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안이 너의 먹잇감이 되지않길(16)

정죄 : 스스로 죄를 정함

by do Tory

내가 잘하는것중 하나가 어떤일이 터지면 온 세상 만물을 끌어들여 내 죄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 잘못한것도 있겠지만 거기에서 내 지분이 아주 조금이라도 들어갔다면 나는 여지없이 나를 자책한다.

누가 그러라고 한것도 아닌데, 심지어 니 잘못이라고 한사람도 없는데 조금이라도 동조했거나, 혹은 알고도 방치했거나 그런것을 떠올리며 죄인되기를 자처했다.


사실 남탓하는게 세상에서 제일 쉬운일이라고 하지만 나에겐 차라리 내 스스로를 탓하는게 세상에서 제일 쉽다. 남을 탓하면 왜 탓하게됐는지 설명해야 하고 납득이 되어야 하고, 또 미워해야 하고, 원망해야 하고, 그런 에너지가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차라리 내탓을 하고 내가 책임을 지고, 내가 해결을 하는게 속시원해서 그렇게 사회생활을 하니 스트레스가 여기저기 신체반응으로 나타났다.


남탓을 하고, 남에게 좀 책임을 전가해보고, 미워도 해보고,, 안해본것은 아니다.

나도 끊임없이 타인을 미워하며 한심해하기도 하고,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나면 사람도 잃고, 일하는 방법도 잃어버린것 같았다.

내가 맡아서 했더라면 어떤것을 얻었을텐데 하며 아쉬워 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이다.


아이를 낳고 타지역에서의 첫 직장생활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찾았어야 했다.

앞의 일했던 기록을 보며, 또 자료를 정리하며 내것으로 만들어 갔다.

아이엄마라서, 아줌마라서 역부족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더 아둥바둥 했다.

그렇게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성장할수 있었고 인정받을수 있었다.


하지만 급하게 떠버린 마음은 결국엔 실수를 낳고 그 실수가 커져서 도저히 남을 탓할 수 없는 결과로 돌아와 나를 덮쳤다.처음에는 말을 따르지 않은 후임에게 화가나고 미워 했으며, 이렇게 될걸 알았다며 말하는 중간에 챙겨주지 않은 선임을 원망했다.


타인에게 내 잘못은 없다는 말을 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에는 모든 잘못들이 내게 다 몰리며 대표는 나를 혹독하게 대했다.

한날은 파견근무 중 다같이 아침을 먹으러 가는길에 차에서 내게 엄청난 화를 내며 시골길가에 나를 내려두고 가버렸다.


다행히 그곳은 나의 고향이었고 익숙한 길이었기에 화가나서 일하는곳으로 돌아가려다 왠지 지는 기분이 들어 식당까지 걸어서 도착했다. 가서 모진소리 들으며 아침밥 씩씩하게 다 먹었다.

동료들은 다들 정치하느라 바빴다. 바보같은 나는 어떻게 수습하지만 생각했는데.. 아무도 내편이 없었다.

그때 알게 됐다. 차라리 내탓을 하고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는것이 내게 유리하다는것을.


누가 지적하면 빠르게 사과를 하고, 얼른 방향을 틀어 상황을 수습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돌아보면 내가 사과할일도 아닌데 그랬다며 아까는 죄송했다는 말을 되돌려 듣거나, 혹은 받았다.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는데에 머리를 굴리는것보다 내탓을 하고 얼른 해결을 하는것이 최선이다 라고 생각이 굳어져 그 이후 사회생활은 거의 그런식으로 해왔던것 같다.


내탓이라고 할때가 제일 나았다. 미워할 상대를 찾는것보다..

내 잘못이라고 할때가 괜찮았다. 원망해야할 단서를 찾는것보다..

그렇게 내탓을 하면서 부터 나의 마음은 병이 들었던것 같다. 다시 안볼 사람에게는 더욱 친절했다.

다시 볼 사람들에겐 적정한 거리와 친절을 베풀었다. 언제 내가 일적으로 필요하게 될지 모르니..


그리고 가까운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을 만들면 가장 아파지는건 나였다.

왜인지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니 사랑하지 않는것처럼 보였다.

내게 상처주고, 심한말들을 했다.

그런 사람들을 더이상 내 주위에 만들고 싶지 않아 그저 아는사람과 지인으로서의 거리감만을 두며 살았다.


만날때는 더없이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나는 정작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사랑한것들은 다 나를 아프게 했기 때문에 얼른 마음을 걷어갔다.


성경에서 정죄라는 단어가 나온다.

스스로 죄를 정함 이라는 뜻이다.

가롯유다가 예수님을 팔고 난후 죄책감에 스스로를 정죄하여 목을 매달아 자살을 하는 구절이 나온다.

예수님의 마음과 달랐던 유다는 스스로 죄라고 정해버리고 죗값을 자신의 목숨으로 치뤘던 것이다.


남을 미워하지 않아야 하는것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나를 미워하지 않는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자존감이 낮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자기비하가 너무 심한 인간이라 그렇다.

그렇지만 나를 챙기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것은 나를 미워하지 않기이다.


나를 미워하는순간 내속의 불안은 고개를 들고 끊임없이 내탓을 한다.

내탓을 하면 자연스레 우울해 지며 우울함을 빠져나오기 전에 공황이 온다.

뭐 어떤 계기든 무조건 불안과 공황이 오는건 매한가지다.


나를 미워하지 않는것, 사랑하는것조차는 시도도 못한다.

미워하지 않는거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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