 만드는 것을 무의식적 행동이라 말하지 않던가? 감정강화마케팅은 고객에게 이런 무의식적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