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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Aug 19. 2023

회피형 남편과의 2차 대첩

이번엔 나의 승?!

그렇게 우리의 2차 대첩이 시작되었다.


(크고 작은 다툼들은 치지도 않겠다.)


교회 내에서 다투는 어른들을 향한 목사님의 말씀을 하나님께서 주신 메세지로 알고 나는 남편과 싸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애착이론을 공부해보니 그것은 그냥 불안형이 회피형과 살기위해 선택하는 임시방편책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나는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면 다투지 않았다 & 서로 좋은 감정만 가지고 살기에도 아까운 시간이니 좋은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 그 결과, 우리 집의 반찬용기까지 모두 남편이 원하는 것을 구입해서 쓸만큼 남편이 모든 크고 작은 일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임시방편으로 지탱되온 평화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왜냐하면 참고 참던 불안형은 한순간에 폭발하기 때문이다.


회피형은 당황스럽다. 꽤나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불안형이 갑자가 폭발하며 화를 내기 시작한다.


회피형으로서는 상대가 일방적으로 맞춰주고 희생해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당황스럽다. 그리고 불안형으로서는 지금까지 자신이 양보했다는 사실을 상대가 전혀 몰랐다는 사실에 절망스럽다.


10번 양보했으면, 1번 정도는 상대방이 양보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남편은 10번 양보받은 것은 인지하지 못했다. 10번의 양보는 모두 자신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잘 판단한 것 뿐이다.


1번 양보를 받기 위해서 나는 이혼을 불사하고 며칠이고 몇 주고 소리를 지르고 미친 사람처럼 굴어야만 했다.


되도록이면 11번째에도 남편에게 양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나도 때로는 양보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그럴때는 핏대를 세우며 싸워야했다.


그렇게 싸운다고 한들 높은 확률로 남편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10번 남편에게 양보한다. 22번째에서 나는 도저히 양보하고 싶지 않아진다. 그리고 나는 남편을 죽일듯 달려들고 목청 높여 외치고 불쑥불쑥 화를 냈다. 하지만 22번째라고 해서 남편이 순순히 양보해줄리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늘 양보했던 문제들은 대체로 작은 일들이었을테고, 내가 죽자사자 달려드는 일은 큰 일이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어느 순간 지쳤다.


'내 인생에 자유가 없다'고 느꼈다.


따뜻한 사랑과 배려, 관심, 애정을 포기하고 이렇게 살기에 '나는 아직 젊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 결혼을 잘못했어.'


나는 나만 결혼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남편도 부인을 잘못 만났다고 생각한다.


나의 친정 부모는 자식의 덕볼 생각만 했지, 무엇하나 챙겨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박사 과정 중,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제왕절개 병원 수발을 하고 산후조리를 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젖먹이 아기를 키워야했다.


나는 종교중독이 심각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것은 신앙이 아니라 종교중독이었다. 과하게 헌금했고, 하나님께서 오십배, 백배, 천배로 축복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점점 가난해졌다.


우리는 그야말로 정서적, 물질적 빈익빈의 산 증인들이었다. 양가 부모가 4 분이나 존재하지만, 중요한 일을 의논하거나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매일매일 살아갔지만 나는 어느 순간 벽에 부딪혔다.


나의 남편은 언제나 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 것이다.
평소에는 괜찮지만, 정말 누군가의 개입이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순간에도 그는 한발자국 떨어져 나를 그저 관망할 것이다.
나의 남편은 앞으로도 본인 위주의 의사결정을 할 것이고, 나는 거기에 순응하며 살아야한다.






나는 나만 결혼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중심을 잡아주고
품어줄 수 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친정이든 시댁이든
어느 한쪽이라도 의지할 수 있어야하는데
기댈 곳이 전혀 없는 우리 둘은 지쳤고
주위 부부들과 우리를 비교했고
결국 서로를 마구잡이로 할켜댔다.

서로를 위해 놓아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정서적으로 빈곤한 사람들끼리 만나
악순환에 빠져있었다.

자기 전 초록창에
#이혼고민 #이혼준비 등을
검색하곤 했다.

아이까지 세 사람 모두에게
그럭저럭 괜찮을 방법을 찾은 나는
후련한 마음으로 내 계획을 발표했다.

마침내 이 지독한 정서적 빈곤, 집착과 방임, 회피와 불안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은 것이다.

‘평생 부모의 사랑도 못 받고 살았는데
남은 인생을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

당신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

하지만 돌아온 그의 반응은 의외였다.



이제는 발 닳는대로 쉬엄쉬엄 여행을 한다.





내 연인의 애착유형은?

https://www.ciderhealing.com/test/attach-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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