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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Aug 09. 2021

진정한 열녀란 어떤 여성인가?

본 글은 2021년 10월 20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창작지원금과 텀블벅 펀딩의 후원금으로 (도)아이필드에서 <표류사회: 한국의 여성 인식사>라는 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책에는 더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진정한 열녀란? | 


 대체 진정한 열녀란 무엇일까? 


 고려는 열녀를 ‘절부’(節婦 : 절개를 지킨 부인)라고 불렀다. 

수절보다도 남편과의 신의를 지킨 행동을 절개 있는 행동이라 여겼다. 때문에 남편의 못다 이룬 바람을 이루거나 남긴 책임을 대신 지거나 끝까지 약조를 지키는 것, 의지할 곳 없는 시부모를 대신 봉양하거나 어린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내는 여성이 진정한 절부였다. 


 반면, 조선 초기의 열녀는 재혼하지 않고 수절하며 시부모를 봉양하는 여성이었다. 

 조선 시대 여성이라면 당연한 모습 아닌가 싶겠지만, 홀로 된 여성이 재혼하지 않거나 혼자 시부모를 모시는 것은 조선 초까지만 해도 드문 일이었다. 조선 중기의 열녀는 철저한 내외로 절개를 지키고 남편을 위해 희생하는 여성이었다. 그런데 조선 후기에 이르면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다. 남편이 천수를 다 누리고 편안히 죽어도 일단 과부가 되면 자신을 살육해야 열녀가 되었다. 오로지 남편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타자화된 환상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야 했다.    

  


 열녀는 주자학자들이 만든 일종의 ‘여성 판타지’다. 주자학적 관점에서 여성은 남성과 같은 주체적인 존재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존재 자체를 보았을 때 여자는 밝고 바른 기운[陽]이 부족한 존재라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은 남성의 지도에 순종해야 올바른 삶을 살 수 있었다. 현실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여성’은 언젠가 시집가서 애 낳고 살림하고 시댁 식구 봉양하고 가내수공업(생산 활동)을 하며 시댁 가문의 제사를 받들 존재였다. 


 한 가문의 운영과 번성에 여성의 노동력과 출산력은 가장 기본적인 밑바탕이었다. 때문에 여성에게 기대하는 최종 목표는 ‘주부’(主婦: 한 집안의 제사를 받드는 주인의 아내를 ‘주부’라 하는데, 여기서 오늘날의 ‘가정주부’란 말이 유래되었다.)였고, 순수한 부계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의 정조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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