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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또 세상에 나오는 것이구나!

24년 전에도 지금도,우리는 함께 이 문을 열고 나가고 있었다.

by 뽀득여사

24년 전 한창 봄꽃이 만발하던 어느 날 새벽녘. 출산예정일을 열흘정도 앞둔 나는 남편의 손을 붙들고도 덜덜 떨리는 떨림이 진정되지 않은 채 병원에 들어왔다. 진통이 없는 상황에서 양수가 먼저 터진 터라, 양팔에 분만 촉진제 링거를 두 병이나 꽂았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난 후 진통이 시작되었다. 커튼들로 가려진 베드에 나보다 늦게 들어왔던 산모들이 속속 분만실로 이동했다. 시곗바늘은 점점 빨라지기만 했고, 진통의 간격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어느새 시간은 다음날 오후로 접어들고 있었다.

양수가 터진 후 24시간이 지나가고 있으니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다는 병원 측의 판단으로 진통을 하다가 갑자기 수술실로 이동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 딸은 ‘응애~’하며 세상에 나왔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고 내 딸은 세상에 나왔다.


출산 후 처음으로 나의 ‘아가’를 품에 안았을 때.....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과 눈가가 훅 뜨거워진다. 그 작고 여린, 하지만 너무도 강력하게 압도하는 내 품 안의 아가. 내 삶의 절정경험을 선사해 준 우리 딸의 탄생.


딸 너는 그렇게 24년 전 봄날 오후, 봄꽃처럼 세상에 태어났단다.




2025년의 지금. ○○병원 입구에서 나와 딸은 함께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나는 딸에게 말했다.


“딸, 너는 여기에서 세상에 나왔는데 또 여기에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네.”

“정말 그러네, 엄마! 너무 신기하다.”

“그래, 정말 신기하고 묘한 기분이야.”


우리는 팔짱을 끼고 또 한 번 웃으며 찰칵!


24년 전 포대기에 싸여 내 품에 안긴 채 이 병원문을 나섰던 딸이었는데, 24년이 흐른 지금 바로 오늘. 나는 나보다 키가 큰 딸과 팔짱을 끼고 이 병원문을 나서고 있다.


"너는 또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구나, 바로 지금."


딸과 나는 병원 입구에서 마치 두 알의 앵두가 모여있는 모습같이 머리를 맞대고 활짝 웃으며 찰칵! 기념사진을 찍었다. 세상에 나왔던 이곳에서 또 세상으로 나아가는 딸과의 기념사진이었다.



이 병원에서 태어났던 딸이, 이제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갓난쟁이 딸은 어느새 숙녀가 되었고, 어린 산모였던 나는 이제 갱년기를 맞이할 때가 되었다. 세상도 그만큼 변해 있었다. 활기찬 신도시였던 이 지역도 이제는 구도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태어나는 아가들을 위한 병원은 이 지역에서는 존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당시 이 지역에서 양대산맥이었던 산부인과 한 곳은 이미 요양전문병원으로 탈바꿈된 지 오래전이다. 그리고 딸을 낳은 이 병원은 국민건강검진과 산부인과를 병행하는 병원으로 나름 자리를 잘 잡았다.



열흘뒤면 딸은 유학길에 오른다. 그간은 이런저런 준비로 바빴다. 그러다가 유학 전 국가검진을 받고 가야겠다며 딸이 예약을 했는데 우연하게도 딸이 태어났던 병원으로 예약한 것이었다.


24년 전 예정일보다 열흘 일찍 세상에 나왔던 딸이, 출국 열흘을 앞둔 이 시점에 나와 함께 이 병원문을 나서고 있다.


세상을 향해 나서는 딸!


딸, 너는 이 세상에 나오면서 어떤 꿈을 품고 나왔을까.

딸, 너는 이제 또 하나의 큰 문을 열고 큰 세상으로 나가려 하는구나.

너는 또 어떤 꿈을 꾸고 있니.


24년 전 작은 너를 품에 안고 이 문을 나서면서 엄마는 기도했었지.

‘주님, 우리 아가에게 좋은 세상을 주소서.’

지금 이 문을 나서며 엄마는 같은 기도를 하게 되는구나.

‘주님. 우리 딸에게 좋은 세상을 주소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딸의 머리와 어깨 위로 은총의 햇살이 내려앉고 있었다.


https://youtu.be/cPJxTfjGMwI?si=cpYzvTjSO28mZpX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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