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시집을 읽었다
바다 같은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불안이 택배로 봉해져
집 앞에 도착했다
택배기사는 심한 수전증이 있는지
아니면 불안이 너무 무거운 탓인지
손을 떨고 있었다
나는 시집을 내밀며 말했다
이걸로 땀이라도 좀 닦으세요
바다 같은 느낌이 들어 시원할 거예요
택배기사는 시집으로 땀을 닦은 뒤
감사하다며 불안 옆에 동전을 두고 갔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가지고 들어오지 않았다
10원짜리 동전인가?
궁금증이 들어 다시 현관문을 열었더니
동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문을 닫았다
그러고보니 택배기사가 시집을 들고갔다
다시 구하기 힘들텐데,
그렇게 말했지만
다시 찾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며칠 뒤에
택배기사가 다시 찾아왔다
실수로 시집을 들고 가서요
돌려드리려고 왔습니다
시집을 받아 들었으나
바다의 질감이 아니었기에
나는 약간 실망했다
첫번째 시를 다시 읽었다
이 시는 정말 죽은 이가 쓴 것이 맞을까
나는 아니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