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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구스티노 Mar 02. 2023

퇴사는 비추. 단, 세가지 사유에 해당하면 강추

공감 08 | 공부, 창업, 월등히 좋은 회사라면 박수치며 보내줄게



"팀장님, 드릴 말씀이 좀 있는데요.."


요즘 팀장들에게 두려워하는 상황은, 팀원이 조용히 위와 같은 말을 할 때라고 한다.


라떼세대에게도 저 말을 내뱉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왜냐하면 저 말 뒤에 붙는 얘기들이

"죄송한데, 저 이번주 수요일에 휴가를 신청했는데요.."

"혹시 다음 주 교육 한번 가도 될까요.."

"내일 아침에 반차 쓰고 병원 갔다가 출근해도 될까요?" 같은 용건이었다.


그러나, 요즘 세대에게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저 말 뒤에는 "저 회사 퇴사하려구요." 라는 말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역시 실제로 여러 번 겪은 일인데, 그럴 때마다 적잖은 당황스러움이 콜라캔뚜껑 따듯 가슴속에서 톡 하고 나타난다. '나는 쿨한 팀장이야. 이 정도는 뭐..' 라는 생각으로 콜라 먹은 청량감을 기억하며 쿨하게 받아들이는 척을 하긴 한다.


시대가 너무 많이 변했기에, 그리고 지금의 세대는 당연히 그런 말을 할 수 있기에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 나름대로는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한 후에 결정을 한 것이고, 그걸 팀장에게 말하기까지 엄청한 고심을 했을 것이다.


나의 팀원이거나, 내 팀원은 아니더라도 매우 친한 후배가 저런 말을 한다면 나는 아무래도 두 번이나 이직을 한 경험으로 열심히 조언을 해주고 싶어 한다. 그들을 너무 아끼기 때문에 그들에게 감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면담 아닌 면담을 시도하는데, 이제부터는 쿨한 척을 거두고 진지하게 얘기해 준다.


"진석아, 나가는 이유가 뭐야?"

"OOOO 입니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려는 것이냐?"

"이제 OOO로 가려구요."


딱 여기까지만 물어보면 된다. 이 정도만 들어도 조언을 해줄 수 있다. 나 역시 퇴사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퇴사하고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나는 팀원들에게도, 친한 후배들에게도

'회사를 너무 믿지 마라. 회사가 너를 위해 뭔가 해줄 것이라 기대하지 마라.'

'너의 길은 니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에 현혹되지 말고, 정말 길게 보고 너의 인생을 생각하라.'

하면서 팀원들과 후배들에게 새로움을 갈구하라고 한다.


스스로의 고민 끝에 팀원들이나 후배들이 나에게 퇴사 의사를 말할 때, 내가 그들의 퇴사에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 장려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1. 공부를 하러 떠나겠다는 것이다.
라이센스를 따는 것은 매우 찬성이다.

로스쿨, 의전, 해외 MBA 등에 도전을 하겠다고 나선 경우이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또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또는 사명감으로 타이틀을 취득하는 것은 열렬히 찬성이다.


다 같은 회사원으로서 그 끝이 임원으로 결실을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라이센스를 갖고 인생을 살아가는 게 현실적으로 훨씬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껏 다닌 회사들의 후배들 스펙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공부를 하러 가겠다는 그들의 계획이 모래성처럼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설사 스펙이 좀 부족한다고 한들 (사실 스펙이 부족한 사람이야말로 더 채울 필요가 있다) 더 높은 타이틀을 갖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당연히 없다. 인생을 회사라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임원을 향해 긴 터널을 뚫고 나가는 것은 너무 위험요소가 많다. 그럴수록 자신만의 무기를 갖춰놓는 게 더욱 필요해지는 법이다.



2. 창업이나 자기만의 사업을 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내가 회사원의 삶에 대해 다소의 부정적인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가게를 연다던가 창업을 한다던가 심지어 부동산임대업 등을 한다고 하면 적극 지지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패기와 열정이 부러워서 지극한 눈으로 쳐다보게 된다.


