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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차 Jul 15. 2021

걷다가 본 사슴, 혹은 서러움의 일종

기울어진 길 따라가다가 
천천히 날아보려 한다 
사슴이 있는 곳은 
내 슬픔이 서럽게 우는 곳이기에 
기울어지는 저 태양도 어쩌면 
눈물 위로 번지는 늙은 어미의 주름 같은 건지도. 


걷다가 사슴을 본다. 사슴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사라지며 저렇게 쉽게 
사라지는 사슴이 부러워 나도 따라 사라지고 
싶었지만 
당신을 생각하는 내 기억 너무 딱딱해서 너무 단단해서 내 
심장은 환상이 아니라 나를 살게 해주는 것이라서 


사슴은 어째서 심장의 끝부분을 긁어내려 하는지. 나는 온점을 찍을까 물음표를 그릴까 
그대를 생각하다 그대보단 당신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수 있겠다 싶어 
쓰던 원고를 지우고 태우고 
삼키고 
당신을 써 본 내가 당신에 의해 쓰여졌다는 생각에 


그냥 기울어진 길을 따라가는 건 쉬워서 
무작정 서럽게 우는 사슴을 찾고 싶었나 보다. 

의미심장할 수 있는 4시에 당신, 
내 위에서 견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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