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이야기를 쓰기 전에 이 한마디는 꼭 해야겠다. 그녀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지나치게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녀는 몇 년 만에 다니던 대학의 동아리 친구들을 만나러 지방으로 내려갔다. 상당히 충동적이고 급진적인 그녀 다운 결정이었다. 너무 그녀에게 무관심해서 그녀를 외롭게 하거나, 너무 그녀에게 관심을 표해서 그녀를 진저리 치게 만드는 사람들 속에서 그녀는 그녀에게 적당히 무관심하고 적당히 관심을 주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약간은 떼쓰듯 약속시간을 정하고 그녀는 기차에 몸을 맡겼다.
근 몇 년 만에 만난 사람들의 얼굴은 제각각이다. 헬스를 열심히 다녀서 몸이 옆으로만 두 배가 된 애가 있는가 하면,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쫓기나 싶을 만큼 양 볼이 푹 들어간 애가 있었다.
그 사이에서 그녀는 ’ 넌 그대로다 ‘라는 평을 들으며 그들의 가운데 자리를 지켰다.
오랜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레임과 어색함을 그녀는 매 순간 가려가며 살아왔다. 다행히도 이번 오랜만은 어색함을 금방 지나 설렘을 약간 스쳐 편안함에 정착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자리를 맡아주고, 음식을 듬뿍 퍼주고, 누군가 노래의 도입부를 흥얼거리면 다같이 후렴구를 떼창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랬나. 너무 좋은 사람들과 상황들이라 그랬나. 그녀는 또 그녀다운 계획을 꾀했다.
그 날로 집에 돌아가서 다음날 운전면허 도로주행시험을 볼거면서, 봐아하면서, 그들을 아무 술집에나 데려갔다.
먹지도 않을 온갖 안주를 호기롭기 시켰다. 늦은 밤에 풋살 약속이 있는 헬스인과 차를 몰고와서 난감해하는 도망자의 시선을 못 본 채하며 그녀 혼자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는 그 술집에서 그녀는 세상이 떠나가듯 혼자 울었다. 눈물의 앞 뒤 상황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 다음 날 그 다음 날에도 그들 중 아무도 그녀에게 그 날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다만 그 날을 기점으로 그녀는 그 모임에서 ‘울보’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오랜만이라고 그녀가 그들에게 써간 편지에는 ’다만세‘의 가사인 ’널 생각만해도 난 강해져,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라는 구절이 아이러니하게 적혀있었다.
울지 않게 도와준다는 사람들을 만나 그녀는 절대 흘리지 않던 눈물을 콸콸 쏟았다. 눈물 후에 그녀는 물가에 내놓은 아기 취급을 받으며, 질량보존의 법칙을 위해 마신 술 만큼의 양을 마지막까지 눈에서 열심히 쏟아내며 집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다음 날 9시에 기상해 도로주행을 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그들과 그녀는 서로를 응원하지만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연락을 자주 하지도 않고, 알고 지낸지는 수년이 지났지만, 새로 만나면 그들은 또 새로운 사람이 되어서 오곤 했다. 그들이 그녀에 대해 느끼는 감상은 제쳐두고, 그녀는 그들을 애틋하게 여겼다. 가족들과 더 화목하기를, 몸과 마음 중 어느 한 쪽도 괴롭지 않은 밤을 보냈으면 했다.
적당히 남에게 기댈 줄도 알고, 또 적당히 스스로를 믿기만 했으면 했다.
그날 그녀의 눈물을 정의 내리긴 어렵지만, 슬픔의 눈물은 아니였을 것이다. 그 누구도 그녀가 ’왜‘ 울었는지 말해주지 않지만, 그날 그녀는 그녀가 그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슬픔만이 담긴 눈물은 아닐 것이다.
몸에서 술보다 더 많은 눈물 만큼의 무언가가 빠지고 나니, 무언가를 또 채워야할 차례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게만 생각하기로 하고 그녀는 열심히 밥을 퍼먹었다.
그들과 그녀는 늘 그렇듯 지금도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지 않는다. 서로의 세세한 하루에 대해서는 잘 관심이 없다.
눈물이 이렇게 대단한 애였다는 걸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또 배운다. 울고 나서도 마음은 늘 같았다. 그녀는 눈물처럼 맑고 향기롭게 살고싶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짝사랑이라 그런지 그녀는 눈물을 동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