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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지내는 본질과 목적 ②

가족의 화합

by 소정

제사의 또 다른 목적은 음복을 통한 ‘가족의 화합’이다.


명절의 본래 의미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화합을 다지는 것이다. 제사의 목적 역시 후손들이 한자리에 모여 돌아가신 가족을 추모하며 화목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 뜻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제사의 음복이다.

제사의 마지막 의식은 수조(受胙: 주인이 제사 지낸 고기를 받음)와 준(餕)이다. 세 번의 잔 올리기(삼헌)가 끝나면 축(祝: 제례를 주관하는 자)이 제사상의 술잔과 음식을 주인에게 건네며 신을 대신해 덕담을 내린다. 이것이 ‘수조’라는 예식이다. 이후 주인과 주부가 신주를 다시 사당에 모신 뒤, 제사 음식을 친지·지인과 골고루 나눠 먹으며 덕담과 복을 나눈다. 이것을 ‘준’이라고 한다. 『주자가례』에는 ‘음복’이란 말이 없지만, 음식을 나누는 ‘준’을 우리는 음복(飮福)이라 부른다. ‘복을 나누는 잔치’라는 뜻이다.


사실 이때부터가 제사의 하이라이트다. 주부가 제사상의 잔, 주전자, 퇴주잔 등에 있는 술과 음식들을 거둔다. 이렇게 모은 술을 복주(福酒)라 하고 제사상에 올렸던 고기를 복육(福肉)이라 하는데, 음식과 함께 가족·친지·친구와 두루 나눈다. 음식은 조금씩만 나누는데, 중요한 것은 양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추모의 마음을 널리 나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본래 제사와 제사 음식에 담긴 본질이었다.

따라서 나눔을 이유로 음식을 과하게 할 필요가 없다. 과한 음식은 준비 과정을 번잡스럽게 만들고 준비하는 이들을 피로하게 하여, 제사의 핵심인 ‘공경하는 마음’을 없어지게 할 뿐이다. 이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며 본래 의도에 맞는 올바른 제사가 아니다.


이후에는 친족 남녀가 모두 모여 서열 순서대로 술을 주고받고 덕담을 나눴다. 『주자가례』에서는 ‘제사가 끝나면 형제와 빈객이 번갈아 가며 헤아릴 수 없이 잔을 헌수(獻酬)하라’고 당부한다. 일가 친족끼리 교류하고 화목을 다지는 것이야말로 바로 ‘제사가 내리는 복(福)’이었다. 때문에 남녀노소 모든 친족이 빠짐없이 술이나 차를 주고받으며 축수하고 우호를 다지며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했다. 더불어 조상을 추모하며 같은 뿌리임을 기억하고 유대감을 키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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