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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Jan 26. 2022

결혼 권장 프로젝트

ep.2 결혼을 준비하던 그때의 이야기 part.1

보통의 부부들은 결혼을 준비하며 많이 다툰다고 한다. 한정된 돈에 사야 할 것 해야 할 것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둘의 사랑이 부족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현실 앞 거의 처음 경험해 보는 무기력함에 자신에게 할 모진 말이 상대방에게 향하는 것이다. 나 역시 싸움 한 번 없이 결혼했다면 거짓말이다. 다른 부부들보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한 우리 부부였기에 이상이 높지도 않았는데 그 이상을 포기해야 할 때면 찾아오는 좌절감과 무기력함에 많이 다투었다.(물론 거의 일방적인 나의 폭격이었지만...) 하지만, 이 시절 나는 다시 한번 신랑에게 반해 크게 싸우지 않은 기적 같은 사건이 몇 개 있었다. 오늘은 그중 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날은 웨딩드레스를 어떤 업체에서 할지 선정하는 날이었다. 엄마, 나, 신랑, 동생, 베스트 프렌드가 함께한 드레스 투어는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난 신랑과 친구와 셋만 가고 싶었는데 딸의 드레스는 자신이 골라야 한다며 꼭 같이 가고 싶다는 엄마를 말릴 수가 없었다. 우리 엄마는 몸이 편치 않으셔서 대중교통 이용이 힘드시다. 그렇기에 오기 싫었던 동생까지 함께 하게 된 것이다. 사람이 많아지니 사건도 많았다. 드레스 숍들은 주로 청담에 있는데 그곳은 교통이 헬로 유명한 곳이었으나 서울에 잘 나오지 않은 동생은 그것을 몰라 늦게 도착하고 덕분에 우리는 점심도 먹지 못하고 드레스 투어를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나의 가장 큰 적은 공복이거늘..) 또한, 어떤 드레스 숍은 크기가 작아 5명이 함께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럴 때면 내 동생과 친구는 어색하게 밖에서 둘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런 사건들이 하나둘씩 생기니 공복에 예민한 나는 스멀스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세 곳을 돌며 입은 드레스 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보기엔 다 그게 그거라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거기다 우리 엄마 역시 자신의 딸이니 어떤 것을 입어도 내가 이뻐 보이셨나 보다.(이래서 객관적인 눈을 가진 친구랑 함께 다니려고 한 것인데!!) 어떤 드레스 입을까라고 물어보니 다 이쁘니 아무거나 입어!라고 대답하셨다. 믿을 것은 신랑뿐이었다. 그런데 신랑은 첫 번째 드레스 가게부터 큰 표정의 변화도 이쁘다는 말도 없었다.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올 때마다 엄마와 친구는 이쁘다 칭찬을 해주셨고 심지어 무뚝뚝한 동생 역시 이쁘다고 하는데 이놈의 신랑은 한마디 말도 없이 멀뚱멀뚱 있었다.     

 이 사람은 드라마도 안 봤나 보다. 드라마를 보면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온 신부를 보자마자 신랑들의 표정은 하트 뿅뿅에 너무 이쁘다며 극찬을 한다. 그런 것도 안 보고 뭘 한 거야? 그런 신랑을 향해 짜증스럽게 물었다. “야, 너는 한마디가 없냐? 어떤 거 입었으면 좋겠어?” “아무거나” 너까지 아무거나 라니!! 나의 짜증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래서 한마디 하려는 순간 나의 짜증은 신랑의 한마디에 사르르 없어져 버렸다. “너 자체가 너무 이뻐서 어떤 옷을 입어도 네 얼굴에 묻혀. 그래서 아무거나 입어도 어떤 신부보다 이쁠 것 같아."      

 

이렇게 스위트하게 말하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난 없다. 평소 나는 나를 이쁘다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신랑한테 나 이뻐? 이런 말을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렇기에 신랑 역시 나에게 이쁘다는 말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근데 저런 멘트라니! 저 말을 듣자 내 옆에서 드레스 입는 걸 도와주시는 분들도 놀라서 한마디 거드셨다. “신랑님이 참 로맨티시스트 시네요. 이런 말씀 하시는 분이 없는데..” 그분의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얼굴에는 웃음이 활짝 폈다. 어떤 드레스를 골랐는지 사실 기억이 잘나지 않다. (원래 결혼식은 하는 사람 기억에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제일 아름다운 드레스를 고른 제일 행복한 신부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보다 객관화가 잘 된 사람이기에 내가 이쁘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렇다면 자존감도 없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나도 결혼 전에는 자존감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넘쳐흐른다. 바로 우리 신랑 덕이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이쁘다고 말해주는 신랑이 있어서다.(결혼하고는 남자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그 질문 맨날 한다. 김태희가 이뻐? 내가 이뻐?)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이쁘다고 하는데 자존감이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이 맛에 다들 결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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