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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Apr 14. 2023

ep.12 아름다웠던 손은 이제 안녕

- 굳은살

 클라이밍 이후 내 몸은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키가 큰 것은 물론이요 몸에 근육도 붙었으며 심지어 몸무게도 10kg 이상이나 감량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주위 모든 사람은 클라이밍에 관심을 갖는다. 이게 그렇게 좋은 운동이야? 하면 나는 씩 웃으며 당연하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주위 단 한 사람도 클라이밍을 시작한 사람이 없다. 왜냐고?       


 나는 한참 클라이밍의 장점을 양손을 써가며 이야기하는데 그들은 이야기 도중 내 손을 본다. 열 손가락 가득한 굳은살 혹은 굳은살이 벗겨져서 난 상처. 그걸 보자마자 그들은 아주 조금 가졌던 관심마저 거둬간다. 얘들아. 이거 별거 아니야. 이 정도는 뭘 해도 생겨!! 다급한 나의 외침은 그들에게 닫지 않는다. 얘들아 내 목소리가 안 들리니? 쳇! 그래 내 손이 문제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곱게 키우지는 않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무시한 체 혼자 오롯이 곱게 자랐다. 못 먹는 음식도 가리는 것도 많다. 거기다 힘든 일은 죽어도 하지 않는다. 부모님은 야생의 들꽃처럼 내가 크길 바라셨지만 나는 혼자 온실 속 화초처럼 컸다. 그렇기에 내 손은 곱디 고우며 상처 하나 없이 가녀렸다. 진짜 누가 봐도 고생 한 번도 안 한 손 그게 내 트레이드 마크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운동하는 걸 모른 사람들과 처음 악수를 하면 손을 잡자마자 상대방은 놀란다. 그런 상대에게 장난으로 저 공사장 막노동판에서 일해서 손이 좀 그렇죠? 하고 찡긋! 하면 그들은 아 고생 많이 하셨구나 하며 나를 불쌍하게 쳐다본다. 하하하하. 그걸 믿을 줄이야. 장난이에요라고 다급하게 말해보아도 그 말을 거짓말로 믿는 세상. 아놔 제가 몰골이 그렇게 힘들게 산 것처럼 보이시나요? 저 곱게 자랐다니까요? 하하하하     


 아무래도 클라이밍은 맨손으로 다양한 모양과 굴곡을 가진 홀드를 잡기 때문에 손에 굳은살이 잘 잡힌다. 이 굳은살이라는 녀석은 얄궂게 한 번 생기면 끝이 없이 늘기만 하지 줄지 않는다. 거기다 손가락 힘만을 이용해 잡는 홀드도 있다 보니 손가락에도 근육이 붙는다. 손가락에도 근육이 있다는 사실 너무 놀랍지 않아요? (나만 놀랍나?)     


 앞서 말했지만 클라이밍으로 많은 체중 감량을 한 나. 당연히 손가락 살도 빠졌겠지 라는 생각으로 결혼식 이후 살이 쪄 서랍 깊숙이 숨겨놓았던 나의 결혼반지를 꺼냈다. 다시 낄 생각에 행복해하며 반지를 껴보았지만 야속하게도 반지는 여전히 들어가지 않았다. 손가락 살은 빠졌지만 근육이 생겨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 아이러니한 사실! 얘야 너는 이제 다시 평생 못 보겠구나. 안녕. 우리 좋은 추억으로 남자.     


 가끔은 예쁘고 가녀렸던 내 과거의 손이 그립기도 하다. 클라이밍을 그만 두면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선택지는 아직 나에게는 없다. 그렇기에 나는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열손가락 굳은살 가득한 손! 뭔가 열정적이고 전문적이지 않아? 그래 이게 더 멋있는 거야! 나는 나를 참 잘 다루는 것 같다.     


