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사골국을 우려내고 있는 아내가
푹 고인 돼지 등뼈를 나에게 건네주으며
말했다.
맛있게 먹어.
사골국은 기대와 함께 우리 집안을 찾아왔다.
나와 아내와 기대는 사골국을 둘러앉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마시자! 마시자!
기대는 휘어진 아내의 등뼈를 어루만져 주었다.
아내는 기대에 기대며 나에게 그대, 하고 불렀다.
나는 연신 눈물을 참으며 사골국 안을 둥둥 떠다니는
돼지 등뼈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기대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기대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날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가.
새벽이 되자 기대는 사골국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 집을 나섰고,
나는 다시는 우리 집을 찾지 말라며 기대를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2021.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