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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Aug 10. 2021

주자학자들이 오늘날에 남긴 유산

* 참고 : 본 브러치의 글들은 <표류사회 : 한국의 가족문화와 여성 인식의 변화사>(가제) 라는 이름으로 2021년 9월 말 경에 출간되기로 하였습니다. 


|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주자학자들의 ‘여성 판타지’ |


주부가 될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조선시대 주자학자들의 여성 판타지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첫째, 있는 듯 없는 듯 집안일은 하나도 신경 안 쓰이게 해주는 순정녀, ‘우렁각시’ 같은 여인.
둘째, 막강한 친정과 최고의 전문 생산기술을 가지고도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일편단심녀, ‘직녀’ 같은 여인.
셋째, 가난하고 누추해도 알뜰살뜰 살림하며 출산·육아·시부모 봉양까지 묵묵히 책임지는 아름답고 혈통 좋은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 같은 여인.
넷째, 조금 키워 놓으니 생계를 책임지고, 눈도 뜨게 해 주며 왕실 가문과 사돈 맺어 인생 역전까지 시켜 주는 ‘심청이’ 같은 여인.
다섯째, 미모와 재능을 갖춰 모든 남자가 탐내지만 오직 낭군에게만 끼를 부리고 절개를 바치는 ‘춘향이’ 같은 여인.
여섯째, 부모와 등져 가며 남편을 희생과 내조로 성공시키고, 남편이 죽으면 평생 수절하는 ‘평강공주’ 같은 여인.     


 언뜻 보면 아름다운 미덕을 나열한 것 같다. 

하지만 남편(남자)이란 글자와 여인이란 글자를 바꿔 놓고 읽으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여성에 대한 기술로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자학적 남녀관이 아직 우리 안에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관은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정에 충실하면서도 능력 있고 헌신적인 아내, 식구를 돌보고 온통 희생만 하는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에 더 익숙하다. 자신에게는 인색하지만 남편과 자녀를 위해서는 모든 걸 내어놓는 여성, 정숙하고 조신하여 남성 앞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상냥히 미소 짓는 여성의 모습이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남녀 모두 자기 몫의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세상이다. 또한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기를 바라고, 그런 이들의 꿈과 재능을 발전의 추동력으로 삼는 세상이다. 이처럼 세상은 변했지만 우리는 아직 ‘여성 판타지’를 깨고 나오는 여성의 모습에 불편함을 느낀다. 심지어는 혐오하기도 한다. 

 

 때문에 전통이란 이름의 주자학적 이미지를 유지하는 여성은 ‘개념녀’가 되고 부정하는 여성은 ‘꼴페미’라는 욕을 먹으며 이상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혐오 속에 감춰진 문제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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