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15.
오늘과 내일 줌 수업은 온작품읽기를 쉬고 좋아하는 책 소개를 하기로 했다. 내가 준비한 책은 '엄마는 해녀입니다'라는 그림책인데 제주 해녀 3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평생 단 한 번도 바다를 떠난 적이 없는 할머니, 도시에서 미용사로 일하다가 바다로 돌아가 해녀가 된 엄마, 그리고 이 두 사람을 지켜보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을 만든 고희영 감독과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이 공동으로 만든 작품인데 전혀 공통점이 없던 두 사람이 제주에서 만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행복을 그리는 화가'로 잘 알려진 스페인 태생 에바 알머슨은 단순한 선과 편안한 그림으로 우리나라에서 전시회만 열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화가이다. 으레 전시회 기념품 가게에 가면 풍덩풍덩 지갑이 열리곤 하는데 거기에서 눈에 띈 게 이 그림책이었다. 상하이 어느 호텔방에서 잡지를 보던 에바 알머슨은 제주의 해녀들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고 당장 이 여인들을 만나야겠다는 결심으로 제주행 비행기에 오른다. 해녀들의 육체적, 정신적인 강건함에 대해 깊이 감명받은 그녀는 섬에 머물며 해녀들의 모습을 스케치하게 되었고 이를 알게 된 고희영 감독의 제안으로 그림책 협업이 이루어졌다. 후에 인터뷰에서 고희영 감독은 에바 알머슨을 회상하며 말한다.
'자기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았다고.
고희영 감독이 해외 영화제에 가면 기자들이 가장 먼저 "왜 공기통을 매고 가지 않는가? 왜 저렇게 위험을 감수하며 바다에 가는가?"를 질문한다고 한다. 해녀들에게 바다는 '바다밭'이고 그녀들은 바다의 농부를 자처한다. 바다에 흉년이 들면 해산물 씨도 뿌리고 불가사리를 잡으면서 바다를 날마다 가꾸는데, 바다의 것을 뺏어오는 게 아니라 바다가 나눠주는 것들을 모은다고 말한다. 공기통을 매고 가면 오랫동안 바다에 머무를 수 있으니까 욕심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바다가 금세 황폐화되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해녀들은 자신의 숨의 길이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의 바다가 정해지는데, 바다에서 자라고 수영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바다를 스스로 찾아간다고 한다. 해녀들이 욕심내지 않고 자기 ‘숨’만큼 있다가 오는 것은 바다와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한 지혜이고 약속이다. 자연에 대한 절대적인 존중과 자신의 한계를 잘 아는 겸손함, 그리고 자신의 숨의 길이에 맞는 바다를 찾아가는 것까지...
해녀들의 바다에서 인생의 바다가 보였다. 내가 본 것을 아이들도 볼 수 있을까.
그림책을 같이 읽은 후 고희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물숨'을 소개한 영상을 보았다. (한참 후에 제주도에 가족여행을 다녀온 아이가 여행을 가서 내가 해 준 제주도 해녀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해서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