 클라이밍을 하기 전까지 나는 살면서 굳은살이 생긴 적이 없다. 남들이 다 생긴다는 발 뒤꿈치에도 굳은살이 생기지 않았었다. 그러니 당연히 굳은살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나이만 먹었지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건 다 예전 이야기. 이제 굳은살은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평생 함께 할 운명. 그렇기에 이제 누구보다 이 아이를 잘 다룰 줄 알게 되었다.     


 운동을 가기 30분 전, 서랍장에서 다양한 손톱 정리기와 발 각질 제거기를 꺼낸다. 그리고는 책상에 티슈 한 장을 깔고 나는 경건한 작업을 시작한다. 바로 나의 반려자를 잘 관리해 주는 일. 예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만 해줘도 충분했으나 요즘은 매일매일 해준다. 그래야 운동할 때 조금이라도 덜 아프다.      


 시작은 큐티클 제거기로 각질을 파낸다. 예전에는 그냥 사포로만 밀어도 없어지던 녀석이었지만 이 녀석 요즘 내가 좋은지 사포 따위로는 나를 떠나지 않으려고 하여 우선 큐티클 제거기로 살살 제거해 준다. 이때 힘 조절은 필수. 가끔 힘을 세게 줘서 파내면 생살도 같이 파져 피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아기 다루듯이 살살 각질을 제거한다. 그렇게 일차 작업 완료. 여기까지 약 1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는 꺼낸 발 각질 제거기로 남은 각질을 제거한다. 제거하다 보면 내 각질이 날아다니는데 나는 그때마다 말한다. 와 아직도 겨울인가 봐 하늘에서 눈이 내려. 보통 혼자 있을 때 각질 제거를 하지만 가끔 신랑이 있을 때 할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신랑은 나를 쳐다보며 혀를 쯧쯧 차며 안쓰러워한다.


“쟤 클라이밍을 하더니 미쳐가고 있어.”     


 그렇게 발각질기로 굳은살을 제거하면 손은 이쁘고 깨끗한 손이 되어있다! 면 얼마나 좋을까? 슬프게도 각질은 다 제거해 주면 안 된다. 그럼 손이 아파 운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 적당한 의 각질을 적당하게 제거해 주어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단어 적당히. 그렇다. 그렇기에 여전히 나는 적당히의 감을 잡지 못해 가끔 각질제거를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적게 해서 운동을 가면 여전히 손이 아프다. 역시 클라이밍은 예측이 안 되는 운동이라니까?     


 이렇게 관리가 끝난 손에는 핸드크림을 발라준다. 클라이밍을 하기 전 나는 핸드크림 따위는 가지고 다니지 않는 상여자였다. 간혹 가다 핸드크림을 선물 받아 사용하긴 했지만 한 개의 핸드크림을 끝까지 써본 기억이 없다. 항상 다 쓰기 전에 어딘가 잃어버리기 때문. 원래 핸드크림은 계절마다 선물 받거나 사는 제품 아닌가요? 하지만 이제 내 인생에 핸드크림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남들이 다 쓰는 겨울은 물론이요 손에 땀이 가득 차는 한 여름에도 말이다.      


 이놈의 굳은살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라 조금만 손이 건조해지면 갈라진다. 굳은살이 갈라지면 얼마나 아픈지 아시나요? 진짜 상상도 하기 싫을 만큼 아프답니다. 거기다 건조함은 계절과 상관없이 제멋대로라 계절을 타지도 않는다. 그래서 요즘 내 외출 필수품은 핸드크림이다. 밖에 나갈 때면 지갑보다 핸드크림을 챙겼는지 먼저 확인하고 혹시도 챙기지 않은 날이면 불안에서 덜덜 떤다면 말 다 한 거 맞죠?     

 

 사람들이 받기 싫은 생일선물 1순위가 핸드크림이라고 한다. 너무 많이 받기도 하고 잘 사용하지 않아 계속 쌓이기만 한다고.. 그런 분들에게 저는 클라이밍을 추천드립니다. 핸드크림 한통 한 달이면 다 씁니다. 제가 보장해 드리지요. 하기 싫으시다고요? 그럼 저희 집으로 보내주세요. 저희 집 주소는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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