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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스므 Dec 16. 2022

[D+69] 정체 파악 잘 안 되는 도시

미국, 시애틀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포틀랜드와 시애틀은 커피로 유명한 도시들이다. 


그런데 이 두 도시의 호스트 모두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집에 커피가 없다!! 식당엘 가도 커피가 물보다 싸기에 리필 인심 하나는 아주 후한 동네인데 집에 커피가 없다니. 나는 아침부터 커피를 못 마시면 잠이 안 깬다던가, 화장실을 못 간다던가,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던가 하는 것도 아니면서 순전히 습관 때문에 커피를 찾는 사람이다. 


커피가 없으니 머신은 고사하고 드립퍼조차 없는지라 뉴욕에서 인스턴트커피 한 병을 샀는데 포틀랜드에서 이미 두 번째 병을 구입했다. 미국에 와서 그것도 포틀랜드와 시애틀에서 인스턴트커피를 가지고 매일 '타'먹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커알못인 게 어찌나 다행인지. 안그랬음 아침 댓바람부터 커피집 찾아 삼만리를 했을 테니. 

 



시애틀의 골 복잡한 대중교통 체계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 왜 이렇게 다른 도시에 비해 머리가 아픈가 했더니 가장 큰 이유가, 다른 교통수단끼리는 환승이 안된다는 것 때문. 경전철 티켓을 구입하면 그걸로는 버스를 갈아탈 수가 없다. 즉 새로 버스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는 거고 이런 식이면 하루에 교통비만 어마 무시하게 나간다는 소리. 


그나마 다행인 건 일단 경전철이든 버스든 타고 시내까지 나가면 관광 포인트들이 거의 모여 있다 보니 대부분 걸어서 이동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나 같은 청개구리 관광객, 혹은 오래 머무는 관광객에겐 환승이 안 되는 게 치명적이다. 오밀조밀 모여있는 관광 포인트야 하루 이틀이면 구경이 끝나니 시내에서 숙박을 하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에게 시애틀은 교통이 편한 곳으로 기억될 테고 사실 검색해 보면 정말 그런 리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난 곳을 찾아갈라치면 얘기가 달라지니, 이 언덕 많은 도시에서 오늘의 나처럼 미친 듯이 걷는 거 외엔 방법이 없다. 포르투에서 처럼 날이 덥진 않으니 걸어서 열을 올리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시애틀 도심 혹은 유명 관광지를 아직까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오늘의 동선에서 보고 느낀 바로는 모양새가 좀 희한한 도시란 생각. 주말 마켓이 열린다길래 방문해 본 '캐피톨 힐'은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게 딱 포틀랜드스러운 동네라고 느낄만한 분위기였는데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에 스치듯 보게 된 번화가의 마천루들엔 입이 떡 벌어졌다. 


평지가 아닌 굽이치는 언덕길 위에 세워져 있다 보니 글자 그대로 고개가 꺾일 만큼 올려다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로도 널찍널찍하지 않아서 전체적인 느낌은 지방의 한적한 소도시에 고층빌딩들이 마구 들어선 느낌? 메가 시티인 서울에 익숙한 사람에겐 이런 풍경이 참으로 낯설다. 


무튼 아직은 이상해...


주말에만 볼 수 있는 마켓인데 무조건 가야지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무지개를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찐한 나무향과 책향이 어우러져 심신 안정에 최적이었던 공간, The Elliot Bay 서점


정말이지 한국관광공사는 전 세계 서점과 도서관을 돌며 한국 가이드북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반려동물 용품점의 친절함


희한하게 생긴 도시를 만났다


그림일기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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