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노래 인용
part 1
1.1.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괴롭게 만드는 대상이라는 게.
1.2. 내가 이 사실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다는 게.
1.3. 내가 이 괴로움 때문에 더 괴로워한다는 게.
2.1. 애정과 괴로움은 동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기에.
2.2. 이 모든 상념들을 나 혼자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3.1.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3.2.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소진시키기 때문에.
어떻게 하다 나는 다시 믿게 되었나.
관계는 결국 고독과 고독이 만다는 교차로뿐이었다는 걸.
part 2
내가 좋아하는 대상과 나 자신을 비교하게 되면 나는 한없이 초라해진다. 오래된 헝겊처럼 남루해진다.
그대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대는 나를 한 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그러나 그대는 그것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혼자 마음앓이를 한다. 보이지 않는 결투의 초대에 응한다.
그녀는 모른다, 내가 이렇다는 걸. 마음이 꼬일 때로 꼬여버렸다는 걸.
웃어넘기는 나의 제스처에 나는 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다.
그대는 모르고, 모를 것이고, 차라리 모르는 게 났다.
그대를 알아가면서 나는 나의 나약함도 함께 알아간다.
나의 무수한 결함들, 에고의 훼방, 감정 조절의 마지노선..
그대를 사랑하고 나의 나약함도 사랑하려면 나는 내 안에 있는 모든 사랑을 다 끄집어내야만 한다.
사랑을 발굴하는 작업은 많은 힘을 소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발굴하려 한다. 정확히 사랑하려면.
오늘도 내 마음의 심연에는 사랑을 발굴하지 못할 거란 리스크를 등에 업고 나는 또다시 고고학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2020.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