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7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지는 거 아니었어요?
운동 후 체중 변화
어려서부터 다양한 운동을 하긴 했지만 천성 상 금방 질려해 한 운동을 오래 해본 적이 없다. 신은 나에게 호기심과 시작하는 결단력은 주셨지만 오래 지속하는 끈기를 주시진 않으셨다. 그래서인지 아님 체질상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내 몸은 운동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처럼 근육보다 지방이 가득했으며, 운동을 해도 웬만하면 근육이 잘생기지 않는다.
결혼 전 이쁜 몸으로 웨딩드레스를 입겠다고 신랑과 함께 헬스를 다닌 적이 있다. (이것도 고작 3개월) 평소 나는 유산소 운동을 즐겨하는데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근육이 잘 늘지 않는다고 하여 운동을 가면 여러 가지 기구를 통한 근력 운동을 했다. 그렇게 열심히 3개월을 운동하고 인바디를 쟀지만 내 근력량은 1KG도 늘지 않았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신랑이 내 인바디를 보고 사람이 어찌 이럴 수 있냐며 보고 놀랐다.) 그래서 각종 매체에 보이는 몸 좋은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만 했을 뿐 저 몸이 내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역시 나는 자기 객관화는 참 잘한다.
내가 한참 클라이밍을 시작할 시점, 내 몸무게는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찍느냐 마느냐 그 기로에 서있었다. 결혼하면 살이 찐다고 하더니 한번 찌기 시작한 살은 그 끝을 모르고 늘기 시작했다. 거기다 아빠의 간병 이후 약해진 멘털을 먹는 것으로 풀었더니 이러한 상황까지 도달한 것이다. 남들에게 클라이밍은 건강과 멘털 회복을 위해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그 이면에는 다이어트라는 말 못 하는 이유도 존재했다. 어쨌든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무려 3개월 동안 주 5일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에 나갔다. (이건 나에게 거의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러다 보니 몸에 근육이 붙는다는 느낌과 가벼워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고 올라가기도 싫었던 체중계와 드디어 만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두근두근..
긴장하며 체중계에 올라선 순간. 내 눈에 보인 숫자는 날 놀라게 했다. 와! 이건 꿈일 거야. 내 몸무게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보다 무려 3킬로가 더 쪄있었다. 심지어 내 눈에 보이는 그 숫자는 인생을 살면서 체중계에서 본 숫자 중 가장 큰 숫자였다. 살이 쪘다고? 나 그렇게 열심히 운동했는데? 가볍다고 느껴진 건 순전히 내 착각인 거야? 나는 말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 순간을 회상하면, 운동을 하고 처음으로 운동에 대한 의지가 살짝 꺾인 순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날 암장으로 운동을 간 나는 운동은 뒷전인 체 여자 회원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 당시 우리 암장의 여자회원은 나 포함 4명이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질까요? 저 오늘 몸무게 재니까 3KG이나 늘었어요.”
“언니, 저도 시작하고 무게 늘었어요. 근데 그거 다 근육일 거 에요 걱정 말아요.”
“저도 시작하고 무게 많이 찌던데요. 근데 지금도 안 빠져요.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해요”
“나는 살은 좀 빠진 거 같은데.. 팔 근육 때문에 옷이 안 맞아.”
“난 등 근육!”
나의 말에 나머지 여자 회원들은 하나같이 체중이 늘었다며 당연한 거라고 말했다. 거기다 체중이 빠져도 근육 때문에 옷의 치수는 더 커지거나 변화가 없다고 했다. 헉. 도대체 왜 클라이밍은 단 하나도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거지? 진짜 매력 있어!!(역시 난 제정신은 아니다.)
그렇게 한동안 내 몸무게는 인생 최대 몸무게에서 줄지 않았다. 줄지 않는 몸무게에 처음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벼워지는 느낌은 계속 들었으며 근육이 붙는 게 느껴졌기에 이건 살이 아니고 근육이다!라는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체중계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안녕 체중계야.. 우리 한동안은 만나지 말자.
