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안이 너의 먹잇감이 되지않길(15)

호구가 될 상인가

by do Tory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게 죄가 될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마치 간식을 기다리며 헥헥거리는 강아지처럼 관심과 인정을 갈구하고 그렇게 되돌아오는 반응에 따라 인생이 흔들거리는 삶이다.

정말 별로지 않나? 누구보다 남을 신경쓰지않는다고 말하고 다니는 내가 그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한다는것


내가 생각해도 정말 너무 찌질하다.

그렇지만 이모습도 내모습이라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렇다. 나는 엄청난 인정욕구에 목말라 허덕이는 인간이다.

누가 나를 인정해주면 아닌척, 별일 아니라는듯이 넘기는것처럼 연기도 참 잘한다.


하지만 그렇게 인정받고나면 세상 살만한것처럼, 핑크빛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까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칭찬을 아끼지 말아달라.

칭찬할게 영 보이지 않는다면 어쩔수 없겠지만 그래도 칭찬해 주라.

대신 명확하게 어떤점이 좋은지도 콕 찝어서 (너무 디테일한 요구겠지만 그사람이 너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일것이다 아마도)


왜냐하면 나는 안다. 저사람이 내가 필요한지 아닌지, 저사람의 일을 내가 도와줄수 있는지 아닌지,

혹은 내가 도와주면 훨씬 수월해질거라는걸 나는 안다.

하지만 내 도움을 거절하고 스스로 잘 하는 사람도 많다. 나에게 신세지고 싶지 않겠지..

그런데 그게 또 묘하게 서운한거다. 내가 하면 간도 빼주고 살도 내어줄텐데

이게 나의 단점이자 죄이다.


상대방이 요구한것보다 더 많은걸 해주고, 더 퍼주면서 나를 인정해달라고 헥헥 대지만 상대방은 별로 관심이 없거나 으례 그러려니 할때

나를 자책한다. 왜 이렇게 사람을 좋아해서...저사람은 그만큼 생각해주지도 않는데 하며 나를 다그치고 나를 책망한다.

상대방은 내게 어떤 요구도 한적이 없지만 알아서 내가 잘 챙겨주고 그 챙김을 알아주길 바라고..알아줬을때 삶이 살만하다고 느끼고...

이렇게 상대방중심적 사고는 어디서 생겨난걸까


나는 종갓집의 셋째딸 그러니까 아들의 바로앞의 딸이 었기 때문에 생존능력이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딜가나 구박데기가 될테니까.

시키지도 않은 동네일을 다 들어다가 할머니앞에서 조잘대거나, 동생을 잘보는척 하지만 누가 안보면 저멀리 떼놓고 동생이 우는걸 지켜보며 만족해하고 아버지가 기분이 안좋으실것 같을땐 얼른 들어가서 잔다거나, 엄마가 기분이 조금 좋을거 같으면 용돈을 달라던가


살아가는데엔 수천가지 수만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생존을 위해 눈치를 보는법을 터득했던것 같다.

그래서 눈치로 지레짐작하여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하며, 우울해 한다.

정작 상대방은 아무생각이 없는데 나혼자 북치고 장구치다 지쳐서 끝나면 결국 오해였다는걸 알고 다시 겨우겨우 일어선다.


그짓을 안하고 싶어 약을 먹는데도 여전히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고맙다는 말을 듣고싶어하는 동네 똥개같다 불안이란 결국 충분한 사랑을 받지못한 결핍에서 오는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심리학을 전공하지도 공부하지도 않았지만 성장기의 부모의 사랑은 꽤나 큰 영향을 준다.

예전엔 부모님을 참 많이 원망도 했지만, 이런 나로 자랐으니 이제 내가 나를 잘 키워봐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제발 잘했다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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