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하는 마음
제사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추양(追養: 돌아가셨지만 봉양의 도리를 다함)하고 계효(繼孝: 효를 계속 이어감)하기 위한 것이다.
원래 양반사족은 부모에 한해서만 일 년에 한 번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주자는 사족의 예를 경대부의 예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왕처럼 4대 봉사를 하고 대부처럼 시제를 지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가장 크게 경계했던 것이
‘번잡하고 화려하고 번다하게 하여 불경한 마음을 싹트게 하지 말라’
는 것이었다. 제사의 본질은 ‘공경한 마음’과 음복을 통해 ‘가족의 화합’이라는 복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항상 예는 마음과 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자 역시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가난하면 제수를 줄이고, 병이 있거나 체력이 약하면 근력을 헤아려 간소하게 행하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조선 중기의 의병장 조중봉은 상황이 여의치 않자 고작 ‘밥, 국, 떡, 참외, 나물 한 그릇’만으로 시제를 지냈다. 우암 송시열은 그 일을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제물이 없더라도 자신의 근본을 추모하는 그 마음을 더 크게 봤던 것이다.
17세기의 대표적 예학자인 신독재 김집(1574~1656) 역시 광해군 시절에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마른 조기 한 마리로 시제를 올렸다. 그러자 후배 예학자 박세채(1631~1695)는 그 일을 매우 칭송하며 존경했다. 주자학적 예학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당시의 대학자들은 제물보다 정성을 근본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릇 제사는 사랑하고 공경하는 정성을 다하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할 뿐이다. 가난하면 집의 재물에 맞추어 지내고, 늙고 병들면 근력을 헤아려 행하면 되며 재물과 근력이 충분한 자는 의식대로 하면 된다. (「가례대문」)
* 참고 : 본 브러치의 글들은 <표류사회 : 한국의 가족문화와 여성 인식의 변화사>(가제) 라는 이름으로 2021년 9월 말 경에 출간되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