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불멸을 지켜주는 일이다.
그 사람이 지고 나서도 잊혀지지 않게,
그 사람이 조그마한 원자로라도 기억될 수 있게,
사라진 뒤에도 여운은 남아있게 그 사람을 보존시켜주는 일이다.
그래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큐레이터와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사랑의 행위자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 작가이자 역사학자이고, 사서이자 발굴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면?
사랑은 자기애도 포괄한다. 사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불멸을 제일 지키고 싶어 한다.
쿤데라는 불멸을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한다.
Great Immortality (거대한 불멸) - 완벽한 타인도 기억해주는 불멸.
Minor Immorality (소소한 불멸) - 내 주변 사람들만 기억해주는 불멸.
우리는 이 두 불멸 사이에서 명멸한다.
타인도 기억해주는 불멸을 원하는가, 가족만 기억해주는 불멸을 원하는가. 전자를 선택하기엔 내 역량이 너무 부족한 것 같고, 그렇다고 후자를 택하기엔 내 욕망은 생각보다 크고.
불멸은 사랑의 표상이다. 하지만 불멸은 욕심이 될 수도 있고, 집착이 될 수도 있고, 광기가 될 수 있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멸을 나 자신에게 원한다. 하지만 불멸이 집착으로 변할 때 되내어보는 생각:
불멸의 시작은 항상 사랑으로부터다. 이걸 잊지 말자.
나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기억되길 원한다.
그 외의 것들은 다 부차적인 요소들이라는 걸.
(2021.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