시간은 어느덧 흘러 운동을 한 지 6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전 세계를 강타했지만 나와는 상관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코로나가 나에게도 찾아왔다. 냄새도 맡지 못하고 음식 맛도 느끼지 못하니 식욕이 떨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지사, 일주일 동안 참 많이 아팠지만 나는 음식에 거의 입도 대지 못했다. 코로나에 걸린 나는 집을 나가지 못하는 것도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도 아픈 것도 전혀 서럽지 않았지만 운동을 가지 못 하는 게 너무나도 서러웠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들은 S와 암장 친구 Y는 나보고 역시 당신은 클창이었어! 하며 놀려댄 건 안 비밀!
길고 긴 일주일간의 격리를 끝나고 나는 바로 암장에 운동을 하러 갔다. (내가 봐도 나 클창 맞다) 오랜만에 홀드를 잡으니 전완근은 터질 것 같았고 평소에는 쉽게 푸는 문제도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또 혼자 좌절 모드로 구석에 처박혀 있으려는 순간 오랜만에 암장을 나온 선배님(우리 암장은 먼저 들어온 회원에게 선배님이란 호칭을 쓴다) 한 분께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안 본 사이에 살 많이 빠졌네?”
“네 제가요?”
“역시 클라이밍은 다이어트에 좋은 운동이라니까!”
선배님은 내가 새로 알게 된 상식과 또 다른 이야기를 하셨다. 클라이밍이 살이 빠지는 운동이라니요. 선배님 저 운동 시작하고 3KG이 쪘는걸요? 나는 이 말을 입안으로 삼키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근데 생각해 보니 코로나가 걸리기 전부터 매일 보는 사람들은 그런 말이 없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다 살 빠졌지?라고 물어왔다. 나는 항상 아니라고 운동을 해서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말해왔다. 그들이 그냥 빈말을 하는 거라 여겼었는데 왜인지 이번 선배님의 말은 진심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또 상처받을지 모르지만 다시 한번 멀어진 체중계와 재회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또 오랜만에 올라간 체중계는 날 방긋 웃게 했다. 마지막 몸무게를 쟀을 때보다 무려 8KG이나 빠져있었던 것이다. 코로나 기간에 못 먹기는 했지만 그전까지 나는 식단 조절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그 음식이 무엇인지 상관하지도 않고 먹었고 종종 야식도 먹었다. 그런 내가 이렇게 많이 빠지다니! 아 진짜 이러니 클라이밍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역시 넌 지상 최고의 운동이야!!
클라이밍은 아무래도 손으로 내 체중을 버티는 운동이다 보니 체중이 상당히 중요하다. 체중이 적게 나갈수록 유리한 것은 당연한 상식. 코로나가 끝나고는 오랜 기간 쉬어서 운동이 안 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전보다 운동이 잘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루에 한 끼는 샐러드를 먹는 등 식단 조절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렇게 관리를 계속하니 지금 나의 몸무게는 클라이밍을 시작하고 처음 쟀을 때의 몸무게와 비교하여 12KG 이상이 빠졌다. 그래서 밖에 나가면 난생처음 너무 말랐어요 라는 소리를 듣는다. 아 내가 이런 말을 듣는 순간이 오다니 짜릿하다. 그보다 더 짜릿한 건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도 이제 팔 근육이 생겨 팔이 쩍쩍 갈라지는 것은 물론이요. 아주 미약하지만 등근육도 생겼고 배에 흐릿하긴 하지만 복근이 생겼다. 여러분 제가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복근이란 걸 갖게 되었습니다.
난생처음 갖게 된 근육에 하루에도 몇 번씩 신랑에게 배를 까보이고, 팔을 굽혀 내 알통을 만지게 하고 등 근육을 자랑한다. 처음에는 멋지다고 날 응원해 주던 신랑도 이제는 귀찮은지 어어 대단하네 이제 좀 그만해 아까도 했잖아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반응에도 나는 지치지 않고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세상을 살며 나는 항상 저질체력이다. 근육이 붙지 않는다 라며 좌절만 해왔었다. 하지만 그건 다 끈기 없이 운동을 하지 않고 금방 포기한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무슨 운동이든 열심히 오래 지속만 한다면 누구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몸매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나는 이제 믿는다. 그러니까 여러분 저와 함께 클라이밍 하지 않으시렵니까? (클라이밍 영업 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