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사한다
한여름의 저녁 같은 일상을
시 | 사랑
나는 감사한다
한여름의 저녁 같은 일상을
비록 사진 한장 남지 않았지만
그녀는 전기설비 기술자 같은 손짓으로
노을을 쓰다듬었다
느낌이 꼭 방금 짜낸 로션 같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러고는 뜨겁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곧장 따뜻하다고 답했다
그녀가 노을을 쓰다듬으면
어김없이 밤이 찾아오곤 했지만
언제나 여름밤이었기에 그리 춥지 않았다
그러나 부슬부슬한 봄비가 내리자
노을은 슬픈 눈으로 말했다
자신이 정말 따뜻하냐고
뜨겁지 않냐고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을은 분명 뜨겁지 않고 따뜻했으나
그녀는 그랬기에 대답하지 않았다
7시가 다 되어야 해가 지고
그럼에도 차들은 도로를 달리는
약간 차가운 공기에
땀에 젖은 등이 서늘한
그런 여름 저녁이었다
그녀는 노을을 쓰다듬지 않았지만
확실히 저녁이 되어 있었다
노을이 하늘을 물들였던가
그것조차 기억나지 않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