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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Apr 02. 2023

EP.10 저기.. 볼더링 한 번 같이 가실래요?

– 새로운 클라이밍 세계, 볼더링

  모르는 사람들에게 클라이밍을 한다고 하면 다 내가 볼더링을 한다고 생각한다. (볼더링은 같은 색깔의 홀드를 손으로 잡고 발로 밟아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운동) 하지만 내가 하는 운동은 리드를 기반으로 하는 지구력 운동! (지구력은 다양한 홀드를 사용하여 올라갔다 내려왔다를 반복하는 운동)     

 

 처음에는 내가 하는 지구력도 따라가기 힘들어서 볼더링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클라이밍 하면 볼더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유튜브에 클라이밍을 치면 거의 대부분의 영상이 볼더링 영상이다 보니 볼더링에 스물스물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같은 운동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저 운동 저것도 다른 암장에 가서 도전해 봐? 한동안 잠잠했던 나의 도전 욕구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 암장에도 볼더링 문제가 있긴 했다. 그럼 그걸 하면 되지 왜 볼더링 암장에 눈독을 들이냐고요? 우리 암장 문제는 제가 손도 못 대는걸요.(이제 손은 댑니다...) 우리 암장의 볼더링 문제는 난이도 극상이라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암장의 볼더링 문제를 단 한 문제도 완등한 적이 없다는 슬픈 전설을 유지 중 이거든요. 난 언제쯤 우리 암장의 볼더링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볼더링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혼자 가기엔 좀 두렵기도 하고 볼더링에 대해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선뜻 다른 암장을 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으니 바로 길고 긴 명절이 온 것! (우리 암장은 빨간 날은 무조건 쉰다) 평소 클창의 기운을 가득 가지고 있던 S와 암장 친구 Y는 긴 명절 기간 운동을 못하는 걸 참지 못했다. 그런 그녀들을 나는 살살 꼬셨다. 우리 볼더링 암장 가자!! 나의 말에 그녀들은 단박에 콜 했고 나는 여태껏 모르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뜰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가게 된 볼더링 암장.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내가 느낀 건 젊음이었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운동복에 다들 들고 있던 휴대폰 카메라와 삼각대. 여기 늙은 내가 와도 되는 곳 맞지? 집에서 입던 운동복만 들고 간 나는 조금 주눅이 들긴 했으나 아줌마는 절대 그런 티를 내지 않지! 나는 같이 간 암장 친구들과 함께 볼더링 암장을 당당하게 구경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간 볼더링 암장은 다른 볼더링 암장에 비해 큰 편은 아니었지만 우리 암장보다는 크고 높았다. 와 저 높이까지 올라가는구나! 평소 보지 못한 높이에 홀드는 얼마나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띠고 있는지.. 예쁘다 예뻐! 감탄하는 나와 달리 이미 볼더링 암장에 다녀간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덤덤하게 볼더링 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같은 색의 홀드만 써서 올라가는 거예요. 완등 방법은 똑같아요. 탑 홀드 양손으로 잡고 3초. 난이도는 무지개 색으로 되어있는데 빨간색이 제일 쉽고 보라색이 제일 어려워요.”     


 내가 볼더링 암장을 처음 간 그때 나의 클라이밍 경력은 고작 3개월 차. 도대체 난 어떤 난이도부터 해야 할까? 모르면 뭐다? 젤 쉬운 것부터 하면 되지!! 나는 빨간색 문제부터 차근차근 도전하기 시작했다.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쉬운 난이도의 문제를 하나씩 격파해 나갔다. 쉽네 쉬워 3개월 동안 꾸준히 운동한 보람이 있구먼..!     

 

 볼더링은 볼더링만의 매력이 있었다. 우리 암장은 한 문제당 최소한 10분이 걸리고 10분 동안 매달려있기에 전완근 펌핑이 엄청나서 그만큼 쉬어야 하는데 여기는 한 문제당 완등까지의 시간이 짧다 보니 전완근 펌핑도 별로 없고 바로바로 붙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전완근 펌핑이 똑같이 온다.) 평소에는 이렇게 운동할 수 없기에 나는 문제를 완등하면 바로 다음 문제로 달려갔고 또 그 문제를 완등하면 바로 다음 문제로 향했다. 이 동네의 에너자이저 바로 접니다.!!     


 그렇게 딱 중간 단계인 초록색 문제쯤 도착하니 딱 감이 왔다. 여기구나! 내가 안착해야 할  문제. 적당히 어려우면서도 조금만 노력하면 풀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그렇게 나는 오늘 초록색 문제를 다 격파하자 마음을 먹고 하나씩 차근차근 문제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같은 초록색이라도 어떤 문제는 너무 쉽게 풀렸으며 어떤 문제는 나를 괴롭혔다. 그날 내가 모든 초록색 문제를 격파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확하게 기억나는 느낌 하나!      


와! 볼더링 너도 참 매력 있구나!      


 그렇게 나는 볼더링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볼더링은 내가 하는 운동과는 달리 다양한 난도가 있어 초보자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기에 나는 친구들, 가족들을 꼬셔 볼더링 암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평일에 주 5일은 우리 암장에서 운동을 하고 우리 암장이 쉬는 주말에 지인들과 볼더링 암장으로 갔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진정한 클창으로 거듭난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소개하는 즐거움과 높은 곳에 존재하는 탑홀드를 잡았을 때의 그 짜릿함. 저 난이도는 도저히 못 할 줄 알았는데 했을 때의 그 성취감! 다른 사람들은 풀지 못한 문제를 내가 한 번에 풀었을 때의 쾌감! 볼더링은 기존에 내가 하는 운동과 다른 감각의 행복감을 나에게 줬다. 거기다 운동 문외한이었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운동을 가르칠 수도 있고 그들보다 월등히 잘할 수 있다니! 이런 기분 너무 좋다. 역시 클라이밍은 그게 무엇이든 사랑입니다.      


 그렇게 나는 볼더링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집 근처 볼더링 암장만 다녔지만 시간이 지나니 남들이 한다는 볼더링 원정도 하고 싶어졌다. (각기 다른 암장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 그렇게 저는 볼더링 원정도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새로운 암장이 주는 낯선 긴장감. 각각의 암장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문제는 나를 언제나 만족시켜 줬다.      


 하지만 친구가 없는 난 결국 볼더링 메이트를 구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왜 내 주변인들은 하나 같이 다 클라이밍을 싫어할까?)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나는 예전에 쭈뼛대던 그 아줌마는 집어던져버리고 컬러풀한 운동복 차림을 하고 한 손에는 삼각대를 든 체 원정 운동을 갔다. 역시 운동은 역시 운동은 격식을 맞춰 다녀야지! 하고 말이다. 네 맞아요 저는 누가 뭐래도 클라이밍에 미친 사람입니다. 


 사실 요즘은 예전처럼 볼더링 암장에 잘 다니지 않는다. (역시 나는 호기심만 많지 끈기는 없다.) 아무리 볼더링이 재미있다 한들 내가 하는 지구력에는 못 미치기에 평일에는 내가 다니는 암장에 출석을 하고 주말에 운동을 가는데 볼더링 암장은 주말이 특히 사람이 많다. 사람이 많다 보니 각 문제마다 대기가 길어지고 그러다 보면 운동을 하는 건지 내가 사람 구경을 하는 건지 몰라 현타가 왔기 때문에..     

 

그런데 또 오늘 이 글을 쓰다 보니 나 또 볼더링 암장 가고 싶네? 이번 주말 저랑 볼더링 원정 가실 분? 어디든 제가 달려가겠습니다. 불러만 주십시오!!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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