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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월 Aug 24. 2024

밤을 품은 바다가 끝도 없이 너를 지우려 한다

시 | 여기는 밤바다


여기는 밤바다
밤을 품은 검은 파도가
발에 닿자마자 녹아버리는 깊은 밤들
검은 바다 앞에서 나는 나를 지키기로 했다

검게 칠한 바다 위로 불빛이 떠다닌다
배를 바다로 떠나보내는 등대의 마음으로
떠난 것들을, 떠날 것들을 잡지 않는다

수평선조차 가늠하기 힘든 밤의 경계를 바라본다
모래사장에 남긴 I LOVE YOU는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는 밤의 환상
그래도 슬퍼하지 않는다

소라 껍데기를 귀에 갖다 댄다
깊은 바다를 간직한 소라 껍데기가
너를 찾아 헤매이고 있다

파도가 다시 발에 닿는다
그러나 깊은 밤은 녹아내리지 않는다

나는 모래사장 밖으로 걸어 나온다
검은 파도가 내 뒤에서 밀려오고 부서진다
밤을 품은 바다가 끝도 없이 너를 지우려 한다

검은 바다 앞에서 나는 너를 지키기로 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해본다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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