익숙함 회사생활에서 벗어나, 처음에는 고생을 엄청나게 하겠지만 결국 자리를 잡는 경우를 매우 많이 봤고 그렇게 되면 40대 후반 이후의 삶이 매우 달라지게 된다. 실제로 중형 회계법인 대표를 하는 친구 놈은 메이저 법인에서 4년만 보내고, 바로 개업을 했고 7년여를 온몸으로 비바람을 맞으며 버틴 결과 지금은 밑에 20명의 회계사를 보유한 중소형 회계법인으로까지 일궈낸 것이다. 그 친구 역시 법인을 퇴사한다 했을 때, ‘아직 너무 어리다’ , ‘더 배우고 나가야 한다’ , ’ 나가면 X고생이다 ‘ 같은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때의 결정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창업이나 개업을 하는 사람들의 노하우와 끈기 자체가 회사원의 마인드보다 남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길로 뛰어드는 것 자체가 멋지고 박수 치고 싶다. 심지어 당장 창업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창업하겠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그 앞선 단계를 밟고자 한다 해도(그것이 알바를 하는 것이라 해도) 너무 응원하고 싶다. 물론, 나이에 따라 그 지지도가 다소 달라지는데 어릴수록 나는 더욱 권장한다.



3. 1번과 2번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현실적이기에 매우 축하하고
응원하는 경우는 바로 '성공적'인 이직이다.

성공적인 이직이라 함은 두 가지 필수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첫 번째 본인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이 명확하게 정해진 곳이어야 하며 두 번째 연봉을 포함한 보상이 기존 직장 대비 조금이 아닌 '아주' 월등하게 좋아야 한다.  


'지금 팀이 너무 싫어요.'

'지금 회사가 너무 별로예요.'

'그 사람이랑은 도저히 같이 못 다니겠어요.'


이 정도 이유로는 절대 퇴사를 권하고 싶지 않다. 팀이라는 것은 싸이클이 있어서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기 때문에 조금 기다리면 나아진다. 심지어 팀의 이동이라는 방법도 있다. 지금 회사가 너무 별로라고 하는데, 옮긴다고 하는 회사도 사실 별반 다를 게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옮겨서 원래 기존회사에서 갖고 있던 경력(공채출신, 내부사람들과의 네트웍 역량, 문화적으로 이미 적응)만 까먹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직의 맹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옮긴 회사에 어떤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거다. 당장은 좋은 사람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전 정보를 입수했다 하더라도 이직 후 연말에 갑자기 팀장이 바뀌고 팀원이 싸이코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 바로 회사이다. 그래서 이직에서의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복불복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이직의 맹점(사람을 잘 못 만나서 ‘아, 망했네. 괜히 옮겼네.’라는)을 커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옮겨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역할'과 '보상'이다. 옮긴 곳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싸이코와의 회사생활을 대비하여, 받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받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회사는 어차피 업무를 통한 자아실현이며, 보상을 통한 욕구충족이다. 사람 때문에 힘든 것은 '강강약약(회사생활 인간관계의 해답, 지난 글에 있습니다)'​으로 대응하면 될 일이다. 「역할과 보상」 이 바로 퇴사와 이직을 권장하는 세 번째 조건이다.




너무 뻔한 얘기이지만, 인생은 길지 않다. 해본 일에 대한 후회가 클까. 안 해본 일에 대한 후회가 클까.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이라는 책에서도 언급되는 내용인데, 안정적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고 한다.


 해본 일에 대한 후회보다는
안 해본 일에 대한 후회가 크다


퇴사와 이직은 본인의 선택이다. 해보지 않고 그냥 회사를 다니다 보면, ‘아 그때 나갔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후회가 진짜 후회가 되려면 위 세 가지 조건 중의 하나여야 한다. 그 세 가지가 아니고서는 오히려 나간 것을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퇴준생이라면 하루하루를 고민하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게 맞나 저게 맞나 몇 번씩 왔다 갔다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디, 함부로 결정하지 말길 바란다. 특히, 홧김에 하면 안 되고 자꾸 회사의 부정적인 모습에서 한 방향으로 스스로를 몰아가면 안 된다. 세상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부디, 용기를 내길 바란다. 창업과 공부(라이센스), 그리고 매우 월등한 회사로의 이직이라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으니 도전해 보길 바란다. 이 세 가지 중에 하나가 현실화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 진심으로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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