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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Jul 08. 2021

국제적인 다문화 국가이자 여인천하였던 신라

| 국제적인 다문화 국가였던 신라 |

사실 신라는 매우 복잡한 구성을 가진 국제적인 나라였다. 이는 과거 동양 사람들이 국경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다. 덕 있는 왕의 이름이 들리면 백성들은 그 나라로 몰려갔고, 권력자가 패권 다툼에서 패하면 자기 세력을 이끌고 떠나가 다른 나라를 세우기도 했다. 당시에는 국경을 넘을 때 오늘날처럼 꼼꼼하게 여권을 확인하는 일도 없었고, 반드시 태어난 나라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의식도 적었다. 춘추시대 공자만 해도 70여 개 나라를 떠돌았고, 고구려 안장왕은 백제의 한주 낭자와 10년의 비밀 연애 끝에 결혼했으며, 백제 무왕 역시 신라의 선화공주를 사모하여 신라 저잣거리에서 〈서동요〉를 유행시켰다. 그뿐인가? 신라의 연오랑과 세오녀는 일본으로 넘어가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백제의 왕손들도 일본으로 넘어가 천왕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신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나라 유민들은 기자를 따라 망명해 고조선 등 진한(辰韓)의 백성이 되었고, 다시 1,500여 년이 지나 고조선이 연나라에 쇠하자 진한의 백성들은 남쪽으로 밀려 내려왔다. 또한 진나라 멸망 후 한무제가 재통일하는 진한교체기에 수많은 유민이 혼란을 피해 한반도로 건너왔는데 그중 일부가 신라의 초석이 되었다.    

  

이전에 조선이 망한 뒤 조선의 유민들이 산골짜기 사이에 나누어 살면서 여섯 부락을 이루었는데, 이것이 진한 육부가 되었다. …  중국 사람들 중 진나라의 난리를 견디지 못하고 동쪽으로 온 자들이 많았는데 마한의 동쪽에 많이 살면서 진한과 섞여 살았다. _(『삼국사기』 「신라본기」)     

신라는 근본이 진한의 종자이다. …그 언어와 사물의 이름이 중국인(진나라)과 비슷하고 마한과는 같지 않았다. … 진한의 왕은 마한 사람이 하고 진한인은 스스로 왕이 되지 않았는데 흘러온 유민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서 『삼국지』에도 “진한의 노인들이 대대로 전하길, ‘우리는 옛 망명인들로 진나라의 고역을 피해 한국으로 왔다. 마한이 그들의 동쪽 지역을 우리에게 나눠 주었다’고 했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그런데 신라의 구성원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2009년 7월 18일 자에 방송된 KBS 〈역사스페셜〉에는 흉노족이 전래해 신라가 되었다는 설을 소개하기도 있다. 즉, 신라라는 나라는 본래 그 땅에 거주했던 수많은 부족국과 더불어 조선의 유민, 고구려, 백제, 그리고 대륙에서 건너온 동이국의 후손들이 섞인 다문화 국가였던 것이다. 



| 신라에 유입된 여인 왕국의 문화  |

흥미로운 것은 신라 토착국들 중에 여인 왕국도 있었다는 점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의 석탈해 왕은 본래 다파나국의 왕자였는데 어머니는 여인 왕국인 적녀국의 왕녀였다고 쓰여 있다. 『후한서』와 『산해경』 등의 중국 역사서에도 동쪽 먼 곳에 여인 왕국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런 바탕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자연스럽게 나라가 되었다. 그것이 바로 신라의 정체성이었고, 신라에만 여왕이 나올 수 있던 이유였으며, 우리가 신라를 주목해 봐야 하는 이유이다. 이처럼 신라는 고구려, 백제와는 다른 빛깔을 가지고 다른 길을 열었다. 

오늘날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조선과 고려의 역사를 통해 신라를 바라본다면 신라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이다. 특히 초기 신라의 여성관은 지금의 관점으로 보아도 부담스러울 만큼 ‘여성 중심’으로 기울어 있다. 하지만 그런 신라가 유례없이 긴 천년의 역사를 이어 갔다. 또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상당수의 성씨는 신라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보면 신라의 무게는 사뭇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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