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동습관
나는 우리 암장 출석률 1등이다. 주말에 암장이 쉬기 때문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간다. 만약 평일 약속이 생긴다면? 약속 시간을 늦춰 운동을 끝내고 간다. 처음에 이런 나를 보고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 하루정도는 운동을 빠지라고 권했다. 하지만 한번 빠지면 계속 빠지고 싶은 것! 나는 단호하게 친구들의 요청을 거절했고 이제 내 친구들은 이런 나를 이해한다. 그래서 우리의 약속은 항상 내가 운동을 끝나고 만나거나 친구들이 먼저 만나고 있고 나는 운동을 끝내고 늦게 합류한다. 이런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랑하는 친구들아. 고마워!!
센터장님은 나를 보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 처음 왔을 땐 한 달도 못 버티고 그만 둘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래 다닌 것도 모자라 출석률 1위라니 너 개근상 줘야겠다. 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끈기라고는 쥐뿔도 없던 내가 그것도 운동으로 출석으로 1등이라니!! 학교에서도 못 받아본 개근상 센터에서 받게 생겼습니다. 여러분!
내가 매일 운동을 간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한다.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매일 다닐 수 있는지 비법이 있냐고 묻는다. 비법을 물으신다면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사실 나도 운동가기가 너무나 싫다. 여기서 말하는 건 운동이 싫다는 게 아니라 운동. 가. 기. 가. 싫다는 것이다. 암장을 들어가면 누구보다 신나고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 있지만 그 앞까지 가기가 너어어어어어무 힘들다. 진짜 누군가 순간이동 장치를 만들어서 나를 암장 앞으로 대려다 줬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매일 한다. 이런 상상 저만 하는 거 아니죠?
더군다나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주부이다. 가끔 알바를 할 때가 있는데 이때는 운동을 가기 참 편하다. 이미 나갈 준비가 다 되어 있기 때문에 일이 끝나면 바로 그 상태로 운동을 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만 있는 반 백수의 주부는 씻지 않고 있기에 운동을 가기 위해 씻어야 하는데 이게 진짜 너어어어어어무 귀찮다. 어차피 땀 흘리며 운동을 하니 안 씻고 가도 되지 않느냐 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씀! 상태가 어느 정도야 그냥 가죠. 집에 있는 저는 망나니 인걸요. 다른 사람의 안구 보호도 중요하잖아요. 전 그래도 예의 바른 여자인걸요.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사람은 22일 동안 그 행동을 반복하면 그 행동이 습관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거 다 개소리다. 습관은 무슨! 그런 건 정말 대단한 사람들만 가능한 일이다. 나 같은 평민들은 진짜 조금만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으면 나도 갖가지 핑계를 만들어 운동을 안 가려고 한다. 심지어 진짜 안 가기도 한다. 이렇게 운동가기가 힘든데 나는 어떻게 주 5일을 계속 가는 걸까?
일단 첫 번째로 운동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신기하게 하루라도 빠지면 운동이 진짜 안 된다. 사실 매일매일 가도 안 되는 날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때는 매일 와서 안 되는 거라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 그러나 별 다른 약속도 이유도 없이 운동을 빠졌는데 운동까지 안 된다? 이날은 뭐 핑곗거리가 없다. 다 내 잘못인데 누굴 탓하리오. 누구보다 운동을 잘하고 싶은 마음, 빨리 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나에게는 그 타격이 너무나도 크다. 진짜 자책감과 좌절감으로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느낌?! 그래서 운동을 빠지고 싶은 날 나에게 묻는다. 너 내일 운동 더 안 될 텐데 그 우울감 그 좌절감 감당 할 수 있니? 물론 진짜 가기 싫은 날은 이 마음에 소리에 지긴 하지만 대부분은 이 마음에 소리에 몸을 움직인다. 멋지다. 나시끼!
둘째 운동을 같이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진짜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움직이기도 싫은 날이 있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이기지 못하고 지는 날. 오늘은 운동을 빠져볼까?라는 마음을 가지려는 찰나 어김없이 S에게 전화가 온다. 언니 운동가시죠! 그럼 나는 갖가지 이유를 대며 운동을 안 갈 이유를 S에게 말하지만 결국 지고 S를 따라 운동을 간다. S가 무섭냐고? S에게 대단한 이유가 있냐고? 아니다. 오히려 간단한 이유 덕에 S를 따라 운동을 간다. 사실 운동 가자는 전화는 S가 아닌 내가 주로 한다. S가 갖은 핑계로 운동을 안 가려고 하면 내가 단호하게 S를 끌고 운동을 간다. 평소에 이런 행동을 해왔기에 나는 별다른 저항 없이 S를 따라 운동을 갈 수밖에 없다. 사람은 주는 대로 받는다는 말 이럴 때 쓰이는가 봅니다. 여러분 착하게 삽시다.
셋째, 완등에 대한 꺾이지 않는 의지이다. 사실 이 의지는 항상 발동이 되는 게 아니라 특정 기간에 발동된다. 우리 암장의 문제는 최대 두 달 혹은 한 달에 한 번 바뀐다. 문제를 바뀌기 일주일 정도 전이면 센터장님은 은근슬쩍 말씀하신다. 이제 문제 바꿔야겠다. 이 말을 듣기 전 완등을 끝냈다면 사실 별 생각이 없다. 오히려 빨리 새로운 문제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하다. 하지만 내가 완등을 하지 못했다면? 이때부터 완등에 대한 의지가 활활 불타오른다. 내가 저 문제가 띄어지기 전 완등을 한다! 너 완등도 못하고 저 문제 보내줄래? 이 두 가지 마음만 있다면 나는 움직이지 싫었던 몸을 일으킬 수도 씻기 싫어서 미적거리던 거리던 행동도 고칠 수 있다. 역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의지이다.
결국 생각해 보면 이 모든 이유보다 중요한 건 클라이밍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단 하루라도 안 볼 수 없기에 매일 운동을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가끔 내가 봐도 내가 너무 무모해 보이는 날도 있다. 몸이 진짜 아픈 날에도 끙끙 거리며 암장에 간다. 가서 내가 직접을 운동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운동을 지켜본다. 그것만으로 너무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열심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면 그들의 열기에 내 몸이 나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집에 돌아오면 다시 아프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조금은 과하게 클라이밍에 미친 나. 근데 살아가면서 무엇인가에 미쳐 있는 거 푹 빠져있는 거 너무 멋있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죠? 여러분은 무엇에 푹 빠져계신가요? 아무것도 없으시다고요? 그렇담 클라이밍의 세계로 입문 어떠시렵니까? (클라이밍 영업 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