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하면서 씻는다는 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씻는 게 싫은 건 아닌데, 너무 자주 씻게 된다.
많게는 하루에 다섯 번까지도 샤워를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는 보통 수영을 하기 전 웨이트를 하는데
웨이트하다가 땀이 많이 나면 간단히 샤워 한 번,
수영 들어가기 전에 한 번,
수영 마치고 나와서 또 한 번,
여기에 약속이 있거나 물기 때문에 몸이 뻑뻑할 땐
집 가서 바디워시까지 곁들여 네 번째,
밖에 나갔다 오면 찝찝해서 마지막 다섯 번째.
파워샤워러 그 자체다. 물론 목욕이라기보단 샤워에 가깝긴 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영장 물로 씻는 걸 대체할 수 있진 않을까?”
어차피 수영장 물도 농도를 맞춰서 관리하니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걸 좀 더 편리하게 하고,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는 입욕제 같은 걸 만들면 어떨까?
전국 수영장에 보급하면서 뿌듯해하는 상상을 잠시 했다.
그런데 오늘, 그 상상에 아주 작은 균열이 생겼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 중급 라인에는 사이좋게 줄지어 수영하는 그룹이 계신다.
그분들이 바디로션을 많이 바르시는 건지 중급라인에 로션 향이 퍼져 있었다.
오늘은 초급 라인이 너무 붐벼서 중급 라인으로 옮겨갔는데, 기분 탓인지 물맛도 약간 로션맛 같았다.
결정적으로, 머물러 계시던 구간의 바닥이 조금 미끄덩미끄덩했다.
바로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친 생각.
“아, 이거 진짜 바닥 미끄러울 수도 있겠다.”
상상은 사라지고, 살짝 풀이 죽은 채 수영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