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1)

by 고캣

열차에 발을 올렸다. 자리에 앉아 습관처럼 SNS에 들어가 무심히 손가락을 놀렸다. 고양이, 강아지, 몸 좋은 남자와 여자, 생활 꿀팁, 맛집 정보 등 무수한 정보가 넘쳐났다. 그것들은 내 손가락을 따라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수많은 정보가 나에게 들어왔지만 스며들지 못하고 증발해버렸다. 옆자리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 두 명이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너 캐나다 수도가 어디인지 알아?

-오타와잖아.

-뭐야, 대박. 이걸 아네.

-수도는 상식이지.

그들은 계속 수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방적인 질문과 대답이었지만 그 이야기는 꽤 길어졌다. 일본, 독일, 스위스,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여러 나라의 이름이 들렸다. 대화에서 대답을 담당한 학생이 정답을 말했다. 나는 그것이 정말 정답인지는 몰랐지만, 막힘없이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정답인 듯했다. 그러자 질문을 담당한 학생이 오기가 생겼는지 난생처음 들어보는 나라를 말했다. 에스와티니. 나는 그런 나라가 실제로 있나 싶었다. 이번에는 대답 대신 질문이 나왔다.

-그런 나라가 있어?

-응, 나무위키에 있는데.

-그런 걸 누가 알아.

-아까는 상식이라며.

유치한 장난에 둘은 마주 보며 웃었다. 에스와티니. 그건 어디에 있는 나라였을까. 나는 열차에서 내렸다. 역 안 시계는 9시 50분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계를 보다 방금 본 학생들이 떠올랐다. 요즘은 등교를 이때 하나. 방학인 건가. 아니지, 방학 때 교복을 입을 필요도 없을 텐데. 그럼 학생이 아닌 건가. 그럼 왜 교복을 입고 있었지? 잠시 생각했을 뿐인데 10시까지 5분도 남지 않았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는 날이었다. 나는 지각을 면하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숨이 차오르고 땀도 났다. 저 멀리 회사가 보였다. 마지막 횡단보도를 건너서야 여유가 생겨 속도를 늦추고 걷기 시작했다. 건물 앞 가로수 밑을 지나갔다. 나무 그늘이 햇빛을 가려주었지만 뜨거운 열기까지는 막아주지 못했다. 그래도 안으로 들어가면 훨씬 나아지겠지. 건물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어라. 내가 상상한 시원한 공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에어컨이 고장 났나. 나는 하는 수없이 사무실까지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사무실로 들어가자 시원하고 쾌적한 공기가 내 몸에 붙었다. 나도 모르게 '우와'라며 감탄이 나왔다. 나는 사무실 구석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어제 일을 미뤄두었더니 책상에 수많은 영수증이 쌓여있었다. 영수증을 하나씩 집어서 어느 부분에서 비용이 나가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내 일은 영수증을 정리하고 보관하는 것인데, 그리 어렵고 고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시간이 남을 때마다 다른 직원들의 잡심부름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수기 물을 간다거나,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할 때, 또는 부족한 비품을 채워 넣어야 할 때. 그럴 때마다 직원들은 나를 찾는다. 그래서 영수증을 정리하면서도 한쪽으로는 귀를 열어둘 필요가 있었다. 오늘도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이번에 새로 온 직원이 있었다.

-대리님, 이거 좀 봐주시겠어요?

나는 그것이 무엇인가 싶어 서류를 들고 쳐다봤지만, 난생처음 보는 용어들로 가득했다. 나는 도와줄 수 없다는 의사를 전했다. 나는 처음 듣고 처음 보고 처음 경험한 것들뿐이라고. 하지만 그 직원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여전히 내 앞에 서 있었다.

-네? 기본 업무 관련이라 확인만 해주시면 되는데.

나는 이곳에서 대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다. 요즘은 기본이라는 대학도 나오지 않은 고졸인 내가 이 회사에 다닐 수 있었던 건 아빠의 연줄로 만들어진 낙하산이기 때문이다. 아마 신입은 내가 그런 존재라는 것을 상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둘은 분명 다른 세계를 살아왔을 테니까.

그러다 이과장님이 이쪽으로 다가와 직원을 데리고 갔다. 나는 잠시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영수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방금 본 이과장님이 어제 쓰신 법인카드 영수증이었다. 가람스시. 198000원. 어떤 초밥을 먹었을까. 이 정도면 몇 명이서 먹은 걸까. 머릿속으로 의미 없는 계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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