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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바람 Feb 17. 2023

04몸의 균형을 찾다

호흡을 찾아서

  

 몸이 말하는 소리가 있다. 통증이다. 오래전에 날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몇 군데 병원에서  받은 못마땅한 진단명도 있다. 못마땅하니 피하고 경계하면서 나는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나의 정신과 마음은 처방에 집중했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였다. 손님은 신줏단지가 되었고 손님을 위해 행동하고 생활화하였다. 나의 운동과 음식은 모두 손님을 위한 성찬이 되었다. 병원에서 하라는 운동을 하며 몸무게 유지도 잘하였다. 하지만 손님은 내 곁에 오래도록 떠나지 않았다. 손님이 찾아온 이유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않고 20년째 손님이 떠나기를 기다렸다. 가끔은 손님 덕분에 더 아프지 않아 감사했지만 계단 오르기와 키보드 자판 치기가 어려워지면서 손님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건강할 거라는 기대는 몸을 더 상하게 되었다. 무릎 연골이 비대칭으로 닳아 운동하기가 불편한 몸이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을 해 보기로 했다.








 중2 때 자전거를 배웠는데, 탈것을 움직이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전거를 타고 몇 바퀴 돌고 멈추기가 더 어려웠던 초보, 중심을 못 잡고 다시 넘어지길 반복하면서 해가 저물었다. 운동 신경이 없어 배우기도 느리고 보기에도 위태로웠다. 불안한 마음으로 자전거 페달을 돌렸고 자전거 위에서 중심을 잡고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필라테스 운동도 병행했다. 두 운동은 호흡과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중심을 잃어 운동이 되지 않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호흡으로 이완시키고 숨으로 중심을 잡는다. 들숨에 중심을 느끼고 날숨에 몸의 이완에 따라 몸을 움직인다. 몸이 움직이는 시선은 내 몸이다. 몸이 움직이는 마음은 모두 내 마음이다. 마음과 몸은 한 호흡에 나를 이루고 나에 집중은 몸의 균형을 찾는다. 자전거를 탈 때와 필라테스 운동을 할 때 나를 온전히 느끼는 알아차림이 있다. 나의 방어기제는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고 온전한 의식은 잠시 왔다 사라졌다. 몸이 기억하는 회귀 본능 같은 오래된 생활 습관으로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성우님은 나지막한 소리로 "강주희 선생님 말할 때 턱을 들고 말하는 것 아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턱을 들고 말하게 되는 상황과 감정을 떠 올리도록 부연 설명을 해 주셨다. 나는 성우님의 관찰력에 놀랐다. 나는 "네"라고 바로 수긍하였다. 혀의 위치는 나의 의식이다. 혀는 아랫니 끝에 닿고 입술이 살짝 벌려진 상태에서 숨은 자연스럽게 호흡한다. 자연스러운 들숨과 날숨으로 몸의 이완과 균형이 이루어지는 걸 느끼게 된다. 나는 몸과 호흡에 대한 관심으로 알렉산더 호흡법 강의를 듣게 되었다. 평소 나는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양팔은 책상 위에 올려놓고 엉덩이는 의자에 밀착해 등을 기대고 앉아있다. 나는 이렇게 앉아 일하면서 나를 의식하지 않고 일을 한다. 나는 한순간도 호흡과 몸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고 잠자리에 든다. 병원 문턱에서 뼈의 위치와 관절의 차이를 보고 내 몸을 보게 된다. 습관에 무디어진 호흡과 자세는 정작 나를 헷갈리게 한다. 진단서를 받아 들고 병명에 맞는 과를 다니고 치료를 한다. 습관이 바뀌지 않은 내 몸은 쳇바퀴 돌 듯 제자리다. 불편한 사실은 긴 시간과 돈을 지불하고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나는 낭독을 하면서 내 호흡을 알아차렸고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나를 보게 된다. 숨을 거두지 않은 이상 내 숨은 내 것이라는 착각으로 살았나 보다. 'F.M 알렉산더는 잘못된 것을 그만두면, 올바른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다.'라고 한다. 종종 쓰는 단어처럼 ' 자연스럽게 ' 숨을 쉬고 살았어도 교통체증 같은 병목현상은 없었을 것 같다. 몇 번에 알람도 무시하고 의식조차 무시한 무의식의 범람은 부자연스러운 나를 만들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손가락으로 자판을 누르고 있다. 양팔의 팔꿈치는 책상 위에 얹어 놓고 양쪽 좌골 뼈를 느끼며 앉아있다. 지금 이 모습은 알렉산더 호흡법 강의를 듣고 의식한 자세다. 영적이든 육체적이든 심리적이든 모든 긴장은 근육의 긴장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 머리의 무게는 4~6kg에 이르고 고개가 1cm 앞으로 나올 때마다 2~3kg의 하중이 더해진다. 과학적인 이 사실의 정보 보다 무게라고 느끼는 것이 더 큰 무게가 우리의 호흡을 흥분하게 한다. 흥분하면 감정의 변화가 오고 그에 따른 근육의 긴장이 생긴다. 긴장한 몸에서 호흡과 발성은 자연스러운 소리가 될 수 없다. 몸의 뼈 또한 아래로 자연스럽게 향하도록 서 있어야 자연스럽다. 사실 서 있는 것보다 앉아 있는 자세는 굽혀야 하기 때문에 더 불편하다. 나는 온 피부로 숨을 쉬고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서기, 앉기, 걷기, 눕기, 일어나기 움직이는 행위가 이루어짐을 알았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나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의식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몸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내 호흡과 자세를 관찰하여 잘못된 것을 찾아 그만두기 위해 기(氣)를 써야 할 것 같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건강한 낭독을 즐기고 싶다. 자연스럽게 숨을 고르고 내쉬는 숨 따라 걷는다. 자연스럽게 숨을 쉬며 걷다가 눈앞에 보이는 버스를 향해 뛰었을 나는 오늘 새벽 낭독에 만난 숨이 나를 땅 아래로 잡아준다. 묵직한 중심을 느끼며 들숨과 날숨을 느낀다. 덜컹거리는 버스 속에서도 안도의 한숨을 찾아 편안하게 눈을 감고 숨을 느낀다.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들떠있었을 뒤꿈치가 땅을 딛고 하늘에서 머리를 잡아당기는 듯 척추가 늘어나며 횡격막이 확장되어 들숨이 배꼽 아래로 흐르듯 내려간다. 아랫배에서 오는 쫀쫀한 당김과 동시에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날숨이 새어 나온다. 새 숨을 느끼고 알아차리는 오늘이 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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