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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하이드파크와 일산 호수공원의 다리.

낯섦과 익숙함을 이어주는

by 뽀득여사

낯선 아침이었다.

낯선 창, 낯선 공기, 그리고 밤낮이 바뀐 시간. 런던에서 맞이한 첫 아침은 그렇게 ‘낯섦’이라는 단어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 좋은 낯섦이었다.

숙소에서 십여 분 거리에 하이드파크가 있었다. 어릴 적 셜록 홈즈 소설 속에서만 만나던 이름이 눈앞에 펼쳐지니 가슴이 뛰었다. 영화 속 장면 같은 런던 주택가를 걸어가며 “이곳에서 열흘 동안 산책을 한다니!” 하고 스스로 들떴다.

동글동글 귀여운 영국 검정택시와 빨간 이층버스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운전석이 한국과는 반대라서 찻길을 건널 때 좌우를 살피는 방향도 낯설었지만 그 또한 흥미로웠다.


하이드파크의 첫인상은 ‘자연 그대로’였다. 무성한 나무와 넓은 잔디, 물가를 노니는 오리와 백조들, 그리고 가볍게 조깅을 하거나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말을 타고 하이드파크를 도는 사람들도 있기에 가끔은 큰 말똥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어느새 낯설던 공간이 내게 조금씩 익숙해졌다.

런던에서 머무는 동안 하이드파크는 매일 아침과 저녁에 찾는 나만의 공원으로 바뀌어 갔다. 낯설었던 그곳은 어느새 익숙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진모음- 런던 하이트파크의 이곳 저곳>


낯섦과 익숙함의 다리를 건너며.


열흘간의 런던생활이 꿈결같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시 익숙한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밤낮을 다시 되돌리고 밀린 일을 처리하며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 주말에 남편과 함께 운동화를 신고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금방 소나기가 쏟아질 듯 한 회색구름이 융단처럼 깔린 낮은 하늘 아래 우리를 반기는 호수공원을 들어서자 마자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안도의 숨결이 느껴진다. 가벼운 호수의 일렁임이 마치 우리를 익숙한 미소로 반기는 듯 했다.


일산 호수공원은 우리가 일산에서 평생 살기로 마음먹게 만든 이유다. 신혼 초에는 아직 나무들이 앳되었는데, 이제는 수십 년이 흘러 울창하게 자랐다. 우리 부부의 세월이 고스란히 겹쳐진 공간. 쉼터이자 놀이터, 그리고 치유의 장소.

<사진모음- 일산 호수공원의 이곳 저곳>


그날도 호수공원은 풀내음 가득한 공기로 우리를 반겼다. 그런데 눈에 띄는 풍경 하나가 있었다. 호수 위의 작은 다리였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 남편에게 보여주었다.


“어머, 저거 봐! 너무 비슷하지 않아?”
“진짜네. 너무 비슷하다.”



<좌측사진- 일산 호수공원의 다리, 우측사진- 런던 하이드파크의 다리>


런던 하이드파크와 일산 호수공원의 다리처럼.

삶은 낯섦과 익숙함 사이를 오가는 여정 같다. 때로는 낯설어 두렵고 어색하기도 하지만 낯섦에서 오는 설렘과 기대감에 마음이 들뜨기도 한다. 또 때로는 익숙해 편안하고 안도감이 오지만, 그 익숙함 속에서 힘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있다면, 우리는 다시 그 시간들을 건너갈 수 있다.


런던 하이드파크와 일산 호수공원의 다리처럼 사람과 사람, 순간과 순간, 낯섦과 익숙함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우리의 삶에는 있다.

그 다리는 누군가 내미는 손 일수도 있고, 작은 공간일 수도 있고, 위로의 말 한마디일수도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또는 우리가 살아가는 불확실한 시간들 속에서 이런 낯섬을 익숙함으로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어주면 어떨까.

낯섦과 익숙함의 다리가 연결되었을때 우리는 삶의 건강한 균형을 잡아가며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내게 된다.




“당신의 삶에도 낯섦과 익숙함을 이어주는 다리가 있나요?”


https://youtu.be/rMX3itSaBfQ?si=1bYnpFoQYbtmNM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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