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항공모함 / 출처 : 연합뉴스
800여명의 장성급 지휘관을 모두 불러 모았던 미국의 지휘관 회의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꺼낸 ‘전함‘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해당 자리에서 미사일보다 포탄이 더 저렴하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과거의 전함을 꺼내 들었으나 군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아이오아급 구축함 / 출처 : 미 국방부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군의 장성급 지휘관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아이오와급 전함 등을 언급하며 계속해서 전함을 극찬했다. 전함이란 대구경 함포를 주포로 대량 탑재한 주력 전투함을 의미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아이오와급 전함은 16인치 50구경장 함포만 무려 9문을 탑재하고 있을 정도로 대구경 주포를 다량으로 장착했다.
또한 그는 현대 해군 함정들이 미사일을 막지 못한다고 강조하며 전함은 그와 다르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미적 감각을 자랑하면서 현대 함정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도 남겼다.
그러면서 그는 관세로 들어온 수십억 달러를 활용하면 수많은 전함을 건조할 수 있다며 전함에 대한 극찬을 이어갔다.
미 해군 항공모함 / 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전함이 해전의 중심 전력에서 밀려난 것은 이미 수십 년 전의 일이다. 대표적으로 제2차 세계 대전은 전함이 더는 해전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미 해군 전함의 마지막 영광으로 기록되어 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주요 해전 결과를 분석해 보면 대다수의 해전에서 적함을 격침시킨 건 전함의 강력한 함포가 아니라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함재기들이었다.
반면 전함은 더 이상 과거처럼 적함을 격침하는 것이 어려워짐과 동시에 적 함재기의 주요 표적으로 전락하면서 입지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다만 미 해군의 상징이었던 아이오와급 전함 중 하나인 미주리함은 일본의 항복 문서 서명이 이루어진 곳으로 미국의 영광과 승전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에 국내외 군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함을 언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해군 구축함 / 출처 : 연합뉴스
해외 군사 매체 ARMY RECOGNITION은 이미 오래전에 전함의 시대가 끝났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대 해전은 미사일을 중심으로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해군 함정의 무장 체계가 거함·거포에서 각종 미사일로 변화한 것과 더불어 이를 방어하는 측도 각종 대함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또한 해당 매체는 아무리 두꺼운 장갑으로 방어력을 높인 전함이라도 미사일을 막아낼 수는 없다며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오류를 지적했다.
미 해군 구축함 / 출처 : 연합뉴스
과거의 전함은 적의 공격을 맞아도 버텨내는 방식이었다면 현대 해전은 적의 미사일을 맞고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위험을 회피해 피격 자체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함 극찬 발언은 과거의 향수와 정치적 상징성을 자극할 수는 있어도 생존성, 정밀성, 효율성을 요구하는 현대 해군 함정 체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