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시에 만나서 3시에 헤어졌다
차가운 커피를 시키고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기다렸다
할 말이 남았는지 내 안을 들여다본다
너의 왼쪽 눈의 초점이 흐려진다
시간은 어슷하게 녹은 얼음 위를 옅게 지나가고
음악은 꾸역꾸역 음향 시스템을 따라 흘러나오고
나라는 해골은 너라는 심장에 그래도 말을 걸어본다
"아직 할 말 남았어?"
너의 눈동자는 황무지 같은 나를 텅 빈 채로 남겨둔다
나라는 해골이 너라는 눈동자에 눈물을 흘린다
한 때 마주 보며 각자의 눈으로 서로를
꽉 채워주던 우리는
이젠 하나의 해골과 두 개의 동공이 되어
각자의 두개골 속으로 커피를 붓는다
우리는 3시에 헤어져서 4시에 할 말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