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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차 Apr 04. 2021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양희은 노래 인용

part 1 

1.1.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괴롭게 만드는 대상이라는 게.

1.2.      내가 이 사실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다는 게. 

1.3.      내가 이 괴로움 때문에 더 괴로워한다는 게. 


2.1.     애정과 괴로움은 동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기에. 
2.2.     이 모든 상념들을 나 혼자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3.1.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3.2.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소진시키기 때문에. 


어떻게 하다 나는 다시 믿게 되었나. 
관계는 결국 고독과 고독이 만다는 교차로뿐이었다는 걸. 


part 2 

내가 좋아하는 대상과 나 자신을 비교하게 되면 나는 한없이 초라해진다. 오래된 헝겊처럼 남루해진다.  


그대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대는 나를 한 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그러나 그대는 그것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혼자 마음앓이를 한다. 보이지 않는 결투의 초대에 응한다. 
그녀는 모른다, 내가 이렇다는 걸. 마음이 꼬일 때로 꼬여버렸다는 걸.  

웃어넘기는 나의 제스처에 나는 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다. 

그대는 모르고, 모를 것이고, 차라리 모르는 게 났다. 

그대를 알아가면서 나는 나의 나약함도 함께 알아간다. 

나의 무수한 결함들, 에고의 훼방, 감정 조절의 마지노선..

그대를 사랑하고 나의 나약함도 사랑하려면 나는 내 안에 있는 모든 사랑을 다 끄집어내야만 한다. 


사랑을 발굴하는 작업은 많은 힘을 소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발굴하려 한다. 정확히 사랑하려면. 


오늘도 내 마음의 심연에는 사랑을 발굴하지 못할 거란 리스크를 등에 업고 나는 또다시 고고학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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