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5.
주말 새 우리 학교 3학년에서 확진자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 가장 큰 학교에서 가장 조용하다는 칭찬을 들었는데 우리도 결국 밖에서 부는 바람을 피해 갈 수 없나 봅니다...'로 시작하는 교장선생님의 메시지를 받았다. 민원 전화가 급증하고 주변이 시끄러우니 소통창구를 교무실로 넘기고 입을 무겁게 하라는 정중한 부탁이시다. 학급에 확진자가 나와도 학생의 실명은 절대 거론되어서는 안 되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1, 2학년이며 긴급 돌봄 학생들 모두 나오지 않는 학교에 싸늘한 적막만 감돌았다. 교실에 들어와 컴퓨터를 켰다.
월요일 줌 수업, 아이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날이다. 심지어 월요일마다 월요일이 싫다고 같은 주제로 모닝 페이지를 쓰는 남학생도 있다. "월요일을 그렇게 싫어하면 인생의 1/7이 싫어지는 거야." 하니 아이들이 웃는다. "월요일은 힘든 날이야. 그냥 우리 쉬엄쉬엄 가면 된다고 생각하자." 우리 반의 월요일 아침은 천천히 가자는 말로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지만 나한테 거는 주문이기도 하다.
오늘은 e알리미를 통해 학교의 코로나 확산 상황을 아는지라 더 침울해 보인다. "선생님, 그럼 수요일에 학교 못 가요? 줌 하는 거예요?" 한 학생이 용기 있게 묻자, 옆에서 "수요일이 줌이에요?" 이번 주 학교 갈 날을 기다렸던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웅성거린다. "우리 친구들을 동요시키는 말은 가급적 자제하자. 상황을 보고 얘기해 줄게." 지금은 말을 아낄 때라며 다독거린다.
꾸역꾸역 4교시까지 이어가던 수업 도중 아이들이 갑자기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8명이 나가고 17명만 남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KT 회선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줌에 들어오지 못해 불안한 아이들이 전화를 하고 학부모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우리 이런 상황은 이제 익숙해져야지. 그동안 감사하게 별일이 참 없었지?" 식은땀이 나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려는 나. "와이파이가 없는 현대인의 삶이 이런 거지!" 하니 누군가 "선생님, 곧 점심시간인데 배달앱으로 시켜 먹지도 못하겠어요." 한다. "우리는 고작 수업이 문제지만 이 시간에 병원이며 관공서며 생사를 다투는 일을 하는 곳도 있는데 큰일이다. 와이파이 안 된다고 이렇게 손과 발이 꽁꽁 묶일 수가 있는 거니..." 어쩔 수가 없어 발을 구르는데 회선이 복구되었는지 다행히 아이들이 곧 들어왔다.
아침에는 코로나 소식으로 불안에 떨었다가 어느새 줌으로라도 공부할 수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할 지경이니 오늘 하루는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동학년 선생님들 얼굴이 하얗게 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오늘 전쟁 체험했대!" 하셨다. 전쟁이 나면 인터넷 회선부터 끊긴다는데 섬뜩하다.
줌 수업에서 아이들이 사라지는 광경을 마주하니 이렇게라도 수업할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해야 하나 생각이 든다. 지나고 나면 어떤 시간이었을지 알게 될 우리의 시간. 때론 다독거리고 때론 말을 고르고 때론 풀어진 나사를 조이면서 시간은 간다. "선생님, 우리 내일 줌 안 되면 어떡해요?" "내일 일을 누가 알겠니? 우리 내일 이야기하자!" 웃으며 수업을 마쳤다. 오늘도 이만하면 무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